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진 칼럼] 장동혁 체제로 균형을 찾아가는 국민의힘, 20년 전으로 퇴행하는 민주당

인싸잇=심규진 | 최근 국민의힘 내부 사정에 밝은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밖에서 바라보던 것과는 다른 시각을 많이 접하게 됐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지금 국민의힘 내부를 단순한 계파 갈등으로 보기보다, 장동혁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가 서로 다른 정치적 공간을 담당하며 일정한 균형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많은 지지층은 정점식 원내대표의 최근 행보에 불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보면 원내대표가 대표와 항상 같은 목소리만 낸다면 오히려 대표와 지도부 모두가 동시에 공격받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

 

현재 국민의힘은 당원과 지지층의 요구, 원내 현실, 재래식 미디어의 프레임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국면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장동혁 대표가 지지층의 정서를 대변하며 대여 투쟁의 상징성을 구축하고, 정점식 원내대표는 원내를 관리하며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인 구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당내 인사들은 한동훈이 제3당을 만들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었다.

 

유승민과 이준석의 제3당 실험이 남긴 정치적 학습효과 때문이다.

 

정치는 혼자 할 수 있지만 정당은 혼자 만들 수 없다.

 

결국 따라갈 정치세력이 없다면 창당은 현실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존 친한계 역시 과거와 같은 정치적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기회주의적 행보를 반복하면서 정치적 신뢰가 상당 부분 약화됐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점식 원내대표 역시 장동혁 대표와 전면전을 벌이기보다는 일정한 긴장 관계 속에서 역할을 분담하는 편이 서로에게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번에도 그런 모습이 나타났다.

 

선거법 특검과 원 구성 과정에서 장동혁 대표가 원내에서 정치적으로 고립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됐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과거 ‘절윤 파동’ 때처럼 지지층의 분노가 장동혁 대표에게 향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동혁 대표는 원내에서 홀로 반대했다는 이미지와 올림픽공원에서 보여 준 정치적 서사가 결합되면서 지지층과의 결속을 더욱 강화했다.

 

원내의 정치적 고립이 오히려 대중적 지지의 자산으로 전환된 것이다.

 

장동혁 대표는 원내와 전면전을 벌이지 않으면서도 지지층과의 신뢰를 더욱 공고히 했고, 정점식 원내대표는 원내를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정치의 균형이다.

 

중요한 것은 극심한 저항과 진통을 겪으면서도 장동혁 체제의 국민의힘은 고질적인 적폐로 지적돼 온 탄핵과 분열의 정치를 청산하고, 정통 보수를 재건하는 미래 의제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는 갈등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갈등을 미래를 향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능력에서 리더십이 완성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방향은 갈리기 시작한다.

원조 배신자 정치와 원조 분탕 정치의 귀환, 그리고 독고다이 정치의 부상

 

반면 민주당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지금 민주당 경선은 미래 비전을 둘러싼 경쟁이라기보다, 과거 주류가 사실상 해체된 이후 비주류 출신 정치인들이 새로운 주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사생결단식 권력투쟁처럼 보인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민주당의 세대교체 실패에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86세대 이후 당을 이끌 허리 세대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고, 당의 철학과 정체성 역시 과거 김대중·노무현 시절과는 상당 부분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민주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통 민주당의 역사와 노무현이라는 개혁 서사가 공존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정치적 ‘소울’이 희미해졌고, 미래 비전보다 권력과 이해관계를 둘러싼 경쟁이 전면에 드러나고 있다.

 

그 결과, 과거 비주류 정치의 상징들이 다시 당의 중심에서 새로운 주류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아이러니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필자의 시각으로 비유하자면 김민석은 ‘좌파 버전 한동훈’에 가까운 정치적 궤적을 가진 인물이다.

 

DJ계의 황태자로 불리며 화려하게 정치에 입문했고 엘리트 운동권의 대표 주자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노무현이라는 새로운 정치적 흐름이 떠오르던 시기 정몽준을 지지하는 선택을 하면서 친노 진영과 크게 멀어졌고, 이후 ‘철새 정치인’이라는 낙인과 함께 오랜 정치적 낭인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친노·친문 진영에서 오랫동안 배척당했던 것도 이러한 정치적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었다.

