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톱질·망치질이 ‘단순 보조’? 연세사랑병원 대리수술 논란

“영업사원이 수술의 거의 모든 과정 참여... 단순 보조 주장은 기만”

미디어워치 편집부 mediasilkhj@gmail.com 2026.01.02 12:38:07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 등이 연루된 ‘대리·유령수술’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병원 측은 영업사원의 수술 참여 행위를 ‘단순 수술 보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 측의 해명이 실제 수술 현장의 행위와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고도의 정밀함과 숙련도가 요구되는 고난도 의료행위다. 수술의 핵심 절차는 크게 ▲환부 절개 ▲인공관절 삽입을 위한 뼈 절삭 ▲인공관절 삽입 ▲봉합 단계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증언과 제보에 따르면, 연세사랑병원 수술실에서는 의료기기 업체 영업사원들이 ‘2인 1조’로 투입되어 보조의 범위를 한참 넘어선 사실상의 ‘직접 수술’을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법정 증언과 제보에 따르면 영업사원들은 단순한 조력을 넘어 ▲수술 부위 소독 및 고정 ▲드릴로 뼈에 구멍을 뚫는 행위 ▲뼈에 가이드 핀을 망치로 박고 뽑는 행위 ▲리트렉터를 이용해 환부를 벌리는 행위 ▲뼈 절삭 가이드를 설치하기 위해 뼈에 못을 박고 빼는 행위 ▲인공관절을 삽입할 부위의 뼈를 톱질로 깎는 행위 ▲인공관절 삽입을 위한 최종 망치질 등 사실상 수술의 핵심 공정을 직접 수행했다. 특히 뼈에 못을 박거나 빼는 행위는 상당한 물리적 힘이 요구되어 의사의 지시하에 영업사원들이 전담하다시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고용곤 병원장 측은 이러한 행위들이 불법 대리수술이 아닌 ‘단순 수술 보조’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병원 측은 재판에서 뼈에 핀을 박고 망치질하는 행위는 보조적인 역할일 뿐이며, 핀을 박을 정확한 위치를 잡아주는 의사의 판단과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대리수술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즉, 수술의 ‘설계’는 의사가 했으므로 ‘시공’에 해당하는 물리적 행위는 누가 해도 무방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의료행위는 진단과 판단뿐만 아니라, 그 판단을 신체에 구현하는 ‘시행’ 과정에서의 안전성과 전문성이 핵심이다. 뼈를 깎고 못을 박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각도 차이, 힘 조절, 예기치 못한 혈관이나 신경 손상에 대한 대응은 오직 숙련된 전문의만이 책임질 수 있는 영역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뼈의 어디를 깎을지 정해줬으니 직접 깎는 것은 아무나 해도 된다는 논리는, 마치 설계도만 있으면 무면허 업자가 건물을 지어도 무죄라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병원 측의 이러한 주장에 의료계 안팎의 시각은 냉담하다. 인공관절 수술에서 뼈를 깎고 못을 박는 행위는 환자의 신체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하고 평생의 보행 능력을 결정짓는 중대한 의료행위이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수술의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과정에 영업사원이 깊숙이 관여했음에도 이를 단순 보조라고 치부하는 것은 환자와 사법부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의사가 위치만 잡아주면 무자격자가 뼈를 깎아도 된다는 논리는 의료 면허 제도의 근간을 부정하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연세사랑병원은 그간 무릎 수술 분야의 전문성을 내세우며 수많은 환자를 유치해 왔다. 만약 재판을 통해 영업사원들의 행위가 불법 의료행위로 최종 확정될 경우, 병원의 도덕적 타격은 물론 의료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는 행위의 난이도나 의사의 지시 여부보다 ‘의사가 수행하지 않았을 때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가’가 핵심”이라며, “뼈를 톱으로 깎고 뼈에 망치로 못을 박는 행위를 단순 보조로 볼 수 있을지가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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