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백소영 기자 ㅣ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영국을 방문해 일본·영국·이탈리아의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사업인 GCAP(Global Combat Air Programme·글로벌 전투항공 프로그램) 개발비 분담 문제를 논의할 전망이다. 영국의 재정 부담으로 장기계약 체결이 지연되면서 일본 내에서는 2035년 배치 목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英, 60억 파운드 부담 검토… 첫 계약은 3개월 단기
지난달 19일 <TV아사히>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지난달 18일 보도를 인용해 영국 정부가 GCAP 개발을 위해 60억 파운드, 일본 보도 환산 약 1조 2700억 엔 규모의 자금을 부담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GCAP는 일본, 영국, 이탈리아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차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이다. 일본 항공자위대의 F-2 전투기와 영국·이탈리아가 운용 중인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후계 기종으로, 2035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개발 주체인 에지윙은 지난 4월 2일 GCAP 국제기관이 에지윙과 첫 국제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에지윙은 영국 BAE시스템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일본 항공기산업진흥 주식회사가 참여한 3국 합작회사로, 이번 계약에 따라 초기 설계와 개발 업무를 맡는다.
다만 첫 계약은 장기계약이 아닌 6월 말까지 3개월짜리 단기계약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TV아사히>는 이 같은 단기계약의 배경으로 영국의 재정 사정을 지목했다. 영국 정부가 장기 방위투자계획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대형 방위사업인 GCAP 계약도 단기 형태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일본 측은 단기계약이 반복될 경우 개발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TV아사히>는 지난달 19일 <파이낸셜타임스>를 인용해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이 영국 측 인사와의 회담에서 단기계약이 아닌 장기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명확히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다카이치, 英 스타머와 회담… 개발비 문제 의제 오를 듯
일본 외무성은 12일 다카이치 총리가 오는 13일부터 18일까지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14일 런던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회담하고, 15일에는 로마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만날 예정이다.
이번 순방은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 G7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이뤄지는 유럽 방문이다. 일본 외무성은 영국과의 회담에서 경제안보, 첨단기술, 안보 분야 협력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GCAP가 일·영·이탈리아 3국의 대표적 안보·방산 협력 사업인 만큼, 개발비 분담과 장기계약 문제가 정상 간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일본 입장에서 GCAP는 단순한 전투기 개발 사업을 넘어선다. 미국 의존도가 높았던 방위장비 개발 구조에서 벗어나 영국·이탈리아와 함께 차세대 항공전력과 방산 기술을 확보하는 대형 안보 프로젝트라는 의미가 있다.
일본 방위성도 차세대 전투기 개발을 항공 우세 확보와 자국 전투기 제조 기반 유지가 걸린 핵심 사업으로 보고 있다. 영국의 예산 확약이 늦어질 경우 일본의 F-2 후계기 확보 일정뿐 아니라 일본 방산 산업의 기술 축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일본이 영국 측에 개발비 분담과 장기계약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차세대 전투기 개발은 초기 설계와 인력 운용이 중요한 만큼, 계약 구조가 불안정해질 경우 사업 전체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伊, 초기 예산 승인… 남은 변수는 英 재정 확약
지난 2월 12일 <로이터>는 이탈리아 하원 국방위원회가 GCAP 초기 단계에 87억 7000만 유로를 투입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예산은 2037년까지 집행되는 구조다.
반면 영국은 방위비 증액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재정 여력과 우선순위 조정을 놓고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지원, 핵 억지력 유지, 해군 전력 확충 등 기존 방위 지출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GCAP 같은 장기 대형 사업의 재원 확정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GCAP는 유럽과 인도태평양 안보 협력을 잇는 상징적 사업으로 평가된다. 영국과 이탈리아는 유럽 방산 기반을, 일본은 인도태평양 안보축을 대표한다. 세 나라가 공동 개발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경우 3국 방산 협력의 대표 사례가 될 수 있다.
다만 장기계약 없이 단기계약만 이어질 경우 안정적인 설계와 인력 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일본이 영국에 개발비 분담을 서둘러 확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 3국 안보협력의 지속 가능성을 확인하려는 성격도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이번 영국 방문은 GCAP 사업의 향후 일정과 재원 조달 문제를 점검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영국이 재정난을 이유로 장기계약 체결을 늦출 경우, 일본의 우려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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