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경수완독(警搜完獨)’인가

검찰 보완수사권 박탈, 결국 힘없는 민생(民生)만 피눈물 흘린다

인싸잇 = 유용욱 주필 | 최근 정치권의 시계(視界)는 민생(民生)이 아닌, 특정 정당의 전당대회와 정치적 성과물 제출에만 맹목적으로 맞춰져 있는 듯하다.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개혁의 최종 단계이자 피날레’라며 검사의 직접·보완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고 전례 없는 속도전에 나섰다. 이른바 ‘경수완독(경찰 수사권 완전 독점)’ 체제의 완성이다.

 

 

집권 여당, ‘10월 2일 시한폭탄’, 대한민국 형사사법(刑事司法)을 멈춰 세우다?

 

거대 여당은 오는 10월 2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출범시키겠다는 로드맵에 맞춰, 대한민국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을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면서 검찰에게는 보완수사 요구권, 시정조치 요구권, 재수사 요구권 등을 촘촘하게 설계했으니 국민 피해나 사법 공백은 없을 것이라 강변한다.

 

하지만 이는 형사사법 현장의 작동 원리를 전혀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공론이자, 권력기관 개편이라는 도그마(Dogma)에 빠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인질로 잡는 위험천만한 폭거다. 법조계와 사법 현장, 심지어 일선 현장 경찰관들 사이에서조차 비명에 가까운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는 명백하다.

 

형사사법 제도의 본질과 존재 이유는 권력기관 간의 ‘밥그릇 싸움’이나 ‘권한 나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범죄를 한 치의 의혹도 없이 명백히 밝혀내고, 억울한 피해자를 단 한 명도 만들지 않으며, 죄지은 자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리는 것만이 국가 사법 제도의 유일한 목적이어야 한다.

 

‘장윤기 사건’이 증명한 검찰 보완수사권의 실체적 가치

 

우리는 최근 전 국민을 경악과 분노에 빠뜨린 ‘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장윤기 사건)’을 똑똑히 목도하고 있다. 이 사건은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권이 왜 국민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堡壘)인지를 웅변하는 가장 상징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다.

 

초동 수사를 맡았던 경찰의 행태는 처참했다. 수사의 기본 중 기본이라 할 살인 피의자 장윤기의 1년 치 통화 내역조차 조회하지 않는 부실을 저질렀고, 심지어 수사를 직접 담당한 경찰서 강력팀장이 증거인멸과 사건 은폐 등의 혐의로 구속되었고, 관할 경찰서장과 광주지방경찰청장이 압수수색을 받는 등 경찰 내부의 심각한 범죄 유착 정황까지 드러났다. 만일 이 사건 수사를 경찰에게 전적으로 맡겨두었더라면 이 거대한 은폐의 장막 뒤에서 진실은 끝내 묻혔을 것이고, 억울한 여고생의 원혼은 풀 길을 잃었을 것이다.

 

이 부실과 은폐의 쇠사슬을 끊어내고 실체적 진실을 파헤쳐 흉악범의 죄상을 세상에 드러낸 결정적 계기가 무엇이었나. 바로 검찰이 직접 발로 뛰며 파헤친 ‘보완수사’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의붓딸을 20년간 유린한 성폭행 사건, 고(故) 김창민 감독 폭행치사 사건, 그리고 온 국민의 공분을 샀던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 이르기까지, 경찰 초동 수사의 구조적 한계나 미필적 고의(未必的 故意)에 의한 실책을 검찰이 직접 수사력을 투입해 바로잡은 사례는 대한민국 형사사법 역사에 차고 넘친다. 현행 시스템하에서 드러난 사건만 이 정도인데, 검찰의 손발을 완전히 묶어버리겠다는 것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입법인가.

 

‘서류 핑퐁 게임’과 법적 공백, 범죄자들에게 합법적 도피처 제공

 

법리적·실무적 관점에서 볼 때, 직접 보완수사권을 박탈하고 오직 서류상 ‘요구권’만 남겨두는 개정안은 사법 통제 기능을 완전히 무력화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평소 진보 성향을 보여온 한양대 로스쿨 박찬운 교수를 비롯한 수많은 법학자가 지적하듯, 검사가 수사 기록이라는 종이 뭉치만 보고 은폐된 범죄의 단서를 찾아내 경찰에게 다시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악의적인 은폐나 조직적인 부실 수사일수록 서류상 형식 요건은 완벽하게 갖춰지기 마련이다. 검사가 직접 의심스러운 대목을 추궁하고 현장을 확인하며 단서를 파헤칠 기회 자체를 원천 봉쇄당한다면, 종이 위에 적힌 거짓에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다.

 

결국 기소와 공소유지를 책임지는 공소청 검사는 실체적 유죄 확신을 갖지 못해 불기소 처분을 남발하게 되거나, 경찰과 검찰 사이에서 서류만 수개월 동안 무한정 오가는 ‘사건 핑퐁 게임’을 벌이게 될 것이다.

