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백소영 기자 ㅣ 일본이 중동발 에너지 불안 속에서 동남아시아를 겨냥한 대규모 금융 지원에 나서며 공급망 방어와 외교 전략을 동시에 가동하고 있다.
15일 요미우리신문과 NHK 등 현지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약 100억 달러(약 14조 7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동남아 국가들의 원유 조달과 비축 확대를 지원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경제 지원을 넘어 일본이 의존하고 있는 의료용품과 플라스틱 등 필수 물자의 공급망 붕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전략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현재 동남아 지역은 원유 비축량이 적어 중동발 공급 차질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으며,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 수급 불안으로 석유화학 생산이 위축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해당 지역에서 의료용 플라스틱 용기·튜브·장갑 등 필수 의료 물자를 수입하는 일본 내 의료 현장에서도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자국 비축 원유를 직접 제공하는 방식은 법적 제약으로 어렵다고 판단하고, 대신 일본국제협력은행(JBIC) 융자와 일본무역보험(NEXI) 보증을 통해 동남아 국가들이 미국 등 대체 공급처에서 원유를 확보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아울러 원유 비축 탱크 건설 지원과 함께 액화천연가스(LNG), 바이오 연료 발전 설비 보급을 통해 에너지 구조 다변화도 병행 추진한다.
이번 정책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추진하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전략과도 맞물린다.
일본은 경제 협력을 매개로 동남아 국가들과의 에너지·산업 연계를 강화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지역 내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어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온라인으로 열리는 ‘아시아 제로 에미션 공동체(AZEC)’ 정상회의에서 동남아 지역의 원유 공급 다변화와 비축 확대 지원 방안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해당 협의체는 일본과 아세안 국가들이 탈탄소 협력을 위해 구성한 틀로, 이날 회의에는 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필리핀 등 주요 국가 정상들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중동발 원유 공급 불안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동남아 국가들의 에너지 조달을 지원함으로써, 이들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주요 산업·의료 물자의 공급 차질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내부에서도 원유 공급 부족의 여파로 산업군 전반의 생산 차질이 심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도장공업회는 시너와 도료 등 석유 기반 자재 출하 중단 사례가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경영 위기까지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 정부는 현재까지 국내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4일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나프타 부족 우려와 관련해 “일본 전역에서 필요한 물량은 확보된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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