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진 칼럼]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의 정치 타임라인

한동훈 당게시판, 윤석열 사면, 장동혁의 독자노선
- 총선·대선까지 무엇이 움직일까

인싸잇=심규진 |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정치의 시계는 자연스럽게 다음 총선과 그 이후 대선으로 향한다.

 

 

이재명 정치의 향후 흐름을 읽을 때 내가 가장 주목하는 변수 가운데 하나는 개헌과 연임 논의다. 이 문제가 실제 정치 일정의 중심으로 들어온다면 앞으로의 총선과 대선은 단순한 선거가 아니다.

 

개헌의 동력을 확보하고 장기적인 권력구도를 설계하려면 여권의 결집 못지않게 반이재명 진영이 하나의 대안 권력으로 결집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해진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두 개의 변수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한동훈의 당게시판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윤석열의 사면 가능성이다.

 

둘은 전혀 다른 사건이지만 정치적 효과에서는 묘하게 연결된다.

 

당게시판은 한동훈의 중간지대 확장을 제약할 수 있는 변수이고, 윤석열 사면은 보수 내부의 권력질서를 다시 흔들 수 있는 변수다.

 

그리고 두 변수 모두 지금 당장보다 총선과 대선이라는 권력 재편의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정치적 효용이 커질 수 있다.

 

첫 번째 변수: 한동훈은 특검보다 당게시판이 더 까다롭다

 

이재명 정부 입장에서 한동훈을 특검으로 강하게 압박하는 것은 정치적 비용이 크다.

 

정권 대 야권 정치인의 정면충돌 구도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압박이 지나치면 한동훈은 오히려 ‘정권에 탄압받는 야권 정치인’이라는 서사를 얻을 수 있다. 한동훈을 선호하지 않는 중도층조차 수사의 강도가 과도하다고 판단하면 정치적 동정이 생길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한동훈이 차지할 수 있는 중간지대다.

 

구심점을 잃은 일부 비명·친문 성향 유권자와 중도보수, 기존 한동훈 지지층이 연결된다면 한동훈은 보수 내부의 한 정치인을 넘어 반이재명 중간지대의 접점으로 성장할 수 있다.

 

개헌과 연임 논의가 본격화될수록 이런 중간지대의 형성은 이재명에게 부담이 된다.

 

그런데 당게시판 사건은 정치적으로 정반대 방향에서 작동한다.

 

이 사건의 전장은 기본적으로 ‘이재명 대 한동훈’이 아니라 보수 내부다.

 

사건이 확대될수록 한동훈 지지층과 비토층의 갈등, 탄핵 전후의 책임론, 국민의힘 내부의 오래된 갈등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효과만 놓고 보면 일종의 차도살인(借刀殺人)과 유사하다. 직접 충돌하지 않으면서 상대 진영 내부의 갈등이 한동훈의 확장을 제약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동훈은 정치적 순교자가 되기 어렵고, 중간지대로 확장하기보다 다시 보수 내부의 갈등으로 끌려 들어간다.

 

결국 한동훈을 직접 제거하는 것보다 상대 진영 내부에서 고립시키는 것이 정치적으로 훨씬 비용이 적다.

 

그래서 앞으로 한동훈에게 가해지는 실질적인 정치적 압박의 중심이 특검보다 당게시판 사건으로 이동하는지는 중요한 관찰 포인트다.

 

두 번째 변수: 윤석열은 가둬두는 것보다 풀어놓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윤석열 문제는 반대 방향에서 작동한다.

 

현재 윤석열을 둘러싼 여러 재판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사면의 정치적 효용이 가장 큰 시점은 지금보다는 주요 사법절차가 상당 부분 진행된 이후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총선이나 대선을 앞둔 시점이다.

