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진 칼럼] 언플로 흥한 자, 언플로 망한다: 한동훈의 나르시시즘 정치가 불러온 고립

인싸잇=심규진 | 정치인은 언론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언론을 국민과 소통하는 창구가 아니라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는 수단으로만 활용하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언론은 자산이 아니라 부채가 된다.

 

 

정치의 본질은 메시지와 행동인데, 행동보다 연출이 앞서고 진정성보다 노출이 앞서면 국민은 결국 그것을 간파한다. 한동훈의 정치는 지금 그 뼈아픈 역설을 증명하고 있다.

 

과거 한 카메라 기자는 기자의 생리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남의 불행은 우리의 한 꼭지, 더 큰 불행은 우리의 두 꼭지.”

 

이처럼 사건 현장에서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 헤매는 언론의 비정한 공식을 가장 노골적으로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인물이 바로 ‘서초동 편집장’이라는 별칭을 가진 한동훈이 아닐까 싶다.

 

그의 언론플레이(언플)는 이제 도를 넘었다. 특히 장동혁 대표의 가족상에서 보여준 행태는 정치적 금도를 완전히 짓밟았다.

 

당시 부고는 상주인 90년대생 장동혁 대표의 어린 딸과 사위의 이름으로 나갔고, 장 대표는 개인적인 아픔을 극도로 절제하며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

 

장 대표와 개인적으로 가까운 인사들조차 대표를 배려해 빈소 방문을 자제할 정도였다. 장 대표의 정치 일정이 멈추자 자연스레 대표 일정을 따라가는 대변인단과 취재하던 유튜버, 기자들에게 소소하게 알려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한동훈은 박정하 의원과 함께 나타났다. 더군다나 ‘친한동훈’ 매체 기자들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상주에게 예를 표하기도 전에 한동훈의 등장만을 기다리며 진을 쳤다. 오로지 ‘한동훈, 장동혁 위로했다’는 헤드라인의 ‘대인배 언플’을 찍어내기 위함이었다.

 

10여 분간 장례식장에 머문 한동훈은 이준석이 ‘꾸러기 표정’이라고 비하했던 포즈를 취하면서 테이블을 돌며 인사를 다녔다는 후문이다.

 

이는 이준석이 미리 양해를 구하고 2시간 넘게 머물며 조용히 예를 다한 처신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장 대표 측이 “상주들이 너무 어리고 비극적인 일이니 제발 기사화하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요청했음에도, 조선일보는 이를 무시하고 [여의도 비하인드]라는 가십성 기사로 이들의 슬픔을 소비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한동훈의 이중성이다. 빈소에서는 위로하는 척 대인배 연기를 하더니, 이후 이어진 언론 인터뷰에서는 장 대표를 향해 “괴기스럽다”는 인신 모독성 발언을 쏟아냈다.

 

조문을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삼고, 동시에 상대의 아픔에는 어떤 진성성 있는 배려도 없이 수준 이하의 모욕적인 언어를 쓰며 정적을 공격한 것이다.

 

이는 지난 당 대표 단식장 방문을 거부해 인간성 논란을 빚었던 과거를 ‘조문 쇼’로 덮으려 했던 얄팍한 수작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상가는 위로의 공간이지 정치적 상징을 만들기 위한 무대가 아니다. 언론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치인의 행보를 보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유가족의 슬픔보다 정치적 가십을 앞세운 보도는 공감을 얻기 어렵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언플 정치’가 불러온 역풍이다. 국민은 이제 연출보다 일관성을 본다.

 

한동훈의 무리한 언플이 반복될수록 중도층과 보수층 모두에게서 피로감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MBC 등 매체들이 보수 내부의 갈등과 한동훈의 진정성 없는 행태를 집중 조명하면서, 구도는 ‘장동혁 대 한동훈’이 아닌 ‘한동훈의 나르시시즘적 언플 대 좌우 통합 역풍’으로 재편되었다.

 

한동훈은 장동혁을 공격하면서 중도나 좌파들의 호의를 얻지도 못했고, 보수 내에서의 신뢰마저 무리한 언플로 소진하고 있다. 그의 언플을 받아쓰며 연명하는 보수 매체들 역시 대중의 공감을 잃고 한동훈과 함께 고립되는 양상이다.

 

한 달 전에 실시되어 정보성과 공신력이 없는 웹여론조사까지 동원해 한동훈이 마치 보수의 미래인 것처럼 떠들던 보수 매체들의 선동에도 불구하고, 신규 여론조사에서 장동혁 대표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한동훈 측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현실은 그들의 전략이 실패했음을 증명한다.

 

정치는 결국 신뢰의 경쟁이다. 신뢰는 카메라 앞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관된 행동과 책임 있는 태도에서 쌓인다. 국민은 화려한 연출보다 묵묵한 실천을 기억한다. 언론은 정치를 비추는 거울이지, 정치를 대신하는 무대가 아니다.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 타인의 비극까지 소재화하는 ‘서초동 편집장’식 정치는 결국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스스로를 가장 깊은 고립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다. 언플로 흥한 자는 결국 언플이라는 덫에 걸려 망한다는 교훈을, 한동훈은 지금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 심규진 스페인 IE대학교 조교수 약력

 

정치 문법을 문화 전쟁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며, 우파의 문화적·정치적 복권과 승리를 이끄는 담론을 제시하는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 연구자다. 호주 멜버른대학교, 싱가포르 경영대학교(SMU) 등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싱가포르 교육부 미디어개발국 및 스페인 과학혁신부의 지원을 받아 국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학사,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석사, 미국 시러큐스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국제 커뮤니케이션 학회(ICA)에서 최고 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지역민방 청주방송과 미디어다음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여의도연구원 데이터랩 실장,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학문과 실무를 아우르는 보수 우파의 브레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유튜브 채널 〈국민스피커 심규진 교수〉를 통해 정파적 이해에서 자유로운, 독립적 민심과 데이터 기반 정치 평론이라는 대중적 실험에 나서고 있다.

 

▶ 유튜브 검색: @kyujinshim78

 

저서로는 『하이퍼젠더』,『K-드라마 윤석열』, 『새로운 대한민국』(공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