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의 변곡점(變曲點), ‘절차적 정당성’과 ‘현장 전문성’

인싸잇=유용욱 주필 | 대한민국 헌법 제 31조 4항이 규정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수호하기 위해 도입된 ‘정당 공천 없는 교육감 선거’가 주민직선제 도입 이후 오랜 세월을 거쳐왔다. 정당의 이해관계로부터 교육을 독립시키겠다는 취지는 숭고했으나, 오늘날 우리 앞의 현실이 남긴 성적표는 사뭇 무겁다.

 

 

기호와 정당이 사라진 자리에 ‘깜깜이 선거’가 고착화되었고, 정책 대결 대신 음성화된 진영 논리와 막판 단일화 셈법만이 선거판을 지배하는 역설을 낳았기 때문이다. 특히 제도적 검증 장치가 부족하다 보니 후보 난립으로 인한 표 분산은 고스란히 유권자의 몫이 되었다. 그동안 교육계 안팎이 이념 과잉의 우려 속에서 갈등을 겪는 사이, 교육 현장은 고충과 교실의 위기를 목격하면서도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그 구조적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지역 교육의 미래를 바로 세울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또 교육 정상화를 바라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최근 철저한 검증과 공정한 절차를 통해 정책적 정통성을 확보하려는 시도에 민심의 이목이 쏠리는 현상은 눈여겨볼 만하다.

 

반복된 불복과 분열의 역사, 잔혹사로 남은 ‘각자도생(各自圖生)’

 

그동안 이른바 중도·보수 진영을 비롯한 여러 세력은 매 선거마다 후보들 간의 내홍(內訌)과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각자도생으로 자신들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과오를 반복해 왔다는 지적을 받는다. 단일화를 추진하면서도 결과가 나오면 불복하거나, 아예 단일화 논의에 참여하지 않은 채 선거 막판에 독자 출마를 선언하는 일이 되풀이되기도 했다.

 

그 결과 표는 분산됐고 유권자들은 혼란을 겪었으며, 진영 내부의 갈등이 대의적 명분보다 앞서는 모순을 낳았다. 하지만 이번 선거 과정에서는 일부 지역이긴 하지만 나름 의미 있는 변화의 흐름도 감지된다. 시민사회와 교육계 일각이 뜻을 모아 검증 무대를 마련하고, 객관적 방식을 통해 대안을 도출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일부 이견과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러한 시도와 노력들 속에서 선거의 투명성과 합의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이같은 움직임은, 과정(過程)의 공정성을 담보하려는 민주적 이정표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할 것이다. 이는 해당 프로세스가 유권자들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최소한의 기준을 거쳤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번 선거가 특정 진영의 승패를 넘어, 우리 선거 문화가 시스템적으로 얼마나 성숙할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시험대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합의와 승복'의 가치… 절차적 정당성이 최우선이다

 

모든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한 인물 개인이 아니다. 어떤 후보든 공정한 경쟁과 대의적 합의 절차를 거쳐 도출된 결과를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중도·보수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어렵게 마련한 단일화 시스템을 도외시한 채 선거 때마다 각자가 대표성을 자처하며 표를 나누는 관행이 반복된다면, 앞으로 어떤 합의 노력도 유권자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선거는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 절차에 참여해 놓고 결과에 승복하지 않거나, 처음부터 논의에 동참하지 않은 채 뒤늦게 독자 노선을 걷는 행태가 계속된다면 이는 결국 스스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공정한 절차를 존중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것은 민주적 원칙을 지켜내는 중대한 가치를 갖는다. 최근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정통성 있는 대안을 중심으로 결집하려는 유권자들의 움직임 역시, 정보의 비대칭성과 혼란이 지배하는 깜깜이 선거를 극복하려는 유권자들의 합리적 판단이 발현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장 중심의 인물’, 교실을 아는 실무자 절실

 

그렇다면 왜 지금 교육 현장에 확고한 '현장 중심의 인물'이 요구되는가. 답은 결국 학교 현장에 있다. 대다수의 시민과 학부모들은 차기 교육감의 자질로 정치적 성향이나 외부 활동 경력보다 교육 일선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경험을 가장 중요하게 평가한다. 교육 행정이 또다시 정치적 정쟁의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초·중·고 교실의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우고 교육 환경을 실질적으로 혁신하기 위해서는, 이론에만 치우친 학자나 정치적 배경만을 앞세운 인물보다 학교 현장의 고충을 깊이 이해하고 교육 행정의 메커니즘을 파악하고 있는 ‘현장 중심의 실무형 교육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직접 호흡하며 정책을 논의해 본 경험이야말로 교육 행정 수장에게 필요한 가장 큰 자산이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이 서울 교육의 미래를 바꾼다

 

정당 공천이 없다는 제도의 맹점을 파고들어 교육마저 특정 진영의 정치적 수단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걸러내는 것은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표의 무분별한 분산은 결국 기존 교육 체제의 한계를 연장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공정한 절차를 통해 정통성을 확보하고, 교육 현장에 대한 전문성을 철저히 검증받은 대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보다 많은 유권자들이 스스로 집단지성을 발휘해 정치적 구호나 진영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절차적 정당성, 도덕성, 그리고 교육 전문성을 갖춘 지도자를 선택할 때 비로소 서울 교육의 정상화와 대한민국 교육의 진정한 혁신의 길도 새롭게 열릴 것이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 유용욱 주필

 

- 1993년 KBS 공채 19기

- KBS 전략기획실 성과평가부장

- KBS 법무실장

- KBS N 경영본부장

- 현) 인싸잇 경기 편집국장 및 공동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