 

통상 윤석열 사면은 보수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윤석열이 수감돼 있는 동안 윤한 갈등은 시간이 흐를수록 과거사가 된다. 윤석열 역시 현실정치의 플레이어라기보다 상징에 가까워진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윤석열이 사면돼 정치적 발언권을 회복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탄핵 당시 한동훈의 역할은 무엇이었는가.

 

윤석열과 한동훈 가운데 누가 보수 분열의 책임을 져야 하는가.

 

윤석열 지지층은 누구에게 이동할 것인가.

 

장동혁은 윤석열의 후계자인가, 아니면 독립적인 차기 지도자인가.

 

지금은 잠복해 있는 질문들이 다시 현재형으로 돌아온다.

 

즉 윤석열을 풀어놓는 것 자체가 보수 내부에 거대한 권력변수를 다시 투입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총선에서는 ‘공천 변수’가 된다

 

총선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는 결국 공천이다.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이 정치적 영향력을 회복한다면 친윤 인사들의 공천, 탄핵 당시의 책임, 한동훈계 인사들의 위치, 장동혁 지도부와 윤석열의 관계가 모두 현실적인 문제가 된다.

 

특히 장동혁에게 새로운 숙제가 생긴다.

 

윤석열이 수감돼 있는 동안에는 비교적 명확한 역할 분담이 가능하다.

 

윤석열은 상징, 장동혁은 플레이어.

 

그러나 윤석열이 현실정치에 복귀하면 장동혁은 공천과 당 운영에서 윤석열의 의중과 윤석열 지지층을 동시에 의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따라서 총선을 앞둔 윤석열 사면은 국민통합이라는 명분과 동시에 국민의힘의 공천 질서와 계파구도를 뒤흔드는 변수가 될 수 있다.

 

대선에서는 ‘킹메이커 변수’가 된다

 

대선에서는 의미가 달라진다. 핵심은 공천이 아니라 보수의 최종 대권후보가 누구냐는 것이다.

 

윤석열 자신은 다시 대통령이 될 수 없지만 상당한 지지층과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대선 국면의 윤석열은 킹이 아니라 강력한 킹메이커가 될 수 있다.

 

장동혁에게 힘을 실어주는가. 한동훈과 다시 충돌하는가. 아니면 독자적인 윤어게인 세력을 유지하는가.

 

이 선택에 따라 보수의 대권 구도 자체가 달라진다.

 

이재명 또는 이재명계 입장에서는 야권이 일찌감치 강력한 단일 후보를 중심으로 정리되는 것보다 윤석열·장동혁·한동훈의 이해관계가 끝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편이 유리하다.

 

그래서 총선에서 윤석열 사면의 정치적 효용이 야당의 조직과 공천질서를 흔드는 것이라면, 대선에서는 반이재명 대권연합의 형성을 지연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변수가 결합하면 어떻게 될까

 

여기서 당게시판과 윤석열 사면이 연결된다. 한동훈은 당게시판 문제로 보수 내부의 갈등에 묶인다.

 

동시에 윤석열이 사면되면 윤한 갈등 역시 다시 현재형이 될 수 있다.

 

그러면 한동훈의 정치적 에너지는 이재명을 공격하는 데 집중되기보다 자신의 사법 문제와 보수 내부의 정통성 경쟁에 상당 부분 소모될 수 있다.

 

반면 이재명은 한동훈을 직접 공격하는 위치에서 한발 물러날 수 있다.

 

한동훈은 당게시판으로 보수 내부에 묶고, 윤석열은 사면으로 보수 내부에 다시 투입한다.

 

두 변수의 정치적 효과가 같은 방향을 향하게 되는 것이다.

 

반이재명 세력의 외연 확장을 막고 야권의 에너지를 내부 경쟁으로 돌리는 것이다.

 

개헌과 연임 논의가 이재명 정치의 주요 아젠다로 발전한다는 전제에서는 상당히 의미 있는 조합이다.

 

사면론의 ‘애드벌룬’은 누가 띄울까

 

다만 윤석열 사면은 대통령이 직접 처음부터 꺼내기에는 정치적 위험이 크다.

