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슈] ‘짠내 폭발 야망남’ 김영환… 운동권에서 자유우파까지

긴급조치 수감·공장 노동자에서 4선 의원·역대 최연소 과기부 장관까지
시집·동시집 15권·AI 음악 500곡… 정치인에 가려졌던 시인의 얼굴
“대한민국은 망하지 않았다”… 수출·산업화가 바꾼 생각

인싸잇=전혜조 기자ㅣ6·3 지방선거와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 선거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신 김영환 전 충북도지사가 애청하던 유튜브 방송 ‘변기클리닉’에 출연을 자청했다. 학생운동과 수감 생활, 공장 노동자와 치과의사를 거쳐 4선 의원과 장관에 오르기까지의 굴곡진 삶과 정치적 전환의 계기를 풀어놓았다.

 

진행자 강용석과 박종진은 그를 “건재함을 보여주러 나온 짠내 폭발 야망남”으로 소개했다. 김 전 지사는 잇단 낙선과 정치적 논란을 피하지 않으면서 시와 인공지능(AI) 음악에 대한 뜻밖의 면모를 보여줬고, “큰 정치는 아직 쉼표”라며 앞으로의 행보에도 여지를 남겼다.

 

 

김 전 지사는 연세대 치과대학 재학 중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다가 제적되고 긴급조치 위반으로 수감됐다. 형기를 마치는 날 교도소 안에서 긴급조치 해제와 유신헌법 철폐를 외친 일이 다시 문제가 돼 석방되지 못했던 사연도 꺼냈다. 당시 같은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김지하 시인과 조양은에 얽힌 이야기도 특유의 유머로 풀어냈다.

 

출소 후에는 전기 관련 자격증을 따 공장 노동자로 일했고, 뒤늦게 치과대학으로 돌아가 졸업했다. 한옥에 ‘이해박ᄂᆞᆫ집’이라는 치과를 연 데 이어 국회의원에 네 차례 당선됐고, 2001년에는 역대 최연소 과학기술부 장관에 올랐다.

 

김 전 지사는 수감 생활과 노동 현장, 의료계와 정치권을 두루 거친 삶을 돌아보며 자신이 “대한민국 정치인 가운데 서사가 가장 많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시와 음악을 향한 김 전 지사의 오랜 애정도 새롭게 드러났다. 감옥에서 시를 쓰기 시작해 시집과 동시집 15권가량을 냈고, 공장 노동자 시절 쓴 ‘단순 조립공의 하루’는 민중가요가 됐다. 최근에는 직접 쓴 시에 AI로 곡을 붙여 약 500곡을 만들며 또 다른 변신을 이어가고 있다.

 

 

김 전 지사가 가장 공들여 풀어낸 대목은 학생운동가에서 자유우파 정치인으로 생각을 바꾸게 된 과정이었다. 대학 시절에는 외자 의존과 좁은 국내시장 때문에 대한민국 경제가 곧 무너질 것이라는 이론을 믿었다고 돌아봤다.

 

김 전 지사는 “대한민국이 망하기를 기다렸지만 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들이 반대했던 수출 주도 성장과 중화학공업 육성,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대한민국 산업화의 토대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과거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생각이 하루아침에 바뀐 것은 아니었다.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해 4선 의원과 장관까지 지냈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경제·산업 정책을 둘러싼 당내 인식에 갈수록 의문을 품었다. 잇단 탈당과 당적 이동을 거치며 정치적 진로도 달라졌다.

 

 

과거 선거와 정치권에서 자신이 선택한 길도 돌아봤다. 2018년 경기지사 선거에서는 이재명 당시 후보와 맞붙어 여러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했고, 2021년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연락을 받고 대선 인재 영입을 도왔다.

 

충북지사 시절 논란이 된 “기꺼이 친일파가 되겠다”는 표현에 대해서는 일본을 두둔하려는 뜻이 아니라 한일관계 회복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일부러 논쟁적인 제목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지사는 현 정부가 시장과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과 자유민주주의·한미동맹을 둘러싼 흐름에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20·30세대가 자유와 시장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며 이들의 변화를 바탕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특정 자리에 매달리기보다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이 할 수 있는 정치적 역할을 계속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감옥과 공장, 치과와 국회, 충북도청을 거쳐 AI 음악 작업에 이르기까지 김 전 지사의 굴곡진 삶과 “큰 정치는 아직 쉼표”라는 말의 속뜻은 ‘변기클리닉’ 1·2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