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이서호 기자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꾸준한 소통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짚었다. 52시간 규제와 상속세 제도, AI 초과이익 배분론까지 언급하며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졌다.
최 회장은 최근 제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체제가 두 개의 축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가끔은 완전히 망각해 버린다”며 “양쪽 바퀴가 균형이 맞고 같은 속도로 돌아야 하는데 한쪽 바퀴가 안 돌고 있으니 덜커덕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6년 간의 재계 수장 역할을 마무리하고 내년 3월 대한상의 회장직 퇴임을 앞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성장을 가로막는 제도적 모순을 비판했다.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은 잊어버리고 민주주의 정치 시스템만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첨단산업 발전 시 걸림돌로 언급되는 52시간 규제에 대해서는 “일률적이고 무차별적으로 모든 산업과 기업에 다 적용을 시켜버리는 것”이라며 “자유 의지를 좀 더 존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동자가 자신의 성취와 이윤을 위해 노력하려는 데, 그 자유를 왜 막느냐는 얘기다.
주요국 대비 과도한 상속·증여세와 관련해서는 “상속세뿐만 아니라 (다른 제도들도) 과거 고성장 시대의 제도를 아직도 갖고 있다”며 “저성장으로 들어왔는데도 불구하고 성장을 하는 기업을 도와주는 제도는 많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매출이 2배가 되고 고용을 늘리면 상을 주느냐? 안 준다. 우리 제도는 가난하니까 무조건 줘야 돼, 부자니까 계속 증세를 해야 돼, 이 틀에서 나오지를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장을 안 하니까 민주주의도 다 문제가 생긴다”며 “성장을 해야 양극화 등 분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희망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을 둘러싼 세제 등 각종 제도가 저성장하는 우리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업의 자율 혁신을 위해 그에 맞는 지원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반도체 산업이 초호황에 올라타면서 고용노동부가 언급한 AI 초과이익 배분론에 대해서는 “저희가 내는 세금으로 정부가 알아서 하는 데는 아무 토를 달 이유가 없다”면서도 “이해관계자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뭔가를 해야겠지만, 그게(초과이익 배분)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솔직한 견해를 드러냈다.
이어 국내 제조업 산업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평가했다. 최 회장은 “AI로 갑자기 제조업이 현격하게 바뀌어서 생존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낸 건 아니다.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AI 트렌드로 반도체 수요가 늘어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을 뿐,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급격히 오른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그는 “아직은 AI로 생산력을 올리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는 어떤 징후도 없다. 피지컬 AI를 하겠다는 계획은 세웠지만 풀어야 할 숙제 중에 한 건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임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으로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의장으로서 APEC 정상회의를 지원한 활동을 꼽았다. 아쉬웠던 기억으로는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를 짚었다.
최 회장은 제도 개선과 성장 담론을 강조하는 한편, 대한상의를 통해 지역 기업 등과 협력해 위기 가구를 지원하는 사회적 책임 활동도 이어가기로 했다. 대한상의 신기업가정신협의회는 지난 20일 경기도 화성시 나래울종합사회복지관을 방문해 기부금 전달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최 회장은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전국 상의와 지역 기업이 힘을 합쳐 협력 모델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행사”라며 “이번 지원을 계기로 불가피하게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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