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칼럼] ‘호주와 중국의 예정된 전쟁’을 읽어야하는 이유

“석유문명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과 중국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중에 과연 어느 것이 더 쉬울까 ... 어떤 기준으로 생각해봐도 ‘중공’을 거절하는 일이 ‘탄소’를 거절하는 일보다 더 쉽다”

미디어워치 편집부 mediasilkhj@gmail.com 2022.03.10 15:04:17

[최대집 · 제20대 대통령 예비후보, 제40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호주(오스트레일리아)는 영연방 국가 중에 하나로, 1950년에 한국전쟁이 터지자마자 유엔군으로서 육군과 해군, 그리고 공군을 모두 파견해줬던 대한민국의 우방국 중에 우방국이다. 당시 호주군 연인원 17,164명이 참전했으며, 이중 340명이 사망했고, 1,216명이 부상당했다. 사망자 중 상당수(281명)는 지금도 부산 유엔기념공원(묘지)에 묻혀있다. 

이런 호주가 중국 공산당이 음험하게 펼쳐온 정·재계 및 학계 등 침투·전복 공작 문제 때문에 최근 몇 년간 무척 시끄러운 상황이다. 중국 우한의 코로나19 발생원에 대한 호주 측의 공식조사 요구, 한국에 요소수 파동까지 일으킨 호주와 중국 사이의 수년에 걸친 심각한 무역 갈등, 그리고 오커스(AUKUS)로 대표되는 호주·영국·미국 안보동맹 구성 등이 그냥 일어난 사건들이 아니고, 실은 그 이전에 매우 복잡하고 심각한 배경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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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의 호주 및 세계 영향력 공작 문제를 공론화시키며 관련 서방세계 최고 이론가로 주목받고 있는 학자가 바로 호주 찰스스터트 대학 교수인 클라이브 해밀턴(Cilve Hamilton)이다. 그의 관련 저서 ‘중국의 조용한 침공(Silent Invasion)’과 ‘보이지 않는 붉은 손(Hidden Hand)’은, 2021년 상반기에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됐다. 다만 방대한 분량과 생소한 소재로 인해 높은 책 판매량 대비 한국 내에서 지식인사회, 시민사회의 논의는 그만큼 활성화되진 못한 느낌이다. 일본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인지, 그 아쉬움으로 클라이브 해밀턴의 원저들을 새로이 재정리하여 풀어쓴 해설서가 출간됐다. 이 책 ‘호주와 중국의 예정된 전쟁’(원제 : 「目に見えぬ侵略」「見えない手」 副読本)이다.



중공의 세계 패권 장악 기도 문제는 2010년대부터 국제 사회에서 큰 화두가 됐고, 그래서 주로 미중패권투쟁의 맥락에서 이를 논하는 책들은 국내외로 그간에 많이 나왔었다. 그리고 중국 공산당의 해외 스파이 공작 문제에 대한 논의도 그동안 없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특정 국가에서 중국 공산당이 과연 어떤 침투·전복 공작을 벌이는지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시도는 거의 없었는데, 클라이브 해밀턴의 저작들이 큰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바로 그 시도가 출판 영역에서 이뤄진 최초의 경우였기 때문이다. 그의 저작들에는 중국 위협론을 경시하다가 결국 “마피아 두목 돈 콜레오네 앞에 선 보이스카우트 대원” 신세가 되어버린 호주와 북미, 유럽의 적나라한 실상이 담겼다.

이 책 ‘호주와 중국의 예정된 전쟁’은 클라이브 해밀턴이 ‘중국의 조용한 침공’과 ‘보이지 않는 붉은 손’에서 쟁점화한 중국 공산당의 호주 및 세계 침투·전복 공작 문제를 총 40가지의 테마로 새로이 분류해 설명해주고 있다. ‘“후원금은 젖줄”이라고 큰소리치는 중국계 부호’, ‘대학을 감시하는 중국인 유학생들’, ‘차례로 매수되고 있는 호주의 항구’, ‘브레이크 없는 유엔(UN)의 중국화’, ‘달라이 라마를 만나면 경제 제재를 받아 대중국 수출이 감소한다’, ‘언론과 기자의 약점을 찌르는 자금 제공과 접대 여행’, ‘호주 전국의 전기가 사라지는 날’ 등등 ... 테마의 제목만으로도 이미 침략 전쟁에 대한 보고서를 방불케 한다. 클라이브 해밀턴은 원저들에서 자신이 비판적으로 다룬 인사들의 실명을 모두 공개한 바 있는데, 이 해설서에서는 거기에다가 해당 인사들의 실물 사진까지 대부분 그대로 게재하고 있다. 원저들보다도 그래서 호주나 북미, 유럽 상황이 독자들에게 더 실감나게 다가올 것이다.

