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 = 유용욱 주필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휴전 중인 국가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핵과 미사일 고도화로 연일 우리 국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으며, 그 뒤에는 중국과 러시아의 냉혹한 안보 역학 관계가 버티고 있다. 이러한 엄중한 안보 현실 속에서 전 군의 기강을 잡고 작전 지휘 체계의 정점에 서야 할 국방부 장관이라는 자리는 단순한 정무직 공무원 이상의 무게를 지닌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들어 우리 군의 컨트롤타워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실망을 넘어 참담함과 부끄러움으로 가득 차 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어쩌면 세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방위(단기사병) 출신’ 민간인 장관인 안규백 국방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작전 지휘 경험은 고사하고 군의 기본 전술 체계나 보안, 부대 배치 임무조차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인물이 장관 자리에 앉았을 때부터 예견된 불행이었다.
‘22개월 복무’의 모순과 상식 밖의 해명
이제 취임 1주년을 앞둔 그가 보여주는 행보는 ‘방위 출신 장관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날것 그대로 증명하고 있다. 최근 안 장관의 목을 죄어오는 방위 시절 ‘7개월 무단 탈영 및 구금 의혹’은 더 이상 단순한 잡음이 아니다. 해군 소령 출신이자 계룡대 군납 비리를 폭로했던 김영수 청렴사회를 위한 공익신고센터장이 안 장관을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면서 사태는 전면전으로 비화했다.
당시 방위병 의무 복무 기간은 14개월이었다. 정상적이라면 1985년 1월에 소집 해제되어야 마땅한 안 장관이 무려 8개월이나 늘어난 22개월을 복무하고 1985년 8월 31일에야 군을 마쳤다는 병적 기록은 그 자체로 거대한 모순이다.
이에 대해 안 장관과 국방부는 “소집 해제 후 행정 착오로 누락된 조사 기간 3일을 채우기 위해 복학 후 여름방학 때 부대 연락을 받고 재입대해 채운 것”이라는, 군대를 다녀온 대한민국 성인 남성이라면 실소(失笑)를 금치 못할 해명을 내놓았다.
필자 역시 다수의 방위병(단기사병)과 함께 생활한 비행단 작전 특기 예비역 공군 병장이면서 KBS 법무실장으로 재직한 경험에 입각해 판단할 때 단언하건대, 헌병이나 기무사(현 방첩사)의 조사 기간을 복무 일수에서 배제한다는 것은 군형법이나 군인사법상 금시초문이다. 백번 양보해 군의 착오로 복무 일수가 부족한 채 전역 처리가 되었다 하더라도, 이미 민간인이 된 예비역을 군부대가 직접 연락해 다시 불러 복무를 시킨다는 것은 대한민국 병역법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유령 같은 절차다. 소집 해제된 예비역의 병적은 육군 사단이 아닌 병무청이 관리하기 때문이다.
안 장관이 그렇게 떳떳하다면 상벌 사항과 입·전역일이 명명백백히 기록된 ‘병적기록표’를 국민 앞에 공개하면 끝날 일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오해를 키울 수 있으니 퇴임 후 정정하겠다”며 거부하고 있다. 장관 자리에서 내려온 뒤 기록을 손보겠다는 심보를 어느 국민이 순수하게 받아들이겠는가. 이제 공인이 아니라 자연인이라며 그 기록 공개를 거부하겠다고 할 것 아닌가 말이다.
오히려 야권 관계자들과 공익신고센터의 증언처럼, 당시 대산면 중대장의 묵인하에 수개월간 출근도 하지 않는 특혜를 누리다 점검에 걸려 30일간 구금(영창)되고 7개월의 연장 복무를 했다는 주장의 ‘탈영 사건’ 퍼즐이 훨씬 상식적이고 정교하게 맞물린다.
군의 뿌리 흔드는 ‘탁상공론(卓上空論)’식 졸속 개혁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처럼 도덕성과 신뢰가 바닥을 친 ‘메신저 리스크’가 국가 백년대계인 국방 개혁을 통째로 집어삼키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안 장관은 최근 육·해·공군 3군 사관학교를 통폐합해 대전 자운대에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창설하겠다는 매머드급 계획을 발표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육사 출신 고위 장성들이 연루되었다는 정치적 부채를 빌미로, 군의 뿌리를 흔드는 거대한 수술을 단칼에 감행하겠다는 요량이다.
