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가 미디어를 바꾸고 있다... 글로벌 팟캐스트 시장 92억 달러 첫 돌파

라디오 점유율 40년 만에 역전, 미국 청취자 수 넷플릭스 가입자 앞질러
직접 광고 53억·영상이 순 광고 수익 41% 차지, 라이브 투어는 92억 달러 밖의 별도 시장
제임스 머독 Vox 팟캐스트 3000억 원 인수, 골든글로브도 부문 신설

인싸잇=이다현 기자 | 글로벌 팟캐스트 시장이 지난해 92억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90억 달러를 돌파했다. 숏폼 콘텐츠 피로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틀어놓고 듣는’ 롱폼 오디오 콘텐츠로 청취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팟캐스트 점유율이 40년 만에 라디오를 역전했고 주간 청취자 수는 넷플릭스 가입자를 앞질렀다. 영상화·라이브 공연·플랫폼 진출이 맞물리며 팟캐스트가 오디오 콘텐츠를 넘어 미디어 산업 전반을 재편하고 있다.

 

 

92억 달러의 구조... 광고 53억·구독 22억, 브랜드 주도 팟캐스트는 오히려 감소

 

시장조사기관 아울앤코(Owl & Co.)가 전 세계 1600여 개 퍼블리셔의 30만 개 데이터 포인트와 100명 이상의 업계 전문가 인터뷰를 종합해 산출한 결과다. 92억 달러는 광고·도급 제작·구독 매출을 포함하며 라이브 이벤트 티켓 수입은 제외됐다.

 

 

수익원별로는 직접 광고가 53억 달러(전년 대비 +28%)로 가장 컸다. 구독·후원 등 청취자 직접 지불 수익은 22억 달러(+22%), 프로그래매틱 광고는 14억 달러로 전년과 비슷했다. 기업이 브랜드 홍보 목적으로 제작하거나 외주를 맡기는 브랜디드·도급 제작(Branded/Work-for-hire) 매출은 3억 달러에서 2억 달러로 오히려 줄었다. 단순 성장이 아니라 수익원 구조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다. 설문에 응한 팟캐스트 제작·배포사의 74%가 2025년 매출이 전년보다 나았다고 답했으며 37%는 “현저히 더 좋았다”고 밝혔다.

 

미국 단일 시장 매출은 6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7% 증가하며 전 세계 시장의 65%를 차지했다. 미국 외 주요 시장은 중국·영국·독일·스웨덴·캐나다 순이다.

 

에디슨 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기준 미국 내 팟캐스트 청취 점유율은 40%로 라디오(39%)를 처음 앞질렀다. 2015년 팟캐스트 점유율이 10%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만의 역전이다. 매주 팟캐스트를 청취하는 미국인은 약 1억 1500만 명으로, 넷플릭스 미국 가입자(약 8100만 명)를 상회한다.

 

미국 성장분 73% 영상 매출... “영상 전략이 정교한 기업일수록 격차 컸다”

 

이번 보고서의 핵심 발견은 미국 시장 성장의 73%가 영상 관련 매출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미국 내 영상 팟캐스트 매출은 23억 달러이며 영상이 미국 순 팟캐스트 광고 수익의 41%를 차지했다. 전년(28%) 대비 13%p 오른 수치다.

 

아울앤코 창업자 에르난 로페스는 “영상을 수익화 도구이자 마케팅 엔진으로 전환하면서 오디오 매출을 잃지 않은 기업들이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 영상 전략이 정교하고 의도적인 회사일수록 성장 폭이 컸다”고 밝혔다. 카메라를 켜고 유튜브에 올리는 수준을 넘어, 오디오 청취자를 잃지 않으면서 영상 시청자를 별도로 확보하는 이원화 전략이 매출 격차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아울앤코는 “순수 오디오 중심 팟캐스트는 성장이 느리거나 오히려 뒷걸음쳤다”고 덧붙였다.

