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임종옥 기자ㅣ 일본 엔화 가치가 약 4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안전자산인 달러화 수요가 급증한 데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여전히 큰 영향이 겹치면서 엔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장중 달러당 163.24엔까지 상승했다. 달러·엔 환율이 163엔대를 기록한 것은 1986년 12월 이후 약 39년 7개월 만이다. 환율 상승은 엔화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22일 오전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환율은 163.2엔 안팎에서 거래되며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최근 2주간 박스권을 유지하던 환율이 기존 저점을 돌파하자 손절매 물량까지 쏟아지며 엔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중동 정세 악화가 엔저를 부추긴 핵심 요인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줄이고 달러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확대됐다. 국제유가 상승 역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의 달러 수요를 늘려 엔화 매도 압력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미국 기준금리(연 3.50~3.75%)와 일본 기준금리(연 1.00%)의 큰 격차도 엔화 약세를 지속시키는 배경으로 꼽힌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금리 차를 고려하면 여전히 달러 자산의 투자 매력이 높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다시 개입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 외환 전문가들은 달러당 160엔대 환율이 새로운 기준(뉴노멀)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엔화 약세가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일본 내 가격 정책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애플은 최근 일본 시장에서 아이폰을 비롯한 주요 제품 가격을 일제히 인상하며 엔저에 따른 원가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했다.
아이폰17 기본형(256GB)은 기존 12만 9800엔에서 14만 2800엔으로 약 10% 인상됐으며, 아이폰17 프로(256GB)도 17만 9800엔에서 19만 4800엔으로 약 8.3% 올랐다. 애플워치와 에어팟 등 주요 제품군 역시 최대 10% 수준의 가격 인상이 적용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장기간 이어진 엔화 약세로 수입 제품의 원가 부담이 크게 증가한 점이 이번 가격 인상의 배경이라고 분석하며 실제 일본에서는 전자제품을 비롯한 다양한 수입 소비재 가격이 잇따라 오르며 엔저의 영향이 소비자 물가로 확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환율 변동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본 시장 가격을 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미국과 한국,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는 추가적인 가격 인상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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