 

결국 긴 정치적 부침 끝에 이재명 체제에서 다시 중심으로 복귀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필자는 그를 ‘원조 배신자 정치’의 상징으로 읽는다.

 

유시민은 필자의 시각에서는 ‘좌파 버전 이준석’에 가장 가까운 정치적 캐릭터다.

 

기존 민주당 주류, 특히 김대중계와 호남 정치세력과 여러 차례 충돌했고, 창당과 분당을 반복하며 기존 질서를 흔드는 정치 실험을 이어 갔다. ‘정당 브레이커’, ‘창당 전문가’라는 별칭은 이러한 정치적 궤적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당 밖에서 강력한 스피커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기존 질서를 끊임없이 흔들어 왔다는 점에서, 필자는 그를 ‘원조 분탕 정치’의 상징으로 본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의 틈에서 가장 큰 정치적 어부지리를 노리는 인물이 정청래다.

 

필자의 시각에서 정청래는 ‘좌파 버전 홍준표’에 가까운 정치인이다. 강한 개인기와 직설적인 화법, 지지층을 결집하는 선동력은 뛰어나지만, 오랫동안 당의 주류라기보다 독고다이 정치인의 이미지를 유지해 왔다. 선명성은 있지만 통합형 리더십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도 함께 따라다녔다.

 

만약 이러한 정치인이 민주당의 당대표가 된다면, 그것은 민주당이 미래를 향한 통합보다 내부 강경파와 비주류 정치가 당의 중심으로 올라섰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으로 읽힐 수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민주당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보다 20여 년 전의 정치 구도가 다시 재연되는 모습에 가깝다.

 

원조 배신자 정치와 원조 분탕 정치가 다시 당의 중심에서 경쟁하고, 그 틈에서 독고다이 정치가 주도권을 노리는 모습은 미래 경쟁이라기보다 과거의 갈등 구조가 반복되는 장면처럼 보인다.

 

정치는 달과도 같다. 초승달은 아직 작지만 매일 조금씩 차오른다. 그러나 보름달은 가장 찬란한 순간부터 기울기 시작한다.

 

지금 국민의힘은 여러 갈등에도 불구하고 장동혁이라는 새로운 중심축을 기준으로 질서를 만들어 가는 ‘차오르는 달’의 국면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민주당은 가장 화려해 보이는 순간에도 내부 권력투쟁과 계파 갈등이 격화되며 ‘기우는 달’의 사이클로 접어든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결국 정당의 운명도 자연의 이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미래를 향하는 정당은 차오르는 달이 된다.

 

과거의 갈등과 이해관계를 반복하는 정당은 가장 밝은 순간부터 서서히 기울기 시작한다.

 

지금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어쩌면 서로 반대 방향의 달 위를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 심규진 스페인 IE대학교 조교수 약력

정치 문법을 문화 전쟁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며, 우파의 문화적·정치적 복권과 승리를 이끄는 담론을 제시하는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 연구자다. 호주 멜버른대학교, 싱가포르 경영대학교(SMU) 등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싱가포르 교육부 미디어개발국 및 스페인 과학혁신부의 지원을 받아 국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학사,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석사, 미국 시러큐스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국제 커뮤니케이션 학회(ICA)에서 최고 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지역민방 청주방송과 미디어다음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여의도연구원 데이터랩 실장,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학문과 실무를 아우르는 보수 우파의 브레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유튜브 채널 〈국민스피커 심규진 교수〉를 통해 정파적 이해에서 자유로운, 독립적 민심과 데이터 기반 정치 평론이라는 대중적 실험에 나서고 있다.

▶ 유튜브 검색: @kyujinshim78

 

저서로는 『하이퍼젠더』,『K-드라마 윤석열』, 『새로운 대한민국』(공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