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이다현 기자 | 지난해 10월 광주소방본부 소속 20대 여성 소방공무원 A씨가 사망한 사건이 직장 내 음주 강요·갑질·감찰 묵살 의혹으로 8개월 만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국무조정실에 조사를 지시했고, 국조실은 11일 즉각 착수에 들어갔다.
올해 결혼 앞두고 숨져... “술 못 마시는데 음주 참석 압박”
A씨는 결혼을 앞두고 있었으나 지난해 10월 전남의 한 지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공노총 소방노조)은 A씨가 생전 상급자로부터 음주 참석 압박과 사적 심부름 지시,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11일 유족이 공개한 약혼자 B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는 A씨가 “여기 미쳤다. 술을 너무 빨리 마신다. 오자마자 소맥(소주+맥주) 4잔 원샷” “(상급자가) 둘이 노래방에 가자고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나 노래방 가야 될 것 같은데. C님이랑 둘이… 가시고 싶다는데…”라는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부적절한 회식 문화 의혹이 제기됐다.
사망 일주일 만에 ‘연인 문제’ 적시 공문... 감찰 5개월 거부
논란은 광주소방본부의 사후 대응에서 더 불거졌다. 광주소방본부는 A씨가 숨진 지 일주일 만인 지난해 10월 10일 결재한 사망 면직서 공문에 고인의 심리상담 내용을 인용하며 ‘남자친구와의 관계 어려움 호소’라는 문구를 기재했다.
유족은 이 문구가 사망 원인을 개인적 연인 문제로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문서가 내부 인사 시스템에 공개 상태로 게시되면서 조직 내에서 소문이 번졌고 약혼자 B씨 등 유족이 2차 피해를 입었다고 강조했다.
약혼자 B씨는 이후 광주소방본부에 감찰을 요구했으나 본부는 5개월 넘게 조사에 나서지 않았다. 유족이 소방청을 직접 찾아가자 소방청이 감찰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지난 5월 소방청에 직접 감찰을 요청했고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소방노조 “20년 넘게 바뀌지 않은 구시대적 악습”
공노총 소방노조는 11일 광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진상규명과 조직문화 개선을 촉구했다.
이창석 소방노조 위원장은 “20년 넘게 소방 조직에 몸담았지만 신입 시절 존재하던 구시대적 악습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음주 강요와 직장 내 괴롭힘 의혹, 감찰 부실 의혹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고인의 죽음은 단순한 개인사가 아니라 소방조직 안에서 노동자의 생명과 존엄이 제대로 보호됐는지를 묻는 사건”이라며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 중단을 요구했다.
이 대통령 “징계·형사처벌·손해배상 구상청구까지 최대치 문책”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엑스(X·옛 트위터)에 관련 보도를 공유하며 “아직도 이런 구태 공직자들이 있다니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회식 음주 강요 등 소방관의 사망 원인과 경위는 물론 감찰 조사 요청 묵살 경위까지 철저히 조사하되, 조사 주체는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소방청이 아닌 국무조정실로 하겠다”고 지시했다.
이어 “조사 결과 음주 강요와 감찰 조사 요구 묵살이 사실로 드러나면 징계는 물론 형사처벌에 민사 손해배상 후 구상 청구까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문책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국무조정실은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 지시에 따라 광주소방본부 소속 20대 여성 소방공무원 사망 사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조실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음주 강요, 유가족의 감찰 조사 요구 묵살 여부 등을 최대한 신속히 조사해 사실관계를 명명백백하게 밝힐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광주소방본부는 국조실 감찰에 협조하고 조직문화 실태조사와 개선 대책을 마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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