[미디어FC] 스타벅스 ‘사이렌’, 비극적인 해상 참사를 연상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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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잇=한민철 편집국장 | 5·18 민주화운동 비하 논란에 휩싸인 스타벅스에 이재명 대통령이 이 회사의 과거 이벤트를 거론해 세월호 참사를 조롱했다며 또 다른 논란의 불을 지피고 있다. 스타벅스가 수년 전 세월호 참사 추모일에 스타벅스의 상징적 로고의 이름인 ‘사이렌’이 들어간 이벤트를 진행했고, 사이렌의 어원이 배를 난파시키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이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조롱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사이렌과 스타벅스의 어원을 제대로 살펴보면, 단순한 논리 비약을 넘어 스타벅스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에 대한 지나친 정치적 공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 오후 자신의 엑스(X)에 정진욱(광주 동남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인용해 “세월호 참사 추모일(4·16)에 사이렌 이벤트 개시라니… 제발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인두겁을 쓰고서는 도저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 추모일을 맞아 유가족들이 고통에 몸부림치고 국민들이 슬픔에 빠져 있을 때 조롱코드를 감춘 암호같은 이런 행사를 시작했다”며 “희생자들을 모욕하고 국민들을 우롱하며 나름 즐겼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진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난 2024년 4월 16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 스타벅스의 ‘사이렌 클래식 머그 시리즈’ 이벤트 포스터를 게재했다.

 

그러면서 “신화에서 노래로 배를 난파시키는 세이렌을 세월호 참사일인 4월 16일 이벤트에 사용했다”며 “세이렌은 스타벅스 로고인물이지만, 4월 16일에 이런 짓을 했다는 건 천인공노할 악행이다. 스타벅스는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정 의원의 주장을 종합하면, 2024년 4월 16일 스타벅스의 ‘사이렌 클래식 머그 시리즈’ 이벤트에 나온 사이렌이 신화에서 노래로 배를 난파시킨다는 세이렌에서 온 말인 만큼, 4월 16일에 해당 이벤트를 진행한 건 세월호 참사를 우롱할 의도의 일종의 ‘조롱코드’라는 것이다.

 

 

 

신호 또는 경보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사이렌(Siren)의 어원으로 알려진 세이렌은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지중해의 한 섬에서 살며 아름다운 미모와 노래로 선원들을 지나가는 배의 선원들을 유혹해 잡아먹거나 배를 난파시키는 인어 또는 요괴로 알려져 있다.

 

그리스·로마 신화 중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다면 이 세이렌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디세우스가 세이렌의 노래를 듣고 싶다는 개인적 욕망과 선원들을 죽음에 이르지 않게 한다는 책임감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둘을 전부 충족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이에 오디세우스는 선원들의 귀는 밀랍으로 막아 외부의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는 동시에, 자신의 몸을 돛대에 단단히 묶었다.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노래를 감상하면서도 배가 난파되지 않은 채 지중해를 통과할 수 있었다.

 

어릴 적 책에서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고 세이렌에 대해 접해 봤다면 ‘강렬한 유혹’ 또는 ‘사람을 홀리게 하는 매력’에 초점을 맞췄을 뿐, 누군가를 잔인하게 죽이거나 살인귀라는 캐릭터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스타벅스도 이런 세이렌에 대한 전 세계 사람들의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인식’, 즉 아름다운 목소리로 사공들을 매혹한다는 점에 착안해, 사람들을 자신들의 매력적 커피 맛에 빠져들게 하겠다는 의도로 사이렌이라는 캐릭터를 고안했다. 16세기 노르웨이 목판화에 등장하는 인어 이미지를 본떠 오늘날 스타벅스의 사이렌 로고가 세상에 나온 것이다.

 

심지어 스타벅스라는 말 역시 미국의 셰익스피어로도 불리는 허먼 멜빌의 지난 1851년 소설 ‘모비딕(Moby-Dick)’에서 주인공 일행이 탑승한 피쿼드호의 1등 항해사 ‘스타벅(Starbuck)’에서 유래됐다. 소설 속에서 스타벅은 배와 선원을 지키려 하는 열정적이고 이성적인 캐릭터로도 알려져 있다.

 

만약 이재명 대통령과 정진욱 의원의 주장대로 이 스타벅스의 사이렌이 배를 침몰시켜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비극적 사건을 강렬하게 떠올리게 하는 불쾌한 캐릭터라면, 스타벅스가 오늘날 글로벌 4만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지난해 미국 내 커피전문점 점유율 48%를 차지할 정도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스타벅스 매장에서 주문 뒤 점원으로부터 “사이렌 오더로 주문하신 ○○○번 고객님, 주문하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배가 침몰하는 비극적 상황이 떠오르는가.

 

진정 그렇다면, 정부 여당에서 전 세계 대통령 또는 정치인들과 만나면 꼭 물어보길 바란다. 스타벅스의 사이렌 로고라는 캐릭터가 배를 침몰하는 비극적 사건을 떠올린다는 데 당신들도 공감하지 않는가라고.

세월호 사건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비극적인 일이며, 4월 16일이 되면 국민 모두가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엄숙해져야 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비극적 사건을 일부 정치인들이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물론 스타벅스 역시 4월 16일 사이렌 이벤트를 진행한 사유를 명확히 소명하고, 향후 오해 소지가 없도록 이벤트 일정 및 문구 설정에 대한 조치를 약속해야 할 것이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상에는 4월 16일 이벤트 개최 사유에 대해 특별한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저 스타벅스가 한 달에 많게는 10번 정도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고, ‘사이렌 클래식 머그 시리즈’ 이벤트 역시 그 많은 이벤트 중 우연히 16일에 걸린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스타벅스는 2024년 5월 16일에는 ‘여름 e-프리퀀시 이벤트’를, 또 올해 1월 16일에는 ‘미니어처 텀블러 키링 재출시’ 이벤트를, 또 지난달 16일에는 ‘미니 탱크 텀블러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매월 16일에 적지 않은 이벤트를 진행해 왔다. 다시 말해, 조롱의 의도가 있었다면 그동안 16일 이벤트가 이례적이어야 하는데 올해만 하더라도 벌써 2차례나 있었다.  

 

현재 사회적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스타벅스의 ‘탱크 데이’ 홍보 문제도 5·18 민주화 운동을 조롱했다는 비판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나서 스타벅스 사장을 해임하고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또 스타벅스의 각 매장에는 이번 사건에 대한 사과문을 게재했고, 신세계 내부에서도 재발 방지 대책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여당에서는 노골적으로 선거 기간 중 스타벅스 금지령을 내리는가 하면, 행정안전부가 사실상 스타벅스 불매를 공식화했다.

 

정용진 회장은 과거 ‘멸콩’ 발언 등으로 인해 더불어민주당과 정치적 성향이 다소 엇갈린다는 대중적 인식이 퍼졌고, 이에 이번 논란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비난의 초점이 단순히 스타벅스 한 곳이 아닌 결국 정용진 회장에 맞춰져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이 미우면 가사(袈裟)도 밉다’는 말도 있지만, 결국 정치권에서 논란을 더 키워 피해를 입는 건 스타벅스와 신세계 직원들 그리고 소비자인 일반 국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