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이다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예고했다가 실행 3시간을 앞두고 전격 취소하고 종전 협상이 임박했다고 선언했다. 미군이 출격 준비를 완료한 상태에서 나온 결정으로, 이스라엘조차 사전 통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공습 예고, 오후 1시 28분 돌연 취소... 하루에 180도 뒤집어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각) 오전 트루스소셜에 “이란의 해·공군 및 방어 능력이 이미 무력화됐다”며 “오늘 밤 이란을 매우 강력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요충지인 하르그섬과 가스 인프라를 장악해 베네수엘라처럼 석유 시장을 완전히 통제하겠다는 위협도 덧붙였다. 동시에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양측이 여전히 협상 중이라고 밝히는 등 엇갈린 메시지를 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1시 28분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돌연 공습 취소를 선언했다. “이란 이슬람 공화국과의 논의가 이란 지도부 최고위급까지 올라가 승인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미군은 공격용 탄약 장착을 완료하고 대통령의 최종 출격 명령만 기다리던 상태였다. 이번 작전은 지난 9일 이란 드론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미군 아파치 헬기를 격추한 데 대한 보복 공습을 연장하는 성격이었다.
군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과 달리 하르그섬은 실제 공습 목표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하르그섬 점령은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하고 미군 사상자 위험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르그섬 점령 가능성에 대해 이란과의 종전 합의 가능성에 따라 “현재로선 보류(off the table)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 중부사령부 소속 31해병원정대와 11해병원정대에서 수천 명의 해병대원이 함선 4척에 탑승 중이다.
“훌륭한 종전 합의” 선언했지만... 이란 “최종 결론 없다” 즉각 반박
트럼프 대통령은 취소 선언 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란과 훌륭한 종전 합의(great settlement)를 이뤘다”고 밝혔다. “이란은 핵무기를 절대 보유하지 못하게 될 것이며 이것이 우리가 이 모든 것을 감내한 궁극적 목적”이라며 “문서들이 최종적으로 조율되는 단계”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실제 종전 양해각서(MOU) 서명과 동시에 즉시 개방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JD 밴스 부통령이 유럽에서 열릴 서명식에 참석할 수 있다고 했고 이르면 이번 주말이나 내주 초 서명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본인은 서명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 측은 즉각 반박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이는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수차례 입장을 번복했다고 비판하며 서명 일정과 장소에 관한 보도를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일축했다. 악시오스는 테헤란 관계자들을 인용해 핵심 쟁점들이 아직 미해결 상태이며 이란 지도부가 어떤 MOU에도 최종 승인을 내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카타르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 국왕은 트럼프의 합의 발표를 확인하지 않으면서도 “중재 노력이 진행 중인 협상 틀 안에서 논의 중인 제안들의 진전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카타르 대표단은 이날 테헤란에서 돌아와 미-이란 협의 중인 초안에 포함될 새로운 문안을 가져온 것으로 전해졌다.
네타냐후 사전 통보 없이 충격... 공화당 강경파도 우려
CNN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공습 취소 사실을 사전에 전혀 전달받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소식을 접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트럼프의 합의 발표에 대해 감사를 표하면서도 “이스라엘은 MOU의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공화당 강경파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레드라인(양보 불가능한 요구사항)을 충족하고 JCPOA와 근본적으로 다른 외교적 해결책에 도달했기를 바란다”며 “이란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이란과 합의된 모든 협정은 의회 검토 및 승인을 위해 제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JCPOA는 2015년 오바마 행정부가 타결한 이란 핵 협정으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탈퇴한 바 있다.
2월 28일 개전 이후 3개월 반... MOU 서명 후 60일 협상 전망
이번 사태는 올해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공습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약 3개월 반 만의 최대 외교적 진전이다. 4월 초 취약한 휴전이 성립됐으나 이후 양측이 여러 차례 교전을 반복해왔다.
CBS뉴스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MOU 또는 의향서(LOI) 서명이 이뤄진 후 60일간 지속적 효력을 갖는 최종 합의를 위한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협상 기간은 필요시 연장될 수 있다.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MOU에 원칙적·선언적 문구가 포함되되 고농축 우라늄 처리·핵시설 해체·농축 프로그램 유지 여부 등 세부 논의는 MOU 서명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은 미국의 요구대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해제하거나 핵 프로그램을 해체하는 것을 거부해왔고, 미국은 이란이 선요구 사항으로 내건 대이란 제재 즉각 해제 요청을 거부해왔다.
양측 협상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두 나라 간 이견이 좁혀지고 있다는 기대가 나오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합의가 임박했다고 밝혔다가 협상이 교착된 바 있다.
미 해군의 이란 항구 봉쇄는 “거래가 완료될 때까지” 유지된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번 주 걸프만에서 이란산 석유를 운반하려다 봉쇄를 돌파한 기니비사우 국적 유조선 잘비어(M/T Jalveer)호를 헬파이어 미사일 2발로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인도인 선원 20명이 승선해 있었으며 전원 안전하게 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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