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대형 버스 ‘그랜버드’ 사업 철수… 노사 간 갈등 불가피

인싸잇=이서호 기자 | 기아가 대형 버스 사업에서 철수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판매량 둔화와 친환경 규제가 맞물린 탓이다. 이에 고용 불안을 우려한 노동조합이 사측에 강경 대응을 예고하면서 노사 갈등이 시작될 조짐이다.

 

 

18일 기아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 17일 열린 노사 고용안정위원회 회의에서 대형 버스 ‘그랜버드’ 생산을 1~2년 뒤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노조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 첫 출시된 그랜버드는 기아 전신인 아시아자동차 시절부터 생산되어 카니발, 쏘렌토와 함께 기아를 대표하는 장수 모델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 생산 중단이 현실화되면 기아의 버스 사업은 막을 내리고, 현대차그룹의 대형 버스 생산은 현대차에 집중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대형 버스 시장이 정체되어 친환경차 규제 강화가 기아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자동차 시장은 배출 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차 전환 속도가 빨라지는 추세다. 이는 승용차가 아닌 대형 상용차도 똑같이 적용되는 사안이다.

 

시장의 요구를 해결하려면 배출가스 관련 장치들을 새로 개발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반면 그랜버드 판매량은 내수와 수출 합산 기준 최근 수년간 연평균 1000대 안팎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량이 저조한 상황에서 기아는 해당 사업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이번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기아가 버스 사업을 중단하면 해당 사업은 현대차그룹 내에서 현대차가 도맡을 계획이다. 현대차는 전기버스 ‘일렉시티’와 ‘일렉시티 수소전기버스’ 등으로 친환경 버스 시장에서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이 같은 사측의 입장에 대해 노조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전국금속노조 기아지부 광주지회는 이날 ‘고용대책 없는 버스 생산 중단 선언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긴급성명서를 냈다.

 

노조 측은 성명서를 통해 모든 노사 협의를 전면 중단하고, 7월 특근협의 또한 전면 중단할 것을 선언했다. 아울러 사측이 광주공장과 하남공장의 미래고용 보장 방안과 중장기 운영계획을 책임 있게 제시하기 전까지 어떠한 협의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 대응 방침을 예고했다.

 

그랜버드는 기아 오토랜드 광주에서 생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랜버드의 생산 중단이 실현되면 이를 담당하던 인력들의 고용유지와 업무 재배치가 노사 간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기아가 버스 사업 대신 목적기반차량(PBV) 사업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PV5를 시작으로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일 PBV 라인업은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중장기 전동화 전환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는 비효율적인 제품군을 덜어내고 그룹의 친환경 미래차 전략에 맞추도록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