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줌인 재팬] 다카이치, ‘일본판 CIA’로 정보력 강화 첫발... 정보기관 70년 만의 대개편

국가정보회의 설치법 지난 27일 참의원 통과
총리 의장 회의체 신설… 사무국 역할하는 국가정보국
테러·사이버·허위정보 대응 명분… 안보·경제 정보전 대비
日 야권 “감시기관화 우려”… 日 정부 “사생활 침해 아냐”
외국 정보활동 대응·‘스파이방지법’ 논의로 확장

인싸잇=백소영 기자 ㅣ 일본에서 ‘일본판 CIA’로 불리는 국가정보국 신설 근거법이 성립되면서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의 정보기관 개편이 본격화하고 있다. 총리 관저 중심의 정보 컨트롤타워를 세워 안보·외교·경제안보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통합 관리하겠다는 구상으로, 일본 안보정책이 방위력 강화에 이어 정보력 강화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국가정보회의 설치법 성립… 총리 중심 정보체계 재편

 

<TBS>는 지난 27일 이번 법이 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국가정보회의를 설치하고, 그 사무국으로 국가정보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참의원 공개 자료에 따르면 참의원은 지난 27일 본회의에서 국가정보회의 설치법안을 찬성 다수로 가결한 결과, 투표 총수 245표 가운데 찬성은 187표, 반대는 58표였다. 국가정보회의는 정부의 의사결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보 수집·분석의 사령탑 역할을 맡는다.

 

국가정보국은 기존 내각정보조사실을 격상하는 방식으로 출범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경찰청·외무성·방위성·공안조사청 등 각 부처에 흩어진 정보를 총리 관저 중심으로 모아 안보·외교·경제안보 판단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일본 언론은 신설될 국가정보국을 ‘일본판 CIA’로 부르고 있다. 다만 이번 법으로 미국 중앙정보국처럼 독립적인 해외공작기관이 곧바로 설치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은 내각정보조사실을 국가정보국으로 재편해 정보 수집·분석·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 개편은 전후 일본 정보체계의 기본 틀을 바꾸는 조치로 평가된다. 일본은 1952년 내각총리대신관방조사실을 설치했고, 이 조직은 이후 내각정보조사실로 이어졌다. 국가정보국 신설은 기존 내각정보조사실을 격상해 총리 주도의 국가정보회의 사무국으로 재편하는 것으로, 일본 정보기관 체계가 약 70년 만에 큰 전환점을 맞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7월 출범 전망… 우선은 ‘정보 조정기관’ 성격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7일 일본 정부가 국가정보국을 이르면 오는 7월 약 700명 규모로 출범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존 내각정보조사실과 비슷한 규모로 출발한 뒤 단계적으로 인원을 늘리는 계획이다.

 

기존 내각정보조사실은 총리 관저에 국내외 정보를 보고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경찰청·외무성·방위성·공안조사청 등 각 기관이 생산하는 정보를 총괄 조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국가정보국은 이를 보완할 컨트롤타워로 추진됐다. 출범 이후에는 개별 부처가 생산한 정보를 단순 취합하는 수준을 넘어, 정부 전체의 정책 판단에 필요한 정보로 재가공하고 조율하는 기능이 강화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정보기관 개편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안보 환경 변화가 있다. 중국의 군사활동 확대, 대만해협 긴장,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가 겹치면서 독자적인 정보 판단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다카이치 “개혁의 첫걸음”… 정보력 강화 드라이브

 

<TBS>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27일 국가정보회의 설치법안을 두고 “인텔리전스 개혁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법안이 일본이 직면한 어려운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 기반 정비라는 설명도 내놨다. 다카이치 정권이 내세우는 명분은 테러, 사이버 공격, 허위정보, 외국 세력의 영향공작 대응이다. 전통적인 군사 위협뿐 아니라 선거 개입, 사회 혼란 조성, 경제안보 침투까지 정보기관의 대응 범위에 포함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일본은 안보정책 확장과 함께 방위비 증액, 반격능력 보유, 방위장비 이전, 사이버·우주·해양안보 강화를 동시에 추진해왔다. 정보력은 외교·안보 판단에서 정책 결정의 기초로 꼽히는 만큼, 국가정보국은 각 분야 정보를 총리 관저로 모아 정부 판단에 반영하는 장치로 기능하게 된다. 방위력 강화에 이어 정보력 강화를 제도화하려는 흐름이다.

