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재개된 태블릿 명예훼손 형사재판이 재판부가 노골적인 증거조사 중단을 선언하고 나오면서 결국 파행을 맞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항소심 제4-2형사부(나)(엄철, 이훈재, 양지정 부장판사)는 30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 서관 422호 법정에서 12차 공판을 열었다. 이번 공판은 이른바 ‘최순실 태블릿’에서 L자 잠금패턴 조작 사실이 과학적, 객관적 기록으로 확정된 이후 열린 항소심 형사재판 첫 공판이다. 하지만 이번 공판에서 재판부는 L자 잠금패턴 조작 여부는 아예 심리조차 하지 않았다.
피고인들인 미디어워치 측 변희재 대표이사, 황의원 편집국장, 이우희 기자, 오문영 기자에 대한 인정신문(人定訊問, 재판 당사자 확인) 이후 앞서 재판과정을 간단하게 복기한 엄철 재판장은 이내 미디어워치 측의 태블릿 이미징파일 열람복사 신청을 기각했음은 물론, 전임 재판부의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과 심규선 국과수 공업연구관에 대한 증인 채택까지 모두 취소시키는 일방적 결정을 내리고 나섰다.
특히 태블릿 이미징파일 열람복사는 법정에 출석한 공판검사조차 “제출명령에 큰 무리가 없다”고 미디어워치 측 신청에 동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엄철 재판장은 검찰 측이 피고인 측에게 내놓겠다는 증거도 주지 못하도록 가로막아버렸다.
이날 엄철 재판장은 시종일관 마치 본인이 진짜 공판 검사인 마냥 피고인 측인 미디어워치 측에 공세를 펼치는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했다. 미디어워치 측 변호인인 이동환 변호사가 증거조사 중단 사유가 무엇인지를 여러 차례 캐물었음에도 불구하고 엄 재판장은 더 이상의 증거조사가 필요없다고 판단했다는 답변 외에는 구체적 사유를 얘기하지 않았다.
엄철 재판장은 이동환 변호사에게 피고인들인 미디어워치 기자들을 상대로 신문 절차를 밟을 것이냐고도 물었다. 피고인 신문은 검사의 구형 바로 직전 단계다. 사실상 결심도 일방적으로 예고한 셈이다.
엄철 재판장은 방청석에 나와있는 고소인 측 JTBC 측 변호사에게도 일부러 발언 기회를 줬다. JTBC 측 변호사는 L자 잠금패턴 조작 문제와 관련해 당사자인 김필준 기자의 정신적 피해를 재판부에 강하게 호소했다.
변희재 대표는 편파적인 재판 진행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면서 결국 피고인 자격으로 엄 재판장을 상대로 직접 재판부 기피신청 의사를 밝혔으며 이로써 이날 공판은 마무리됐다.
재판을 마치고 나오면서 변 대표는 기피신청 결과와 관계없이 향후 현 재판부가 관할하는 재판에는 결심이든 선고든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주변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