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임종옥 기자ㅣ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승세가 주춤한 사이 방산·2차전지·조선·원전·로봇 등 뚜렷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한 대기업 그룹주 상장지수펀드(ETF)가 시장의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반도체 대형주에서 차익실현을 거친 자금이 제조업 전반으로 이동하면서 그룹별 주가 성적도 크게 엇갈리는 모양새다. 특히 한화·LG·포스코그룹 관련 ETF가 최근 한 달 동안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삼전닉스’ 중심의 투자 열기가 그룹주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그룹주 ETF는 어떻게 다른가
그룹주 ETF는 여러 대기업 계열사를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구성한 상품이다. 삼성·LG·현대차·SK·한화·포스코 등 특정 그룹의 주요 상장 계열사를 묶어 투자하기 때문에 개별 종목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그룹 전체의 성장성과 여러 계열사의 실적 개선을 함께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화그룹의 방산 사업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 종목에 집중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한화그룹 ETF를 통해 한화오션 등 다른 계열사에도 동시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그룹주 ETF는 ‘기업 하나’보다 ‘그룹 전체의 성장성’에 투자하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개별 종목 투자와 차이가 있다.
분산투자와 거래 편의성
ETF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는 분산투자다. 개별 종목에 투자할 경우 해당 기업의 실적 악화나 경영 문제, 특정 사업의 부진 등이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반면 여러 종목을 담은 ETF는 한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다른 편입 종목의 상승이 손실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
특히 그룹주 ETF는 같은 그룹 안에서도 사업 분야가 다른 계열사를 함께 담는 경우가 많다. 삼성그룹의 경우 반도체뿐 아니라 전자부품·바이오·2차전지·금융 등에 투자할 수 있고, 현대차그룹 관련 ETF는 자동차뿐 아니라 조선·건설·전력 인프라 등으로 투자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다만 ETF라고 해서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특정 산업이나 특정 그룹에 집중된 ETF는 시장 상황이 악화될 경우 여러 편입 종목이 동시에 하락하면서 손실이 커질 수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그룹주 ETF 시장에서는 한화·LG·포스코그룹을 담은 상품들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TIGER LG그룹플러스’가 8.96% 상승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고, ‘ACE 포스코그룹포커스’가 7.48%, ‘PLUS 한화그룹주’가 6.91% 상승했다. 이어 ‘WON 두산그룹포커스’ 3.73%, ‘TIGER 현대차그룹플러스’ 3.30%, ‘BNK 카카오그룹포커스’ 2.65% 등이 상승했다. 반면 그동안 국내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KODEX 삼성그룹’은 같은 기간 2.11% 상승하는 데 그쳤다.
그룹별 수익률 차이가 커진 것은 각 그룹의 주가를 움직이는 핵심 모멘텀이 달랐기 때문이다.
LG그룹은 계열사의 실적 개선과 2차전지 반등 기대가 동시에 부각됐고, 한화그룹은 방산과 조선의 수주 모멘텀이 강하게 작용했다. 포스코그룹은 ESS용 LFP 양극재 사업과 주주환원 정책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한화는 방산·조선, 포스코는 LFP
한화그룹 ETF의 상승을 이끈 대표적인 종목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 육군 자주포 현대화 사업의 시제품 제작과 시험평가 수행 사업자로 단독 선정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미국 방산시장 진출이 확대될 경우 향후 수주 파이프라인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방산업종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퓨처엠의 LFP 양극재 사업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민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향 출하 재개와 삼성SDI 북미 거점향 NCA 양극재 출하가 견조하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특히 ESS용 LFP 양극재 공급 확대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향후 생산능력 확대와 포항 공장 내 추가 라인 전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삼성그룹 ETF는 주춤… 중장기 기대는 여전
삼성그룹 ETF는 최근 상대적으로 부진했지만 삼성전자에 대한 중장기 기대감까지 약해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과 AI 인프라 확대,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등이 향후 주가 재평가의 핵심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삼성전자가 향후 3년간 대규모 재원을 기반으로 주주환원을 확대하면서 장기 투자자산으로 재평가받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배당성향 유지와 잉여현금흐름을 활용한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이 이익을 주가로 연결하는 중요한 밸류에이션 요인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즉 최근 삼성그룹 ETF의 상대적인 부진은 삼성전자의 장기 성장성이 사라졌다기보다 시장의 자금이 단기적으로 방산·2차전지 등 다른 성장 테마로 이동한 결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부터 두산까지… 그룹주 투자 선택지 확대
국내 시장에는 삼성·LG·현대차 등 전통적인 대기업 그룹뿐 아니라 두산처럼 원전·로봇·시스템반도체 등 미래 성장산업을 중심으로 구성된 그룹주 ETF도 등장하고 있다.
‘KODEX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삼성SDI·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에 투자한다.
‘TIGER LG그룹+’는 LG전자·LG이노텍·LG유플러스·LG화학·LG 등을 중심으로 투자하며 GS·LS 등 범LG 계열사까지 편입하는 것이 특징이다.
‘TIGER 현대차그룹+’는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을 중심으로 자동차 사업뿐 아니라 조선·방산·원전·전력 인프라 등 관련 산업의 성장성까지 투자 범위를 넓힌다.
두산그룹 관련 ETF는 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두산테스나·두산퓨얼셀 등을 통해 원전·로봇·시스템반도체 등 미래 성장산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한다.
또한 삼성·SK·현대차·LG 등 여러 대기업 그룹의 핵심 종목을 한꺼번에 담아 특정 그룹에 대한 쏠림을 줄이는 ETF도 있다.
순환매 장세, 그룹주 ETF로 확산
최근 그룹주 ETF의 강세는 단순한 상품별 수익률 차이를 넘어 국내 증시의 자금 이동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상반기 국내 증시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AI와 반도체 관련 종목에 투자자금이 집중됐다. 그러나 반도체 대형주의 주가 상승 탄력이 둔화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방산·조선·2차전지·원전·로봇 등으로 빠르게 옮겨가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에는 하나의 테마가 시장을 장기간 주도하기보다 일정 기간 상승한 업종에서 차익실현이 나타난 뒤 새로운 업종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순환매 장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 같은 시장에서는 어떤 개별 종목이 다음 주도주가 될지를 정확하게 맞히는 것이 쉽지 않다. 반면 그룹주 ETF는 해당 그룹의 여러 계열사를 동시에 담기 때문에 특정 종목을 직접 선택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룹주 ETF의 강점은 특정 테마 하나에 베팅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그룹이 보유한 여러 사업 포트폴리오의 성장성을 함께 담는 것이다. 주도 테마가 빠르게 바뀌는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개별 종목 추격 매수에 따른 위험을 줄이면서 그룹 전체의 성장성을 노릴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그룹주 ETF가 곧 안정적인 투자상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ETF 역시 편입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면 기준가격이 떨어지고 투자자에게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그룹주 ETF는 특정 핵심 계열사의 편입 비중이 높을 경우 해당 종목의 주가 움직임에 수익률이 크게 좌우될 수 있다.
따라서 투자에 앞서 편입 종목과 종목별 비중, 특정 산업에 대한 집중도, 운용보수, 최근 수익률뿐 아니라 해당 그룹의 실적과 수주잔고, 신규 사업, 주주환원 정책 등 펀더멘털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앞으로도 반도체에서 방산·조선·2차전지·원전·로봇 등으로 순환매가 이어질 경우 그룹주 ETF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어떤 종목을 살 것인가’에서 ‘어떤 그룹의 성장에 투자할 것인가’로 투자자들의 시선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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