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국적 투표용지 부족·사전투표 동일 득표수에 다시 떠오른 ‘부정선거론’… 정치권, 본질 짚을까

전국 91개 투표소서 투표용지 부족
장동혁 “자고 일어나면 숫자 늘어”
블록체인 투표 논의엔 보안 우려도
현장 유권자들 “부정선거·재선거·당일투표·수개표” 요구

인싸잇=백소영 기자 ㅣ 6·3 지방선거 본투표 당일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전국 단위 선거관리 실패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다. 당초 서울 일부 투표소 문제로 알려졌던 사안은 전국 91개 투표소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인천 일부 지역과 광주·전남 10개 지역에서 사전투표 동일 득표수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부정선거론이 다시 떠오르는 배경을 정치권이 제대로 짚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91곳서 용지 부족… 커지는 참정권 훼손 논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 등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이 실제 발생한 투표소는 전국 91곳으로 집계됐다. 부족한 투표용지는 7194장으로, 앞서 알려진 4726장보다 1.5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선관위는 추가 투표용지를 보낸 곳이 140곳, 실제 추가 용지를 사용한 투표소가 91곳, 투표가 일시 중단된 투표소가 26곳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단순한 용지 수급 차질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유권자들이 투표지를 받지 못해 장시간 대기했고, 투표가 일시 중단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선거관리의 기본은 유권자가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있는 만큼,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참정권 침해와 훼손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선관위 집계가 계속 바뀌는 상황을 두고 “자고 일어나면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뿐 아니라 사전투표 동일 득표수 논란까지 함께 거론하며 국정조사와 진상규명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재선거 특별법, 사전투표 제도 개편, 선관위 책임 추궁 등 후속 대응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번 사태에 대해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필요성을 밝혔다. 이어 “부정선거론하고 뒤섞여 있기는 하지만 좀 다르다”며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투표를 못 할 수가 있느냐”고 말했다.

 

정치권의 후속 논의는 이 대통령의 부정선거론 선 긋기보다 현장에서 제기되는 부정선거 의혹의 배경을 따지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일부 유권자의 투표권 행사가 지연되거나 제한됐고, 현장 대응과 투표함 이송 과정까지 논란이 된 만큼 의혹 제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투표용지 부족 원인과 수량 산정 책임, 현장 참정권 훼손 여부, 투표함 이송과 개표 절차의 적법성 등이 후속 논의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전투표 동일 득표수 논란까지 겹치며 ‘부정선거론’ 재점화

 

인천과 광주·전남 일부 지역에서 불거진 이른바 ‘데칼코마니 득표수’ 논란도 선거관리 불신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인천 송도1동과 송도2동 관내 사전투표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각각 3030표,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가 각각 1440표를 얻은 것으로 집계된 데 이어, 광주·전남 10곳에서도 유사한 동일 득표수 사례가 거론됐다. 선관위는 우연의 일치라는 입장이지만, 같은 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과 동일 득표수 논란이 함께 불거진 만큼 의구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부정선거론이 다시 제기되는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부정선거 여부를 단정하는 문제와 별개로, 선거관리 과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사안이 반복되면 유권자들은 절차 자체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투표용지 부족, 투표 중단, 투표함 이송 과정 논란, 사전투표 동일 득표수 논란이 한꺼번에 제기되면서 선거관리 전반에 대한 불신이 부정선거 의혹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다만 현장 유권자들의 문제 제기는 부정선거 여부에만 있지 않다. 국가가 국민의 한 표를 제때, 온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본질 흐리는 ’블록체인 투표’ 논의 급부상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전자투표 시스템이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투표 기록과 개표 결과를 분산원장에 남기면 위·변조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블록체인 투표 역시 선거 보안의 만능 해법으로 보기는 어렵다.

 

미국 MIT 연구진은 인터넷·블록체인 투표가 해킹, 유권자 단말기 감염, 비밀투표 훼손, 강압 투표, 대규모 장애 가능성 등 새로운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자투표는 기록의 투명성을 내세우지만, 유권자가 사용하는 기기와 네트워크 환경이 공격받을 경우 투표의 비밀성과 검증 가능성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블록체인 기술 부재가 아니다. 본투표 당일 필요한 투표용지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것이 핵심인데, 이를 곧바로 전자투표나 블록체인 투표 논의로 연결하는 것은 책임 규명보다 기술적 처방을 앞세워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투표용지발급기 도입이나 전자투표 시스템 논의가 재발 방지 대책의 하나로 검토될 수는 있다. 그러나 책임 규명보다 기술적 처방이 앞서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현장에서 제기된 문제는 투표 방식의 불편함보다 투표권 행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됐다는 데 있다. 종이투표냐 디지털투표냐의 문제가 아니라, 선거관리 당국이 국민의 참정권을 제대로 보장했느냐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현장서 먼저 나온 재선거 요구… 정치권 후속 논의 주목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와 올림픽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인근에서는 태극기를 든 시민들이 투표함 반출과 개표 강행에 항의했다. 이 장면도 같은 맥락에서 거론된다. 현장에 모인 시민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선거 행정 사고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절차의 위기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잠실 개표소 앞에 모인 시민들은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를 외치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과 선거관리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재선거 요구는 정치권의 제도 논의보다 앞서 현장 유권자들 사이에서 먼저 제기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일부 유권자의 투표권 행사가 지연되거나 제한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선관위의 설명만으로는 의혹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이는 특정 정당의 유불리를 따지는 차원을 넘어, 투표 절차 자체의 신뢰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장 문제 제기는 해외 인사들의 움직임과 맞물리며 더 주목받고 있다. 모스 탄 전 미국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와 더글라스 프랭크 박사는 6·3 지방선거를 전후해 한국을 찾아 이른바 ‘한미 부정선거 공동조사단’ 활동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랭크 박사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잠실7동 현장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에서도 선거 절차를 둘러싼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우편투표와 개표 지연을 둘러싼 부정선거 논란이 다시 부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캘리포니아 예비선거와 로스앤젤레스 시장 선거 개표 지연을 문제 삼으며 우편투표를 통한 부정 의혹을 제기했다. 다만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선거 전문가들은 우편투표 비중이 큰 지역의 개표 지연은 제도상 발생할 수 있는 절차라며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선거 절차와 개표 방식에 대한 불신이 동시에 제기되는 상황에서, 한국 정치권의 후속 대응도 단순한 기술 도입이나 제도 개편 논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 유권자들의 재선거 요구와 참정권 침해 논란을 비껴갈 경우,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원인과 현장 대응 과정, 투표함 이송과 개표 절차, 참정권 침해 여부에 대한 진상 규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선관위가 유권자의 한 표를 제때 보장했는지, 문제가 발생한 뒤 책임 있는 설명과 조치가 이뤄졌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부정선거론이 다시 제기되는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선거관리 신뢰가 흔들릴 경우 국민은 결과 이전에 절차를 의심하게 된다. 정치권이 현장 유권자들의 재선거 요구와 참정권 침해 논란을 어떻게 다룰지가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진상 규명보다 기술 도입이나 제도 개편 논의가 앞설 경우, 부정선거 의혹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