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와 중국의 예정된 전쟁’(원제 : 「目に見えぬ侵略」「見えない手」 副読本)은 중국 공산당의 호주 및 세계 침투·전복 공작 문제에 관한, 근래 가장 화제를 모은 두 권의 책에서 핵심을 뽑아서 정리한 책이다. 그 두 권의 책은 2021년 상반기 국내에 번역 출간된 ‘중국의 조용한 침공(Silent Invasion)’(세종서적)과 ‘보이지 않는 붉은 손(Hidden Hand)’(실레북스)이다.
‘중국의 조용한 침공’과 ‘보이지 않는 붉은 손’은, 클라이브 해밀턴(Clive Hamilton)의 원저들 내용도 일단 탁월한데다가, 전문번역가인 김희주 씨와 홍지수 씨에 의해 각각 훌륭하게 번역돼 나온 책들이다. 다만 이 책들은 두 권을 합해 1,000쪽이 넘을 정도로 방대하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특히 한국에서는 생소한 호주와 북미, 유럽의 인물, 지역, 정치 등을 소재로 다루고 있어 기존에 해당 국가의 내부 정치 문제나 각국의 인도-태평양 외교안보 전략 등 국제 시사 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일반 독자들로서는 수월하게 읽어내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호주와 중국의 예정된 전쟁’은 앞서 출간된 원저들에서 주요 내용을 뽑아 이를 각 주제별로 새로이 정리하여 40여 개 항목으로 분류해 해설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문제와 관련 세계적 권위자인 클라이브 해밀턴의 논지에 흥미는 느끼지만, 원저들의 분량과 생소함에 압도돼 독서를 망설였던 이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 것이 ‘호주와 중국의 예정된 전쟁’의 가장 큰 특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특히 원저들에는 없는 50여 개의 사진과 도표 등 시각 자료를 매 테마마다 다양하게 배치해 독자 접근성을 더욱 높였다.
‘호주와 중국의 예정된 전쟁’에는 한국어판 특별부록으로 클라이브 해밀턴이 집필한 ‘중국의 조용한 침공(目に見えぬ侵略)’과 ‘보이지 않는 붉은 손(見えない手)’의 일본어판 서문, 일본 시사잡지 ‘겟칸하나다(月刊Hanada)’ 기고문도 수록돼 책의 가치가 더 높아졌다. 일본어판 서문에서 클라이브 해밀턴이 ‘일본’에 해준 애정어린 고언은 사실 ‘한국’으로 치환해서 읽어도 전적으로 다 들어맞는 내용이기도 하다. 역시 특별부록으로 추가 수록된, 이 책의 감수자이자 클라이브 해밀턴과 수시로 교류하고 있는 일본의 지정학 전문가 오쿠야마 마사시(奥山真司)의 클라이브 해밀턴 인터뷰 내용도 유익하다. 마치 한국과 일본의 관계처럼 중국 공산당이 갈라놓은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반공(반중)좌파’ 지식인으로서 호주내 ‘친공(친중)좌파’와 갈등을 겪고 있는 클라이브 해밀턴의 다소 난처한 입장에 대한 이야기도 가감없이 담겨 있다.
‘호주와 중국의 예정된 전쟁’은 클라이브 해밀턴의 원저들 그대로 중국 공산당이 호주 및 북미, 유럽에서 통일전선 등을 통해 어떻게 침투·전복 공작을 펼치고 있는지 그 전모를 파헤치고, 중국 공산당의 공략 아래 녹슬고 있는 국제연합(UN)과 세계보건기구(WHO) 등 여러 국제기구들의 상황, 그리고 신장위구르와 티베트, 홍콩에서의 심각한 인권탄압 현실 등을 조목조목 고발하고 있다. 독자들은 최근 몇 년 전부터 외신을 달궈온, 특히 호주는 모두 가맹하고 있는 쿼드(Quad), 오커스(AUKUS)와 같은 인도-태평양 민주국가들간 신군사동맹의 배경도 이로써 완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호주와 중국의 예정된 전쟁’은 기본적으로는 일본 독자를 대상으로 출간된 책인 만큼 역시 중국 공산당의 침투·전복 공작에 노출된 일본의 현실도 틈틈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데, 이로써 호주 상황만이 아니라 일본 상황과 한국 상황을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도 역시 제공한다.
한국은 최근 요소수 파동을 통해 호주와 중국 사이 갈등의 유탄을 맞은 바 있다. 신장위구르와 홍콩에서의 인권 탄압 등의 문제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하는 일에 호주를 비롯 다수 서방국가들이 동참하고, 심지어 일본까지 동참한 상황에서, 각 서방국가들과 중국의 깊은 갈등 내막은 미중패권투쟁 문제와 더불어 이제 한국의 지성사회에서도 필수 분석, 논의 주제가 되어야만 할 것이다. 특히 그 갈등 내막에 통일전선을 동반한 중국의 민주국가 침투·전복 공작이 강력히 거론되고 있는 만큼 한국도 이제 바짝 긴장하며 본격적인 자기 진단에 들어가야 할 상황이기도 하다. ‘호주와 중국의 예정된 전쟁’은 그런 자기 진단 체크 항목들을 솜씨 좋게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도 역시 의미가 큰 책이다.
이 책을 집필한 ‘겟칸하나다’ 편집부는 ‘슈칸분슌(週刊文春)’ 출신의 전설적인 편집인인 하나다 가즈요시(花田紀凱) 편집장이 지휘하는, 일본에서는 최고의 시사잡지 편집부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에 대한 기획력도 그렇지만, 눈코틀새 없이 바쁠 월드 스타 지식인인 클라이브 해밀턴으로부터 이미 2020년도부터 장문의 원고를 받아내는 섭외력이 부럽다.
‘호주와 중국의 예정된 전쟁’은 올해 중국 수교 30주년, 대만 단교 30주년을 맞는 대한민국이 동북아 외교안보 전략을 재검토하고 재결산하는데 소중한 텍스트가 될 것이다.
[ 클라이브 해밀턴, 호주 국회 증언 영상 ]
[ 클라이브 해밀턴, 미국 의회 증언 영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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