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 임종옥 기자ㅣ 한때 초고가 주택 보유자만 부담하는 ‘부자세’로 여겨졌던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집값 상승과 공시가격 현실화의 영향으로 중산층 1주택자에게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과거에는 종부세와 거리가 멀었던 주택들까지 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종부세의 성격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5년 기준 종부세 납부 의무자는 약 63만 명으로 집계됐다. 주택분 54만 명, 토지분 11만 명(중복 제외)으로 전년보다 약 15% 증가했다. 전체 인구의 약 1.2%, 주택 종부세 납부자는 약 1.06% 수준이다.
국내 주택 보유자는 약 1600만 명에 달하지만 종부세까지 부담하는 인구는 약 60만~70만 명으로 전체의 약 3%에 불과하다. 때문에 종부세는 지금까지 초고가 주택 보유자에게 부과되는 대표적인 보유세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종부세는 시세가 아닌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공시가격이 상승하면 주택을 새로 구입하지 않아도 과세 대상에 새롭게 포함될 수 있다.
실제로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과 함께 종부세 대상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26년 종부세 고지 결과 과세 인원은 62만 9000명, 총 고지세액은 5조 3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4.8%, 6.1% 증가했다.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7.86% 오르면서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세 부담이 커졌고, 1세대 1주택자의 평균 종부세도 160만 6000원으로 전년보다 10.5% 증가했다.
여기에 정부가 현재 6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향후 종부세 부담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와 과세 기준 강화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세 부담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8.67% 급등하면서 종부세 대상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약 41만 호가 종부세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강남권 1주택자도 세 부담 크게 늘어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서울 강남권과 지방 초고가 주택의 보유세 부담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시가격 현실화와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세액공제 축소가 동시에 적용될 경우 현재보다 수 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 세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를 현재 시세 60억 원, 공시가격을 시세의 70% 수준으로 가정하면 종부세는 약 1116만 원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현행 장기보유·고령자 세액공제를 최대 80% 적용받을 경우 실제 납부액은 약 223만 원 수준이다.
반면 향후 시세가 72억 원으로 상승하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75%, 공정시장가액비율이 70%로 높아지며 세액공제 한도가 600만 원으로 제한될 경우 실제 종부세는 약 2720만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보다 약 12배 늘어나는 수준으로, 단순한 집값 상승뿐 아니라 제도 변화가 세 부담 확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 84㎡도 비슷한 흐름이다. 현재 시세 40억 원 기준 실제 종부세는 약 55만 원 수준이지만, 향후 시세가 48억 원으로 오르고 동일한 제도 변화가 적용될 경우 약 280만 원으로 증가해 현재보다 약 5배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지방의 초고가 주택도 예외는 아니다. 공시가격 46억 5800만 원인 부산 해운대 ‘엘시티’ 전용 244㎡의 보유세는 올해 3293만 원에서 내년 4044만 원으로 22.8%(751만 원) 증가하고, 2028년에는 4693만 원으로 늘어 2년 만에 약 42.5%(약 1400만 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시가격 35억 2800만 원인 대구 수성구 범어동 ‘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 240㎡의 보유세도 올해 2006만 원에서 내년 2476만 원, 2028년에는 2605만 원으로 늘어 2년 만에 약 599만 원(29.9%)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과 공시가격 현실화,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세액공제 축소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종부세가 더 이상 일부 초고가 주택 보유자만의 세금이 아니라 장기 보유 1주택자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수도권 집중… 정치권 부담도 커져
종부세의 지역 편중도 뚜렷하다. 국세청과 기획재정부 통계에 따르면 주택분 종부세 납부자의 60.7%가 서울 거주자이며 경기·인천이 23.0%를 차지한다. 지방 14개 시·도의 비중은 16.3%에 그쳐 전체 납부자의 83.7%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세액 기준으로도 서울 비중은 더 높다. 전체 주택분 종부세의 56.6%를 서울 거주자가 부담하고 있으며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일부 지역은 4가구 가운데 1가구가 종부세 대상일 정도로 고가 주택이 밀집해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집값 상승이 이어질 경우 강남뿐 아니라 마포·용산·성동·강동 등 서울 주요 지역의 중고가 아파트까지 과세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이에 따라 정치권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최근 집값 상승으로 강동·송파 등 중산층 거주 지역에서도 종부세 대상이 크게 늘어나면서 주민들의 세 부담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동구의 종부세 대상 가구는 2026년 약 3400가구에서 1만 9600가구로 급증했고, 송파구 역시 대상 가구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역을 지역구로 둔 여당 의원들 역시 주민들의 세 부담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정부가 개편안 시행 시점을 2028년으로 정한 것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제도를 총선 이후로 미룬 것은 정책적 판단보다 정치적 부담을 우선 고려한 결정이라고 지적한다. 사실상 유권자의 반발을 선거 이전에는 최소화하고, 선거 이후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금은 즉시 발표하면서 부담은 선거 이후로 넘겼다”며 조세정책이 정치 일정에 맞춰 설계됐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집값 상승과 공시가격 현실화로 종부세 대상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시행 시점만 뒤로 미룬 것은 조세 예측 가능성과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반면 정부는 시장 충격을 줄이고 납세자의 적응 기간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종부세 개편이 세제 개편을 넘어 향후 총선 민심과 직결될 핵심 변수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종부세는 이제 ‘부자세’라는 기존 인식을 넘어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집값 상승과 제도 개편이 현실화 될 경우 세 부담은 일부 고가주택 보유자를 넘어 장기 보유 1주택자와 중산층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종부세 개편은 단순한 세제 조정을 넘어 국민의 주거비와 부동산 시장, 나아가 정치권 민심까지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정책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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