 

이미 지난 수사권 조정 이후 형사사건 평균 처리 기간이 과거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 민생 현장의 고통이 극에 달해 있다. 여기에 보완수사권까지 완전히 폐지되면 사법 지연의 고통은 온전히 힘없는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더욱 끔찍한 것은 법적 공백을 악용한 범죄의 상설화다. 인신구속 기간이 엄격히 제한된 현행 형사소송법 체제하에서, 검찰이 구속된 중범죄자에 대해 직접 보완수사를 하지 못하고 경찰에 재수사, 보완수사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제한된 구속기간으로 인해 범죄자를 어쩔 수 없이 석방해야 하는 ‘사법 코미디’가 현실화할 수 있다.

 

범죄자들은 이 틈을 타 핵심 증거가 될 스마트폰을 훼손하고, 알리바이를 조작하며, 피해자를 협박하고 공범들과 말을 맞추어볼 ‘합법적인 시간’을 벌게 된다. 범죄자들에게는 이보다 더한 천국이 없을 것이요, 유족과 약자들에게는 피눈물을 흘리는 지옥문이 열리는 셈이다.

 

국민의 대표를 문전박대한 경찰, 그 비대하고 오만한 민낯

 

상황이 이러함에도 사법 최일선에 서겠다는 대한민국 경찰의 모습은 오만하기 짝이 없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예정된 국무총리와의 회동까지 전격 취소하고 광주경찰청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잇따라 방문했다. 국민적 공분을 사는 부실·은폐 수사에 대해 국민을 대신해 강력히 항의하고, 책임자 사퇴와 철저한 개혁을 요구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경찰의 대응은 참담했다. 광주지방청장은 관내 다른 일정을 이유로 아예 자리를 비웠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언론 공개 규정이나 사전 승인 등 형식적인 내부 지침을 핑계로 내세우며, 야당 대표단과 50분간 대치를 벌인 끝에 끝내 면담을 최종 거부하고 문을 걸어 잠갔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부실 수사에 대해 일말의 반성과 사죄를 하기는커녕,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려는 민의(民意)의 대표를 청사 로비에서 문전박대하는 것이 지금 지방과 서울을 막론(莫論)하고 대한민국 경찰의 일치된 수준이자 민낯이다.

 

장동혁 대표가 “이런 경찰이 그동안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겠다며 수사(搜査)해 왔다는 게 더 충격적”이라며 “보완수사권이 문제가 아니라 우선 대한민국 경찰부터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절규한 것은 지극히 정당한 분노다. 이런 폐쇄적이고 비대한 조직에 아무런 안전판도 없이 수사권을 독점시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통째로 넘기는 꼴이다.

 

정성호 법무장관의 경고… 이제 남은 건 이재명 대통령의 결단뿐

 

경찰의 이러한 폭주가 얼마나 위험천만한지 여당 내부에서도 모르는 바가 아니라는 정황은 이미 여러 차례 알려진 바 있다. 주무 부처의 수장이자 여당 출신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마저 당내 법사위원들과의 만찬과 공개 강연에서 “대안 없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는 돈 없고 힘없는 서민들에게 가장 큰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연이어 경고하지 않았는가.

 

실제 조선일보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선 경찰관의 절반이 넘는 50.5%가 검찰의 보완수사가 수사 완결성을 높이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현장의 경찰들조차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며 제도적 보완을 원하고 있음에도, 여당 지도부와 강성 지지층만 눈을 가린 채 폭주를 거듭하고 있다.

 

“군인이 대통령이 되면 군인이 존중받고, 기업인이 대통령이 되면 기업이 존중받는데, 범죄자가 대통령이 되니 범죄자만 존중받는다.” 요즘 국민들 사이에서 유령처럼 떠돈다는 이 참담한 비아냥을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가슴 깊이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 왜 거대 여당이 정의(正義)의 이름으로 추진하는 사법개혁이라는 칼끝은 언제나 범죄자들을 이롭게 하고, 힘없는 약자들만 눈물짓게 만드는가.

 

국민이 원하는 국가는 거창하지 않다.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엄벌을 받고, 억울한 사람은 없으며, 서민들이 국가의 법 테두리 안에서 안전하게 보호받는 나라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의 강성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적 타임라인에 맞춘 졸속 사법 개악을 당장 중단하라.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국민적 분노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이 만약 이런 졸속 입법을 본회의에서 기어이 강행 처리한다면, 행정부 수반인 이재명 대통령은 헌법이 부여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서라도 국민을 위한 ‘최소한의 사법 안전판’을 지켜내야 마땅하다.

 

억울한 피해자의 눈물을 외면한 개혁은 개혁이 아닌 사법 폭력이다. 범죄자 천국이 되는 대한민국을 막아서기 위해 경찰의 거대한 벽 앞에 당당히 맞선 장동혁 대표의 고독한 투쟁에, 이제 온 국민이 이성적인 목소리로 힘을 보태야 할 때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되풀이되어야 이 폭주를 멈춰 세울 수 있을 것인가. 우리 모두의 맹성(猛省)과 이성(理性)의 회복을 촉구한다.

 

 

□ 유용욱 주필

 

- 1993년 KBS 공채 19기

- KBS 전략기획실 성과평가부장

- KBS 법무실장

- KBS N 경영본부장

- 현) 인싸잇 경기 편집국장 및 공동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