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슈] 與도 꺼낸 재선거론… “문제 지역만 다시” 어디까지가 대상인가

투표용지 부족 사례 발표 때마다 증가
17곳→67곳→140곳… 재선거 범위 논란

인싸잇=전혜조 기자|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싸고 재선거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문제가 발생한 지역에 한해 재선거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만 투표용지 부족 사례가 당초 알려진 규모보다 계속 늘어나면서 실제 재선거가 추진될 경우 대상 범위를 어디까지 정할 것인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투표용지로 문제가 된 지역은 재선거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사전투표를 통해 2~3일 전에는 투표용지가 얼마나 더 필요할지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용지를 부족하게 공급했다”며 “선관위는 책임지고 재선거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희 의원도 같은 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전면 재선거 주장은 비상식적”이라면서도 “투표용지가 문제 된 지역만 재선거하자”고 밝혔다.

 

여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재선거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다만 당 지도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문제가 된 지역’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다.

 

선거 직후에는 투표용지 부족 사례가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선관위와 각 지역 선거관리기관, 언론 보도를 통해 관련 사례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를 사실상 다시 실시해야 한다며 재선거 실시를 위한 특별법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 투표가 일시 중단된 투표소, 대기 끝에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가 발생한 투표소 등을 어떤 기준으로 구분할 것인지에 따라 재선거 범위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일부 투표소의 관리 부실로 보였던 문제가 시간이 지날수록 선거관리 전체의 신뢰 문제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쟁점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단순히 일부 투표소의 현장 실수로 볼 수 있느냐는 점이다.

 

공직선거법 제151조는 투표용지와 투표함을 구·시·군선거관리위원회가 작성해 선거일 전일까지 읍·면·동선거관리위원회에 송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송부받은 읍·면·동선거관리위원장은 투표용지를 봉함해 보관했다가 투표함과 함께 투표관리관에게 인계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공직선거관리규칙 제71조의2도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투표용지는 후보자등록 마감일 후 2일부터 인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투표용지는 선거 당일 부족하면 외부에서 즉석으로 가져오거나 추가 주문할 수 있는 일반 인쇄물이 아니라, 사전에 작성·인쇄·송부·보관·인계 절차를 거쳐 관리되는 선거의 핵심 장치다. 따라서 일부 투표소의 단순한 현장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전투표가 이미 진행된 상황에서 선관위가 본투표 수요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전국 곳곳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만큼, 선거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번 논란을 두고 지난 2022년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당시 사고는 201동 상층부에서 발생했다. 사고 직후에는 붕괴된 동만 철거하거나 보강 공사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됐다. 실제로 붕괴되지 않은 다른 동의 경우 구조적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입주를 진행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HDC현대산업개발은 결국 사고가 발생한 201동뿐 아니라 화정아이파크 8개 동 전체를 철거한 뒤 전면 재시공하기로 결정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당시 “나머지 계약자들도 안전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며 “불안감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전체 철거와 재시공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물리적으로는 일부 동에서 사고가 발생했지만, 입주민들은 단지 전체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결국 회사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감수하면서 전면 재시공을 선택했다.

 

이번 선거 역시 문제가 발생한 일부 투표소만 다시 선거를 치르면 된다는 주장과, 선거 절차 전체에 대한 신뢰가 훼손된 만큼 보다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선관위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관리상 미흡한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이후 필요한 조치를 통해 투표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선관위 지휘부 교체만으로는 부족하며 선거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이재명 대통령 역시 국가 운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선거관리 실패에 대한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결국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전모가 전국 단위로 확인될 경우, ‘문제 지역만 재선거’라는 절충론만으로는 논란을 잠재우기 어려워 보인다. 일부 투표소의 관리 부실을 넘어 선거 절차 전반의 신뢰 문제가 제기된 만큼, 전면 재선거 요구와 선관위 개혁 논의는 더 거세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