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백소영 기자 ㅣ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 온라인 성인방송 스튜디오가 입주하면서 학습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강남구 청담동 한 초등학교에서 약 100m 떨어진 건물 지하에 지난해 3월 ‘엑셀 방송’ 전문 스튜디오 A기획사가 입주했다.
엑셀 방송은 여러 여성 인터넷방송 진행자, 이른바 BJ를 출연시켜 후원금 경쟁을 벌이게 한 뒤 엑셀(Excel) 문서처럼 후원금 순위를 정리해 보여주는 방식의 방송이다.
선정적 춤이나 자극적 행동이 후원금 경쟁 구조와 결합되면서 엑셀 방송을 둘러싼 선정성과 사행성 논란은 반복돼 왔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해 선정성이 높은 엑셀 방송을 “사회규범을 어지럽히고 건전한 법질서를 위배하는 유해 콘텐츠”라고 보고 ‘사이버 룸살롱’으로 규정한 바 있다.
A기획사는 ‘섹시’와 ‘노출’ 등 키워드를 내걸고 엑셀 방송팀 운영 실적과 BJ 모집 내용을 홍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짧은 옷차림 BJ들이 오간다”… 학생들 사이에도 소문 확산
현장에서는 짧은 치마와 몸매가 드러나는 상의를 입은 여성들이 건물 주변을 오가는 모습이 목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여성들은 건물 밖에서 흡연하거나 휴대전화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고, 그 옆으로 책가방을 멘 초등학생들이 지나가는 장면도 포착됐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미 해당 건물에서 특정 인터넷방송이 진행된다는 소문이 퍼진 상태였다.
초등학생들은 “여성 BJ들이 짧은 옷을 입고 돌아다니면 불편하고 보기 안 좋다”, “화장을 아주 진하게 한 남녀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 전해졌다.
학부모들도 아이들이 통학 과정에서 성인방송 관련 환경을 접하는 상황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자녀가 “저 언니는 왜 이렇게 짧게 입고 다니느냐”고 물어 설명하기 곤란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성인방송 스튜디오가 학교 앞에서 운영되는 것 자체가 납득되지 않는다며,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밖에 나오지 말라는 수준의 요청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교육환경 보호구역 안이지만 제한 업종은 아냐
학부모들은 이달 중순부터 교육청과 학교, 구청 등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강남구는 교육청의 협조 요청을 받고 지난 23일 경찰, 학교 관계자 등과 함께 해당 스튜디오를 찾아 교육환경보호법과 청소년보호법 위반 여부를 점검했다.
A기획사가 입주한 건물은 학교 경계에서 직선거리 200m 이내에 있어 교육환경 보호구역에 포함된다.
교육환경보호법은 학생의 보건·위생, 안전, 학습과 교육환경을 해칠 우려가 있는 일부 영업행위를 학교 주변에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제한 업종은 유흥주점, 숙박업소,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업소 등 기존 오프라인 업종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A기획사는 성인방송과 관련된 공간으로 알려졌지만, 등록 업종은 ‘스튜디오 대여업’이다.
이 때문에 당국은 해당 업체를 교육환경보호법상 금지 또는 제한 대상 업종으로 곧바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청소년보호법 적용도 쉽지 않았다. 경찰과 구청은 스튜디오 내부에서 밀폐된 방 형태의 공간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성가족부 고시에 따른 청소년 유해업소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당국은 건물 밖 흡연 자제와 BJ들의 외출 복장 주의 등을 요청하는 데 그쳤다.
학교는 가정통신문을 통해 “아이들이 매일 지나는 통학로에서 발생한 불편 사항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유관 기관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강남구청 측은 “법적 근거가 있어야 행정 제재를 할 수 있는데 현재 규정으로는 추가 조처가 어렵다”고 밝혔다.
또 실제 영업에 있어서 엑셀 방송 전문 스튜디오에 가깝지만, 행정상으로는 ‘스튜디오 대여업’ 형태를 취하면서 교육환경보호법상 제한 업종 규제를 비켜가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학부모 민원과 지역사회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교육환경 보호구역 내 유해업소 기준을 현실에 맞게 재정비해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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