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이다현 기자 |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IPO) 공모가를 주당 135달러로 확정했다. 오는 12일(현지시각) 나스닥 상장을 통해 750억 달러를 조달하는 것이 목표로, 계획대로 진행되면 미국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IPO가 된다. “역대급 투자 기회”라는 기대와 “고평가 거품”이라는 경고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5억 5560만 주, 750억 달러 조달... 1조 7700억 달러 기업가치
스페이스X는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주당 135달러의 고정 공모가로 5억 5560만 주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75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로 이어지며, 인수단에는 추가로 8333만 주를 공모가에 매입할 수 있는 옵션이 부여됐다.
옵션이 행사되면 추가로 112억 달러가 확보된다. 공모가 기준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약 1조 7700억 달러로, 2019년 사우디 아람코의 기록(1조 7000억 달러)을 넘어선다. 현재 시가총액 1조 6000억 달러 수준인 테슬라보다도 크다.
나스닥 상장 티커는 SPCX이며, 6월 8일 주간부터 시작되는 투자자 미팅을 거쳐 12일 거래 개시가 예정돼 있다. 주관사는 골드만삭스를 필두로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 바클레이즈가 맡았다.
조달 자금은 세 개 핵심 사업 확장에 사용된다. 로켓·우주여행(스타십 개발 포함),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모바일 서비스, 그리고 xAI 합병 이후 본격화된 AI 컴퓨팅이다. 스페이스X는 이 세 분야를 합산한 시장 규모를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실질적 잠재 시장”이라고 주장하며 28조 5000억 달러로 추산했다.
투자설명회 전 공모가 고정, 이례적... 로드쇼 수요 “걷잡을 수 없는 수준”
이번 IPO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투자설명회(로드쇼) 개시 전에 공모가를 확정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IPO를 앞둔 기업은 희망 공모가 범위를 제시하고 시장 수요를 탐색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스페이스X는 이 절차를 생략하고 고정 가격을 먼저 제시하는 이례적인 방식을 택했다. 업계에서는 압도적인 수요를 확인한 상황에서 가격 협상 여지를 없앤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로드쇼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 3명은 투자 수요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IPO를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은 하루에 20통의 투자자 문의 전화를 받고 있는데, 이는 수요가 높은 IPO에서 통상적으로 나타나는 10~15통을 웃돈다.
전체 발행 주식의 약 30%가 개인 투자자에게 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 슈왑·피델리티·로빈후드·소파이·이트레이드를 통해 청약이 가능하며, 피델리티는 최소 청약 요건을 기존 10만 달러에서 2000달러로 낮췄다.
2025년 매출 186억 달러, 49억 달러 순손실... 스타링크가 수익성 유일 담당
스페이스X의 재무 상황은 엇갈린다. 스페이스X는 2025년 총매출 186억 74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3% 성장했다.
그러나 같은 해 순손실은 49억 4000만 달러에 달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42억 8000만 달러 순손실을 기록했다. S-1 공시에는 “순손실의 역사가 있으며 향후 수익성을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문구가 직접 기재됐다.
스타링크를 포함한 연결(Connectivity) 부문만이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스타링크는 올해 1분기 매출의 69%를 차지했다. 반면 우주 부문은 6억 1900만 달러 손실, AI 부문(xAI)은 25억 달러 손실을 냈다.
xAI와의 합병은 올해 2월 기업가치 1조 2500억 달러 규모로 마무리됐다. 또 xAI는 4월 테슬라 메가팩 2억 6900만 달러어치를 구입했으며, 테슬라는 스페이스X 주식 1899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IPO 공모가 기준 이 지분 가치는 25억 6000만 달러에 달한다.
모닝스타 “공모가의 절반이 적정”... 머스크 의결권 82% 유지
낙관론과 비관론이 선명하게 갈린다. 낙관론자들은 스타링크의 안정적 구독 매출, 우주 화물 수송 시장 80.5% 점유율, 나스닥100 편입에 따른 패시브 자금 유입을 근거로 든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 합병 가능성을 80% 이상으로 제시하며 “머스크의 AI 시장 지배력 확대를 위한 성배”라고 표현했다. 예측 시장 폴리마켓과 칼시는 내년 말 이전 합병 가능성을 각각 41%, 52%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모닝스타는 스페이스X의 적정 기업가치를 공모가의 절반 수준으로 제시하며 “상장 직후보다 더 매력적인 가격에 매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플로리다대 금융학 교수 제이 리터는 “‘일론 머스크 효과’가 IPO 수요를 끌어올리겠지만 장기 변동성도 키울 것”이라며 “머스크가 다른 주주보다 훨씬 큰 의결권을 갖는다는 점에서 상당한 하방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머스크는 상장 후에도 82% 이상의 의결권을 보유한다. 스페이스X가 계획대로 상장되면 머스크의 순자산은 현재 약 8233억 달러에서 1조 달러를 돌파하게 된다. 포브스는 머스크가 세계 최초 조만장자(trillionaire)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스페이스X의 IPO는 올해 예정된 앤트로픽, 오픈AI IPO와 함께 AI 관련 대형 상장 3연타 중 첫 번째다. 최종 공모가는 11일 확정 발표 후 12일 거래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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