클라이브 해밀턴이 고발하는 중공의 침투·전복 공작은 그야말로 총체적이다. 호주의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은 중국 공산당의 후원금과 광고료, 여행자금 지원, 그리고 은퇴후 자리 제공 등을 활용한 ‘그루밍’에 넘어가서 중국인보다도 더 중국의 이해관계를 위해 정치활동, 언론활동을 벌였다. 중국 유학생 유치에 목매단 호주의 대학들은 학내에서 중국에 비판적 논의 자체를 막아버렸으며 결국에는 홍콩 민주화를 부르짖는 자국·자교 학생들을 징벌함은 물론, 심지어 호주를 겨냥하는 중국의 병기 개발에 협력하는 상황까지 나아갔다. 그런 속에서 호주 곳곳의 항구, 농지는 중국 기업가들에게 차례로 매수되면서 중국을 위한 군사전략 거점, 식량 생산 기지로 변모해나갔다. 

그런데 이것이 호주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같은 양상은 북미와 유럽 각국에서도 나타났다. 실제로 중국에 대한 각국의 과잉 저자세 외교부터가 중국 공산당의 해당국 엘리트들에 대한 침투·전복 공작 현실을 그대로 반영해 보여주고 있다. 존 맥칼럼 주중국 캐나다 대사는 캐나다의 외교관이면서도 캐나다를 대변하지 않고 오히려 캐나다 정부를 대상으로 중국의 입장을 이해하라며 호통을 일삼았다. 중국의 인권운동가 류샤오보에게 노벨상을 수여한 노르웨이는 뵈르게 브렌데 외무부 장관이 관련해 사실상 반성, 사과하는 내용의 성명을 중국에서 발표했다. 달라이 라마를 면담했던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차후에는 달라이 라마를 만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중국 당국에 해주며 중국 방문을 실현시켰다.