그러나 이 개혁안은 국방 안보에 대한 깊은 철학 없이 추진되는 탁상공론이자 위험천만한 실험에 불과하다. 지상과 바다, 하늘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어설프게 모아놓는다고 해서 합동성이 강화되는가? “바다를 느끼며 생활해야 뱃사람이 된다”는 해군사관학교 동창회의 절규처럼, 각 군의 역사와 전문성을 말살시킨 채 육지에 모아놓은 장교들은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오리형 장교’로 전락할 뿐이다. 오죽하면 전국지표조사(NBS)에서조차 응답 국민의 55%가 각 군의 전문성 약화를 우려하며 통폐합에 반대하겠는가.
현실이 이러함에도 자신의 병역 의혹이라는 치명적인 결함 앞에서는 입을 닫고 침묵하는 장관이, 정작 군 내부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나 국민적 공론화도 없이 석 달 만에 ‘2+2 학제 안’을 뒤집으며 군 개혁을 졸속으로 서두르는 모습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군을 모르는 방위 출신 장관이 정권의 정치적 이념과 입맛에 맞춰 군의 뿌리를 흔드는 대수술을 무모하게 지휘하고 있으니, 군 안팎의 장성들과 사관학교 총동창회가 총궐기를 외치며 폭발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무너진 리더십과 실종된 군인 정신
동해 NLL 해군 장병 실종 당일, 구조 수색을 총괄해야 할 국방부 장관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함께 태릉CC에서 골프를 쳤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마당이다. 골프 의혹에는 빛의 속도로 사실무근이라 반박하면서, 자신의 탈영 의혹을 밝힐 병적기록부 공개에는 요지부동인 장관의 리더십을 우리 군 장병들과 국민이 어떻게 신뢰하겠는가.
전투에서 패배한 군인은 용서받을 수 있어도, 비겁하게 숨고 거짓 뒤로 피하는 인물은 제복에 대한 치욕이며 더 이상 군인이 아니다. 국방부 장관의 자격을 상실한 인물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군복 입은 직장인으로 전락한 장성들을 줄 세우고, 무모한 국방 개혁으로 안보 전선을 무너뜨리는 유해(有害)한 풍경을 우리는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안 장관은 당장 병적기록부를 투명하게 공개해 의혹을 해소하든지, 그럴 용기가 없다면 무능하고 위선적인 국방 운영을 중단하고 즉각 사퇴해야 마땅하다. 그것이 대한민국 국방 안보와 자랑스러운 우리 군의 사기를 지키는 최소한의 예의다.
호국영령들의 피로 지켜낸 나라를 더 이상 부끄럽게 하지 말라
문득 이 지점에서 필자는 참담한 심정으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과거 6·25전쟁의 포탄이 빗발치는 전선에서, 또 끊임없는 북한의 도발을 막아내며 수많은 호국영령이 목숨 걸고 피 흘려 지켜낸 조국이, 고작 이런 인물에게 군의 지휘봉을 쥐어주는 나라였단 말인가.
정녕 각자의 자리에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끝까지 자리를 지키다 장렬하게 산화한 호국영령들이 온몸으로 수호하고자 했던 대한민국의 미래가 이토록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리더십에 흔들리는 모습이었단 말인가.
만약 그러하다면, 이 나라 이 겨레를 위해 청춘과 생명을 바친 그 고귀한 희생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으며 누구를 위한 헌신이었단 말인가. 우리는 그들의 희생을 송두리째 헛되게 만드는 유해한 현실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넋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재명 정부와 안 장관은 준엄한 역사적 책임을 통감해야 하며, 안 장관은 즉각 퇴진해야 할 것이다.
□ 유용욱 주필
- 1993년 KBS 공채 19기
- KBS 전략기획실 성과평가부장
- KBS 법무실장
- KBS N 경영본부장
- 현) 인싸잇 경기 편집국장 및 공동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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