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슈] ‘빅쇼트’ 마이클 버리 “韓 대규모 반도체 투자, 종말의 시작”

인싸잇=이서호 기자|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영화 ‘빅쇼트’에서 실제 모델로 알려진 마이클 버리가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과열된 반도체 시장에 경고를 내놨다. 마이클 버리는 최근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발표한 사안을 두고 AI 반도체 랠리의 정점으로 해석하고 “종말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버리는 지난달 30일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에 엔비디아와 테슬라, 캐터필러,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 아이셰어즈 세미컨덕터(SOXX) 등에 대한 새로운 숏 포지션을 공개했다. AI 열풍이 시들어 관련 회사들의 주가가 하락하면 수익을 내는 상품에 투자한 것이다.

 

버리의 이번 결정은 최근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발표 소식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5000억 달러(약 771조 35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대규모 반도체 생산 거점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대규모 투자 소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관련 회사 주가들도 상승했으나, 버리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봤다. 오히려 그는 “최근 증시 랠리의 직접 원인은 한국에서 발표된 대규모 투자”라며 “나는 이를 종말의 시작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 반도체 주요 기업들과 정부가 함께하는 대규모 투자는 시장에 공급 과잉을 일으키고 회사에 수익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어 버리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200일 이동평균선보다 약 65%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 점을 설명하며, 이는 지난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관측됐던 위험한 수준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버리는 그동안 일부 AI 대장주들의 몸값이 과도하게 뛰었다고 진단하면서 시장이 그 위험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

 

버리의 경고와 함께 메타가 AI 인프라의 남는 컴퓨팅 자원을 판매하겠다는 보도가 나오자 시장은 이를 AI 과잉 투자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지난 1일 반도체 등 AI 관련주로 꼽히던 마이크론(-10.57%)과 샌디스크(-10.62%), 인텔(-9.03%), AMD(-6.89%) 등은 줄줄이 하락했다. 엔비디아도 1.25% 하락 마감했다.

 

글로벌 AI 투자 확대로 수혜를 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도 같은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각각 9.06%, 14.57% 하락한 28만 6000원, 218만 7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버리의 의견에 반대하는 입장이 나오고 있다. 버리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이후 테슬라 공매도와 지난 2023년 미국 증시 하락에 베팅한 대규모 풋옵션 투자 등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