 

‘킬 토니’ MSG 매진·라이브 투어 1100만 달러... 92억 달러 밖의 시장

 

 

라이브 이벤트는 92억 달러 추정치에 포함되지 않는 별도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코미디 팟캐스트 ‘킬 토니(Kill Tony)’는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MSG)을 두 차례 매진시켰다. 공연 집계기관 폴스타(Pollstar)에 따르면 두 공연 합산 매출은 380만 달러이며 최근 2년간 전체 투어 매출은 약 1100만 달러로 추산된다.

 

라이브 수익화는 코미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글리 스쿼드(Giggly Squad)’ 430만 달러, ‘캔슬드 팟캐스트(Cancelled Podcast)’ 270만 달러, ‘테라퍼스(Therapuss)’ 240만 달러, ‘크라임 정키(Crime Junkie)’ 220만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기업 분석형 팟캐스트 ‘어콰이어드(Acquired)’는 샌프란시스코 체이스센터와 뉴욕 라디오시티뮤직홀 단 두 차례 공연으로 70만 달러를 올렸다. JP모건체이스가 프레젠팅 파트너로 참여했다.

 

라이브 팟캐스트가 음악 투어 대비 주목받는 이유는 비용 구조 차이다. 음악 투어는 무대 세트·안무·이동 비용 등 고정비가 높은 반면, 팟캐스트 라이브는 소수의 진행자와 기본 음향·영상 장비만으로 운영 가능하다. WME 코미디 부문 파트너 마커스 레비는 “콘서트 대비 이익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다”고 밝혔다. MSG의 모회사 매디슨스퀘어가든 엔터테인먼트는 자사 이벤트 카테고리에 ‘팟캐스트 쇼(Podcast Shows)’를 별도 항목으로 신설했다.

 

코미디 팟캐스트 ‘더 베이스먼트 야드(The Basement Yard)’는 지난해 약 3만 장이던 티켓 판매량이 올해 7만 장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며, 11월 예정된 MSG 공연은 이미 90% 이상 예매됐다.

 

넷플릭스 가구 13% 진입... ‘브렉퍼스트 클럽’ 시청 시간 44% 독식

 

시청 데이터 분석업체 삼바TV(Samba TV)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넷플릭스 가구의 13%가 팟캐스트를 최소 1분 이상 시청했다. 같은 기간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시즌5 첫 회가 47%에 도달한 것과 비교하면 도입기 콘텐츠로는 의미 있는 수치다.

 

1위는 아이하트미디어(iHeartMedia) 산하 ‘브렉퍼스트 클럽(The Breakfast Club)’으로 분기 전체 팟캐스트 시청 시간의 44%를 차지했다. 2위 ‘브리저튼 공식 팟캐스트(Bridgerton: The Official Podcast)’가 16%, 5위 ‘피트 데이비슨 쇼(The Pete Davidson Show)’가 5%, 8위 ‘빌 시먼스 팟캐스트(The Bill Simmons Podcast)’가 1.4%를 기록했다. 상위 20개 가운데 흑인 크리에이터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4개라는 점도 눈에 띈다.

 

삼바TV 앨리슨 스프래그는 오디오·유튜브에서 강세를 보이던 콘텐츠가 넷플릭스에서 동일한 성적을 내지 못하는 반면, 기존 오디오 차트 밖의 콘텐츠가 넷플릭스 상위권에 진입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넷플릭스가 기존 청취자를 이전하는 경로가 아닌 새로운 시청자를 만드는 경로일 수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아이하트미디어와 파트너십을 통해 14개 영상 팟캐스트를 추가한다. 스포티파이는 AI 프롬프트 기반 플레이리스트 기능을 팟캐스트 영역으로 확장했고, 훌루와 FAST 플랫폼 투비(Tubi)도 팟캐스트 라인업 확대를 검토 중이다.

 

골든글로브 부문 신설, 제임스 머독 3000억 원 베팅

 

 

골든글로브는 올해 ‘베스트 팟캐스트’ 부문을 처음 신설하고 에이미 폴러의 ‘굿 행(Good Hang)’에 첫 트로피를 안겼다.