 

과거 이낙연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제기했다가 민주당 지지층의 강한 반발을 받았고,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실제로 박근혜를 사면했다.

 

이런 고위험 의제에서는 여권의 다른 정치인이 먼저 문제를 제기하면서 여론을 탐색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따라서 앞으로 여권의 유력 정치인이 윤석열 사면론을 먼저 언급하기 시작한다면 내용 자체보다 누가, 언제, 어떤 명분으로 꺼내느냐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총선 또는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면 정치적 의미는 훨씬 커진다.

 

장동혁에게는 최대의 난제이자 최대의 기회

 

이 시나리오에서 의외로 가장 복잡한 선택을 해야 하는 사람은 장동혁이다.

 

장동혁은 윤석열과의 정치적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독자적인 지지층과 의제를 구축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윤석열이 상징의 영역에 머무는 동안 장동혁이 현실정치의 플레이어로 자신의 공간을 넓히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윤석열이 다시 현실정치에 적극적으로 등장하면 이 구도가 흔들린다.

 

장동혁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윤석열과 싸우는 것도, 윤석열과 단절하는 것도 아니다.

 

‘윤석열 이후’를 만들어야 하는 정치인이 다시 ‘윤석열의 후계자’라는 위치로 축소되는 것이다.

 

총선 공천이나 대선후보 결정 과정에서 윤석열의 의중을 계속 의식해야 한다면 장동혁의 독립적인 지도자로서의 권위는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윤석열이 현실정치의 플레이어가 되기보다 보수의 상징으로 남고 자신의 정치적 지분과 지지층을 차세대 지도자에게 자연스럽게 승계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윤석열의 상징성과 지지층, 탄핵 이후의 정치적 정통성이 장동혁에게 연결되면서 장동혁이 단순한 ‘윤석열의 후계자’를 넘어 윤석열 이후 보수의 독립적인 지도자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윤석열 사면은 이재명에게 오히려 가장 위험한 카드가 된다.

 

장동혁에게 필요한 것은 ‘협력적 승계’

 

그래서 장동혁에게 가장 적절한 스탠스는 윤석열과의 결별도, 재종속도 아닐 것이다.

 

윤석열을 존중하면서도 정치적 의사결정권은 현재의 당 지도부가 갖는 구조다.

 

말하자면, 윤석열에게는 명예와 상징성, 장동혁에게는 현실정치와 미래의 주도권.

 

특히 장동혁은 윤석열의 ‘사람’을 계승하는 것보다 윤석열 시대에 제기된 ‘의제’를 자신의 것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선거 관련 문제 역시 윤석열 개인의 명예회복에 머무르는 순간 장동혁은 윤석열의 후계자에 머물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이를 참정권, 선거관리제도와 선관위 개혁이라는 자신의 제도적 아젠다로 전환한다면 정치적 소유권은 장동혁에게 넘어온다.

 

윤어게인 강성 지지층 역시 굳이 배제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들이 장동혁 정치의 최종 승인자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포용하되 거부권은 주지 않는 것. 장동혁이 독립적인 차기 주자로 성장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이재명에게도 두 가지 큰 위험이 있다

 

물론 이 시나리오가 이재명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은 아니다.

 

첫 번째는 지지층의 역풍이다.

 

윤석열에 대한 반감이 예상보다 강하다면 사면은 국민통합이 아니라 지지층에 대한 배신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특히 개헌이나 연임 문제와 사면이 정치적 거래처럼 연결돼 보이는 순간 역풍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두 번째 위험은 더 근본적이다.

 

윤석열을 풀어줄 수는 있어도 윤석열을 통제할 수는 없다.

 

이재명에게 가장 유리한 시나리오는 윤석열이 한동훈과 갈등하고 장동혁과 정치적 지분을 놓고 긴장하면서 보수 내부의 권력관계가 복잡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이 반대로 움직일 수도 있다.