국제연합(UN),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들도, 원래는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야 할 조직들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확히는 중국 공산당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조직들로 변모해나가는 양상이 나타났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마치 중국의 꼭두각시 같이 굴면서 사태를 키웠던 세계보건기구(WHO)의 이상한 행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신장위구르에서 ‘제노사이드’를 자행하고 있는 중국이 유엔인권이사회(UNHRC) 회원국으로 당당히 진출한 넌센스는, ‘중국 특색 국제기구’의 기괴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지점에서 미중무역갈등의 상징인 화웨이 문제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화웨이는 기술 도둑질로 성장한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정말 무서운 점은 세계 최대 통신기업 중 하나인 이 기업이 중국 공산당에 각종 고객 정보를 ‘백도어’를 통해 빼돌리고 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는 것이다. 창업주(런정페이)의 전력과 기업의 불투명한 소유구조, 재무구조는 경쟁기업들과 세계인들의 공포심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화웨이 부회장(멍완저우)은 미국의 이란 제재 문제와 얽힌 은행 사기 문제로 캐나다에서 체포돼 2년여간 자택연금 생활을 하기도 했는데, 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중국이 평범한 캐나다 국민들을 구속하는 인질외교를 펼쳐서 화웨이 부회장을 석방시켰다는 것이다. 테러 단체나 할법한 짓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것이 중국 공산당이며, 중국 기업은 그런 중국 공산당의 산하 조직에 불과하다는 점을 화웨이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이 모든 전횡 배경에 바로 ‘일대일로(一帶一路)’가, 또 ‘중국몽(中國夢)’이 있다. 중국은 전 세계의 ‘사람, 물건, 자금, 정보’가 왕래하는 모든 요소를 장악하려 하며, 이를 통해 과거 당나라, 청나라 시절 중화제국의 영광을 재현하려고 한다. 실은 ‘중화제국의 영광’이라는 ‘서사(narrative)’에 대한 믿음부터가 바로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 공작과 무관치 않다. 그렇게 중국이 만드는 새로운 국제질서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온 국제질서를 대체하면서 자신들의 통치 정당성을 영구화하려는 것이 바로 중국 공산당의 진정한 목적임을 클라이브 해밀턴은 ‘중국의 조용한 침공’과 ‘보이지 않는 붉은 손’을 통해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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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와 중국의 예정된 전쟁’은 기본적으로 일본의 독자들을 1차 독자로 하여 쓰여진 해설서다. 하지만 한국의 독자들도 이 책을 충분히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한국과 일본, 호주, 삼국은 모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동맹국으로 대중국 외교안보 이해관계를 사실상 거의 대부분 공유하고 있으며(그 역사적 인연은 서두에서 얘기한대로다. 일본도 우방으로서 한국전쟁의 비공식 참전국이었음은 물론이다), 또 무엇보다도 중국 공산당이 무너뜨리고자 하는 자유·인권·법치의 민주적 가치관을 전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클라이브 해밀턴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이 특히 비열한 점은 다원적·개방적 사회의 약점을 악용한다는 것이다. 그 주된 수법 중에 하나가 ‘중국 공산당’에 대한 비판과 평범한 ‘중국인’에 대한 비판을 등치시키고,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시도를 비판하는 일을 일괄로 ‘혐오’로 분류해 무력화시켜버리는 일이다. 호주도 2017년까지는 중국에 대한 비판이 사실상 불가능해 클라이브 해밀턴의 ‘중국의 조용한 침공’도 원 출판사가 출간을 포기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이런 현실은 호주만이 아니라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도 이른바 ‘혐오표현금지법’ 등이 중국 공산당 비판에 대한 한 족쇄로 작용한다. 일본 여론을 대체로 주도하는 주류 신문인 ‘아사히신문’이나 ‘마이니치신문’은 좌파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만큼은 많이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일본에서는 오히려 ‘겟칸하나다(月刊Hanada)’ 등 우파 성향 매체들이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나 대만 독립 문제의 쟁점화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국가정보원이 사실상 작동이 멈춘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대한민국은 일본이나 호주보다도 더 심각한 중국 공산당의 침투·전복 공작에 녹슬어 있을 공산이 커보인다. ‘5·31 지방선거 앞두고 설레는 인천 차이나타운’(‘동아일보’), ‘“소중한 한 표 가슴 벅차요”’(‘대전일보’)...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최초로 부여했던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우리 언론들의 기사 제목이다. 15년이 흐른 지금, 올해 지방선거에서 ‘중국인 유권자’는 이제 전국적으로 10만 명을 헤아리게 됐다. 서울만 해도 3만 5천 명으로, 이는 박빙의 승부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는 수준이다. 정치인이 아니라 아예 유권자가 교체되는, 한국이 대의민주체제 붕괴 위기에까지 치닫는 상황에 도달할 때까지 어느 기관도, 어느 언론도 이 문제의 위험성을 제대로 경고하고 나서지 않았다는 사실은 무얼 가리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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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한국인들은 한국과 중국의 대등한 관계, 그리고 한국의 자유 민주 체제 존속에 대해서 비관적인 주장을 한다. 특히 중국의 시장규모와 경제성장을 얘기하면서, 중국의 세계 패권국 등극은 필연이며 한국은 물론, 인류 자체가 앞으로 중국을 추종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으며 역사의 대세에 따라야 한다는 식 얘기를 한다. 과연 그럴까. 그들은 중국에 대한 대다수 한국인들과 인류의 대응 의지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클라이브 해밀턴은 중국 공산당 문제 이전에는 오랜 기간 기후변화 문제를 연구해오면서 석유문명에 대해서 강한 비판적 목소리를 내왔던 학자이기도 하다. 석유문명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과 중국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중에 과연 어느 것이 더 쉬울까. 클라이브 해밀턴은 분명 후자라고 답할 것이다. 실제로 인류는 현재 국제적 연대를 통해 석유문명으로부터도 과감히 탈출하고 있다. 원자력, 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등 수많은 시도가 이뤄지고 있고 실제 성과가 나오고 있다. 환경위기 앞에서 우리가 가령 내연기관 차량도 기꺼이 거부할 수 있다면, 왜 안보위기 앞에서 중국산 차량은 거부할 수가 없다는 말일까. 어떤 기준으로 생각해봐도 ‘중공’을 거절하는 일이 ‘탄소’를 거절하는 일보다 더 쉽다.

호주는 결국 5G 사업에서 화웨이를 최종 배제하기로 했다. 중국과 체결한 ‘일대일로’ 업무협약도 차례로 파기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조사를 전 세계에서 최초로 요구하고 나선 국가도 호주다. 남중국해, 신장위구르, 대만 문제로도 호주는 수시로 중국에 공개적으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호주를 미국은 오커스(AUKUS)로 크게 화답하며 북돋아 주었다. 호주는 사실 한국보다도 더 큰 무역규모로 중국에 의존해온 나라다. 인구도 2,500만 명으로 우리의 절반에 불과하다. 호주도 할 수 있는데, 중국과 불과 70년 전은 물론이고 그 이전부터 숱하게 전면전을 치르며 자기 정체성을 지켜온 경험이 있는 한국이 왜 중국에 맞설 수 없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향후 대한민국이야말로 ‘자유의 방파제’를 넘어 ‘자유의 파도’가 되어 베이징과 평양을 휩쓸게 할 국가로 전 세계의 모델이 되어야 마땅하다.

모쪼록 ‘중국의 조용한 침공’과 ‘보이지 않는 붉은 손’에 이어서 ‘호주와 중국의 예정된 전쟁’이 대한민국에서 중국 공산당 침투·전복 공작 문제에 대한 논의 활성화, 그리고 대한민국인들의 중국 공산당에 맞서는 의지 고양의 촉매제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


최대집 
제20대 대통령 예비후보
제40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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