 

로페스는 “팟캐스트는 소셜 비디오보다 먼저 골든글로브 카테고리에 진입했다. 아직 소셜 비디오 부문은 없다”고 말했다.

 

자본 시장도 반응했다. 루퍼트 머독의 차남 제임스 머독은 이달 20일 투자 회사 루파 시스템즈(Lupa Systems)를 통해 Vox 미디어 팟캐스트 네트워크·뉴욕 매거진·Vox.com을 3억 달러 이상에 인수했다.

 

Vox 미디어 팟캐스트 네트워크는 2025년 회사 내 가장 빠르게 성장한 사업 부문이었다. 더 버지(The Verge)와 SB네이션은 이번 인수에서 제외됐다.

 

한국 미디어에 던지는 질문

 

 

한국은 현재 글로벌 팟캐스트 시장에서 구조적 역설을 안고 있다. 한국의 팟캐스트 월간 청취 침투율은 인터넷 이용자의 약 12.2%로 미국·캐나다는 물론 스웨덴·노르웨이 등 유럽 선진 시장보다 크게 낮다. 아이마케터는 한국의 팟캐스트 청취 성장률이 아시아태평양 주요국 가운데 평균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충분히 크지 않은 내수’와 '글로벌 플랫폼에서의 존재감 부재’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다.

 

언어 장벽은 오래된 진단이지만, 지금은 다른 맥락이 붙는다. 아이마케터는 팟캐스트 청취율이 낮은 국가들의 공통점으로 비영어권 단일 언어 생태계를 꼽는다. 한국·일본·프랑스·독일이 같은 범주에 묶인다. 그러나 스포티파이가 2023년 도입한 AI 음성 번역 기능은 팟캐스터의 목소리를 유지하면서 다국어로 에피소드를 자동 번역한다. K팝·K드라마·K스포츠를 다루는 글로벌 영문 팟캐스트가 아직 공백 지대라는 점은 언어 장벽이 낮아진 지금, 가장 빠르게 선점 가능한 영역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수익 구조의 단절도 있다. 국내 팟캐스트 시장은 광고 수익에 집중돼 있는 반면, 이번 아울앤코 보고서가 보여주는 글로벌 성장의 핵심은 영상·라이브·구독의 결합이다. 인터뷰 중심의 대표적인 팟캐스트 채널 ‘요즘것들의 사생활’이 유료 구독자 전용 콘텐츠 ‘툴박스’를 운영하고, 밀리의 서재가 ‘리딩 케미스트리’를 통해 브랜드 팟캐스트를 외부 플랫폼으로 확장한 것은 수익화 실험의 초기 사례지만, 팟캐스트 IP와 라이브 공연이 연결되는 구조는 아직 부재하다.

 

‘어콰이어드(Acquired)’가 JP모건체이스를 스폰서로 끌어들이고 70만 달러짜리 공연을 만들어낸 것처럼, K드라마 작가 라이브 Q&A나 K팝 프로듀서 인터뷰 팟캐스트가 동일한 구조를 가질 수 없을 이유는 없다.

 

플랫폼 전략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삼바TV 데이터가 보여주듯 오디오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던 콘텐츠가 넷플릭스에서 동일한 성적을 내지 못한다. 역으로 오디오 차트 바깥의 콘텐츠도 플랫폼에 맞는 영상 설계를 갖추면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다. 오디오 청취자 규모가 글로벌 진입의 진입 장벽이 아니라는 뜻이다. 현재 한국은 팟캐스트를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과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콘텐츠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실험 중인 아시아태평양 시장 중 하나로 분류된다.

 

로페스는 “92억 달러는 팟캐스트 시장이 창업 초기 대비 92배 성장한 수치”라며 “지금의 논의는 2016년 팟캐스트 논의를 떠올리게 한다”고 밝혔다. 산업의 위상이 골든글로브 시상대에 오를 만큼 올라간 이 시점에 한국 미디어가 어떤 팟캐스트를 어떤 플랫폼에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향후 1~2년의 경쟁선을 결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