 

日 야권 “감시기관화 우려”… 통제 장치가 쟁점

 

일본 언론들은 법안 심의 과정에서 야권이 개인정보 보호와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정보기관은 군사력·경찰력과 마찬가지로 강한 권한을 가진 국가 기능인 만큼, 활동 범위가 불명확하거나 외부 통제가 약할 경우 국민 인권, 개인정보, 언론 자유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다카이치 총리는 해당 법안이 새로운 수사권한이나 조사권한을 신설·확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가정보국이 정보 수집기관이라기보다 기존 정보를 종합·분석하고 조정하는 조직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정보기관의 기능이 확대되는 만큼 국회 감시와 제도적 통제 장치를 둘러싼 논의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정보 보호, 정치적 중립성, 국회 보고 범위 등이 향후 쟁점으로 남게 됐다.

 

 

외국 정보활동 대응까지 넓히는 정보기관 개편 논의

 

<TBS>는 지난 27일 다카이치 총리가 향후 대외정보조직 설치와 이른바 ‘스파이방지법’ 제정에도 의욕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지난 27일 국가정보회의 설치법 성립을 계기로 일본 정부가 ‘스파이방지법’ 논의를 본격화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또 <TV아사히>는 지난 8일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을 겨냥한 외국 정보기관의 공작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이 같은 부정한 간섭을 막기 위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국가정보국이 정부 내부 정보를 종합·조정하는 조직이라면, 대외정보조직은 해외 정보 수집 기능을 직접 담당하는 별도 축이 될 수 있다. 해당 경우 정보기관 개편 논의는 조직 정비를 넘어 외국 정보기관의 공작 활동, 국가기밀 유출, 경제안보 침투 대응 문제로 확장된다.

 

‘스파이방지법’도 같은 흐름에서 거론되고 있다. 국가기밀 유출과 외국 세력의 영향공작, 경제안보 침투를 막기 위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산케이신문 논설을 전재한 <JAPAN Forward>는 앞서 2023년 6월 29일 중국인 연구자의 산업기술 유출 사건을 계기로 일본에 기술 유출과 첩보 활동을 적발할 법률과 본격적인 방첩기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북한의 안보 위협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속에 정보 기능 강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국가정보국 신설 논의가 ‘스파이방지법’과 대외정보조직 신설 문제로 이어지는 배경이다. 다만 정보기관 기능과 방첩 법제가 함께 강화되는 만큼, 국회 차원의 통제 장치와 운용 범위를 둘러싼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日 안보정책, ‘방위력’에서 ‘정보력’으로 확장

 

국가정보국 신설은 일본 안보정책이 군사력 증강을 넘어 정보전 대응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은 이미 반격능력 보유와 방위비 증액을 통해 전후 안보정책의 변화를 추진해왔다. 여기에 국가정보국 신설이 더해지면서 안보정책의 축은 무기체계와 자위대 운용을 넘어 정보 수집, 분석, 영향공작 대응까지 넓어지고 있다.

 

최근 안보 환경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일본은 정보 판단 능력을 국가전략의 핵심 자산으로 보고 있다. 이번 법 성립으로 일본의 정보기관 개편은 내각정보조사실 중심 체계에서 국가정보회의와 국가정보국 중심 체계로 넘어가게 됐다.

 

향후 논의는 스파이방지법, 대외정보조직 신설, 정보기관 통제 장치 문제로 이어질 전망이다. 정보력 강화를 내세운 다카이치 정권의 안보 드라이브는 일본 내부의 감시기관화 우려와 맞물려 논쟁을 낳고 있지만, 불안정한 국제정세 속에서 방첩 역량과 정보 판단 체계를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중국의 군사활동 확대와 대만해협 긴장,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가 겹치는 가운데 다카이치 내각은 방위력 강화에 이어 정보력 강화를 국가전략의 한 축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다카이치 내각이 추진하는 정보기관 개편은 일본이 ‘정보국가’로 나아가는 전환점으로 평가되며, 향후 동아시아 안보 지형 속에서 일본의 정보전략 행보가 주목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