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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잇=전혜조 기자 ㅣ 2023년 1월, 대장동 사건으로 검찰 소환을 앞둔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수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검찰이 공소장에 담은 핵심 근거 가운데 하나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의 진술이 거론되자, 이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뭐 하더라고 들었다가 증거가 되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형사소송법에 그런 것은 증거가 아니라고 쓰여 있다”고 말했다.
유동규 씨 진술 가운데 직접 경험이 아닌 제3자 전언이 포함됐다면 전문증거에 해당하고, 형사소송법상 엄격한 제한을 받는다는 의미였다.
이 말은 법리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형사소송법 제310조의 2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을 대신해 작성된 서류나 법정 밖에서 들은 타인의 말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은 원칙적으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같은 법 제311조부터 제316조까지 정한 예외를 충족하지 않는 이상 전문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 형사재판은 ‘그렇다더라’가 아니라 법정에서 직접 검증된 증거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형사소송법의 기본 원칙이다.
그런데 불과 1년여 뒤, 이 대통령이 강조했던 그 원칙은 ‘연어 술파티’ 의혹 앞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2024년 4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자신의 대북송금 사건 재판에서 이른바 ‘수원지검 연어 술파티’ 의혹을 제기했다. 수원지검 검사실 앞 방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과 함께 있었고, 외부 음식과 술이 제공됐으며, 검찰의 회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민주당은 이 주장을 검찰의 회유·조작기소 의혹으로 확대했다. 이 의혹은 이재명 대통령이 연루된 대북송금 사건 수사·기소가 조작됐다는 정치적 공세로 이어졌고, 박상용 검사 탄핵소추 청문회와 조작기소 국정조사, 특검 요구로 번졌다.
그러나 의혹을 뒷받침하는 직접증거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청문회에 출석한 교도관들은 이 전 부지사가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본 적도, 술 냄새를 맡은 적도 없다고 증언했다. 현장을 직접 관리했던 사람들의 증언은 ‘연어 술파티’를 확인해 주지 못했다.
반면 의혹의 근거로 제시된 내용 가운데는 “동료 재소자가 이화영에게 술을 마셨다는 말을 들었다”는 진술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직접 목격이 아니라 전해 들은 말을 다시 전달한 재전문진술이다. 형사소송법이 가장 엄격하게 제한하는 영역이다. 원진술자가 실제 그런 말을 했는지, 전달자가 정확하게 들었는지, 전달 과정에서 과장이나 왜곡은 없었는지 모두 법정에서 검증돼야 한다.
대법원은 과거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의 증거 능력 등에 관해 전문법칙을 엄격하게 적용했다.
안 전 수석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들은 내용을 직접 적은 업무수첩조차 박 전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의 대화 내용을 인정하는 간접증거로 쉽게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전문증거를 간접증거라는 이름으로 우회해 인정하면 형사소송법의 전문법칙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의 이런 판단에 비춰보면, “동료 재소자가 이화영에게 들었다”는 재전문진술은 더욱 엄격하게 검증돼야 한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현장을 직접 관리했던 교도관들의 증언보다 전언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조작기소를 주장하며 국정조사와 특검까지 추진했다. 대법원이 경계했던 전문법칙의 위험을 입법부가 오히려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결국 국회에서 정청래 당시 법제사법위원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연어 술파티가 있었는지를 물었고, 이 전 부지사는 “있었다”고 답했다.
이 국회에서의 증언은 위증 혐의로 기소됐고 국민참여재판까지 진행됬다. 직접증거가 부족했던 의혹이 국회 질의를 거치며 또 하나의 형사재판으로 이어진 것이다.
국민참여재판을 거친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와 법리를 종합해 이 전 부지사에게 위증 혐의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판결 이후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배심원 7명 가운데 3명이 무죄 의견을 냈으니 실질적 무죄”라는 주장을 내놨다.
국민참여재판 결과를 해석하는 방식도 모순적이었다. 배심원 3명의 무죄 의견은 “실질적 무죄”의 근거로 삼으면서, 정작 유죄 평결과 판결에 대해서는 “배심원은 법률전문가가 아니다”라는 논리를 꺼냈다. 배심원 판단을 필요한 부분만 인용하고, 불리한 부분은 전문성 부족으로 돌린 셈이다.
형사재판의 결론은 정치적 해석이 아니라 판결로 정리된다. 판결이 부당하다고 판단한다면 항소심에서 법리와 증거로 다투면 된다. 그러나 유죄 판결을 “실질적 무죄”라고 부르는 것은 법률 용어가 아니라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
이재명 대표가 2023년 했던 말은 지금도 옳다. “뭐 하더라고 들었다가 증거가 되느냐.” 바로 그 기준이 ‘연어 술파티’ 의혹에도 적용됐어야 했다.
형사소송법을 가장 엄격하게 존중해야 할 입법자들이 직접증거보다 전언과 재전문진술을 앞세우고, 사법부의 유죄 판결마저 정치적 언어로 덮으려 한다면 법의 원칙을 훼손한 것이다.
서영교 의원을 비롯해 이런 주장을 펼친 여당 소속 정치인들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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