 

한동훈과의 복수전보다 보수의 화해를 선택하고 자신의 정치적 지분을 장동혁 등 차세대 지도자에게 넘긴다면 사면의 효과는 정반대로 바뀐다.

 

야권을 흔드는 카드로 생각했던 변수가 오히려 보수의 권력승계를 정리해주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결국 총선과 대선에서 카드의 용도가 다르다

 

이 시나리오를 시간축으로 정리하면 비교적 명확하다.

 

총선 국면에서는 당게시판 사건이 한동훈을 보수 내부에 묶어놓는 가운데, 윤석열 사면이 국민의힘의 공천·계파·지도부 질서를 흔드는 변수가 될 수 있다.

 

대선 국면에서는 한동훈이 반이재명 중간지대의 구심점으로 성장하는 것을 제약하는 동시에, 윤석열이라는 킹메이커 변수가 장동혁을 비롯한 야권 대권주자들의 결집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결국 이재명에게 두 변수의 정치적 효용은 서로 다르면서도 같은 방향을 향한다.

 

당게시판은 한동훈의 확장을 안에서 막는 변수이고, 윤석열 사면은 야권 전체의 권력질서를 흔드는 변수다.

 

반이재명 세력이 하나의 대안 권력으로 결집하는 시간을 늦출 수 있다면 개헌과 연임을 중요한 아젠다로 가져가는 이재명에게 상당한 정치적 공간이 생긴다.

 

그러나 한동훈이 당게시판 문제를 돌파하고, 윤석열이 장동혁과 경쟁하기보다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장동혁에게 승계한다면 두 변수 모두 반대로 작동한다.

 

야권을 분열시키려던 변수가 오히려 보수의 권력승계를 정리하고 강력한 반이재명 후보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래서 앞으로 봐야 할 것은 단순히 윤석열 사면론이 등장하느냐가 아니다.

 

누가 사면론을 먼저 띄우는가.
윤석열의 재판이 어느 단계에 있을 때인가.
총선 공천을 앞둔 시점인가, 대선후보 경쟁이 시작된 시점인가.
그때 한동훈의 당게시판 사건과 장동혁의 독자적 정치 기반은 어디까지 와 있는가.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정치의 시간표를 길게 놓고 보면 결국 두 개의 변수와 하나의 선택이 보인다.

 

한동훈에게는 당게시판. 보수 전체에는 윤석열 사면. 그리고 장동혁에게는 윤석열과의 협력적 승계냐, 재종속이냐의 선택.

 

그리고 그 모든 흐름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일 것이다.

 

윤석열은 상징으로 남을 것인가, 다시 플레이어가 될 것인가.

 

그 답에 따라 이재명의 개헌·연임 구상, 한동훈의 생존 공간, 그리고 장동혁의 독자노선까지 함께 움직일 수 있다.


□ 심규진 스페인 IE대학교 조교수 약력

 

정치 문법을 문화 전쟁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며, 우파의 문화적·정치적 복권과 승리를 이끄는 담론을 제시하는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 연구자다. 호주 멜버른대학교, 싱가포르 경영대학교(SMU) 등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싱가포르 교육부 미디어개발국 및 스페인 과학혁신부의 지원을 받아 국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학사,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석사, 미국 시러큐스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국제 커뮤니케이션 학회(ICA)에서 최고 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지역민방 청주방송과 미디어다음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여의도연구원 데이터랩 실장,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학문과 실무를 아우르는 보수 우파의 브레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유튜브 채널 〈국민스피커 심규진 교수〉를 통해 정파적 이해에서 자유로운, 독립적 민심과 데이터 기반 정치 평론이라는 대중적 실험에 나서고 있다.

 

▶ 유튜브 검색: @kyujinshim78

 

저서로는 『하이퍼젠더』,『K-드라마 윤석열』, 『새로운 대한민국』(공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