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슈] 李 대통령 사전투표 논란 확산… “대통령에게만 다른 선거법인가”

기표소 밖 투표지 문의 장면 공개… 선관위 “위반 아냐”
공직선거법 ‘공개된 투표지 무효’ 규정 두고 해석 논란

인싸잇=전혜조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사전투표 장면을 두고 비밀투표 원칙 훼손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야권에서는 일반 유권자에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겠느냐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최근 미디어상에서 접할 수 있는 관련 영상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기표를 하던 중 기표소 밖으로 나와 선거사무원에게 질문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이게 동그랗게 완전하게 안 찍히고 이런 식으로 반만 찍히는데 괜찮나요”라고 물었고, 선거사무원은 “보여주시면 안 되고요”라고 답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이렇게밖에 안 찍혀서 괜찮나요” “오류가 되거나 그렇지 않고”라고 묻자 선거사무원은 “괜찮습니다”라고 답했고, 이후 이 대통령은 다시 기표소 안으로 들어가 투표를 마쳤다.

 

문제는 법 위반 여부를 떠나 현직 대통령이 비밀투표 원칙과 관련한 논란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공직선거법 제167조는 “투표의 비밀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3항은 선거인이 자신이 기표한 투표지를 공개할 수 없으며 공개된 투표지는 무효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공직선거법 제157조는 선거인이 기표한 뒤 투표지를 접어 투표함에 넣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현직 대통령이 기표소 밖으로 나와 투표용지와 관련한 질문을 했고, 선거사무원마저 “보여주시면 안 된다”고 제지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해당 행위가 선거법 위반은 아니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은 ‘공개된 투표지는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실제 기표 내용이 식별돼야만 공개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국민의힘은 “투표의 비밀 원칙을 훼손했다”며 이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현장 선거관리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및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선관위 해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공개된 투표지는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조문상 고의·과실 여부를 구분하지 않는다”며 “투표지를 펼친 상태로 들고 나와 타인이 볼 수 있는 상태가 됐다면 무효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반 유권자가 같은 방식으로 투표지를 펼쳐 들고 나왔다면 무효 처리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대통령이라고 해서 다른 기준이 적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법원은 투표 질서와 투표소 출입 문제를 엄격하게 판단해 왔다. 대구고등법원은 지난 2022년 투표를 마친 뒤 다시 투표소에 들어간 사람에 대해 공직선거법 제163조 위반을 인정했다(대구고법 2022노299).

 

당시 피고인은 투표소에 다시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단순히 법을 몰랐다는 사정만으로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 제163조 위반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한다.

 

물론 이번 사안은 투표를 마친 뒤 재입장한 사건은 아니어서 해당 판례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선거 절차와 투표 질서에 대한 법원의 엄격한 판단 기준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일반 유권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대통령도 저렇게 했는데 나도 해도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선거법은 대통령과 일반 국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률가 출신인 이 대통령이 굳이 기표소 밖으로 나와 투표지 관련 질문을 한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선관위 판단과 별개로 현직 대통령의 행동이 비밀투표 원칙을 존중하는 모습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