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앤트로픽 최상위 AI ‘외국 국적자 접근 전면 제한’

미토스5·페이블5 수출통제 대상 지정
韓 정부·기업 참여 보안 프로젝트도 영향

인싸잇=전혜조 기자|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의 최상위 AI 모델인 ‘미토스5(Mythos 5)’와 ‘페이블5(Fable 5)’에 대한 외국 국적자 접근을 전면 제한하면서 AI 산업 전반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악시오스(Axios)와 더버지(The Verge),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미토스5와 페이블5를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하고 외국 정부와 기업, 개인의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에 앤트로픽은 공식 성명을 내고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 권한을 근거로 미국 안팎의 모든 외국 국적자에 대한 페이블5와 미토스5 접근 중단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해외 이용자뿐 아니라 미국 내 거주 외국인과 앤트로픽 소속 외국 국적 직원에게도 적용된다. 앤트로픽은 “정부 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모든 고객에 대한 페이블5와 미토스5 접근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페이블5의 안전장치 우회 가능성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탈옥(jailbreak)’은 AI에 설정된 제한을 우회해 원래 허용되지 않는 답변이나 기능을 끌어내는 기법이다. 정부는 특정 방식의 질문을 통해 페이블5가 소프트웨어 취약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앤트로픽은 정부 조치가 과도하다고 반박했다. 앤트로픽은 성명에서 “정부가 문제 삼은 사례는 이미 알려진 소수의 경미한 취약점을 찾아내는 수준”이라며 “다른 공개 AI 모델들도 동일한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까지 광범위하게 안전장치를 우회할 수 있는 탈옥 방식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제시한 사례 역시 특정 코드의 결함을 찾는 제한적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앤트로픽은 미국 정부와 영국 AI안전연구소(AISI), 외부 보안기관 등이 수천 시간에 걸쳐 레드팀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페이블5의 안전장치가 기존 모델보다 강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기준이 업계 전반에 적용된다면 모든 최첨단 AI 모델의 출시가 사실상 중단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업계가 이번 사안을 주목하는 이유는 미국 정부가 최첨단 AI 모델에 대해 수출통제 방식을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점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 등을 대상으로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반도체(H100·H200)와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을 제한해 왔다. 그러나 AI 모델 자체를 국가안보를 이유로 직접 수출통제한 사례는 사실상 처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악시오스는 이번 조치가 특정 기업에 대한 규제를 넘어 AI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AI 모델 허가제의 시작”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조치가 선례가 될 경우 오픈AI와 구글, 메타 등 다른 AI 기업들의 차세대 모델에도 유사한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조치는 국내 정부와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앤트로픽이 운영하는 글로벌 사이버보안 협력체 ‘프로젝트 글래스윙(Project Glasswing)’에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최근 미토스5 접근 권한을 확보했지만, 이번 수출통제로 실제 활용에는 차질이 예상된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AI가 반도체 및 군사안보기술과 동일한 수출통제 자산으로 다루어지는 ‘테크 국경의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미국 조치로 AI 활용은 차단되고 반도체 제조에 편중된 산업 생태계의 구조가 지속된다면 우리는 AI 인프라 하청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며 “국산 거대언어모델 육성과 AI 핵심 인재 양성, 범정부 AI 전략 컨트롤타워 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AI 패권 경쟁이 반도체를 넘어 AI 모델 자체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첨단 AI 모델이 국가안보 자산으로 분류되기 시작하면서 AI 기술 주권을 둘러싼 각국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