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는 저조한 국정수행 지지율로 인해 재선에 실패한 경우가 여럿 있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 중에서는 제39대 지미 카터(Jimmy Carter)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경우가 많다.
공교롭게도, 1973년부터 정치를 시작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1977년부터 1981년까지 대통령이었던 지미 카터와도 인연이 있다. 당시 델라웨어 주 상원의원이었던 바이든은 같은 당 소속 카터 대통령의 저조한 지지율과 재선 가능성에 대해 수차례 비판한 적이 있다. 정치 입문 후 50년이 지난 지금, 바이든 대통령은 카터 전 대통령과 유사한 이유로 재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린스키 기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1979년 7월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에 대해 “그는 정치적으로 곤경에 빠졌습니다(He is politically in trouble)”라고 말한 사실을 소개한 후 1980년 대선을 앞두고 카터 지지를 보류한 사실도 설명했다. 참고로 바이든 당시 상원의원은 카터의 1976년 대선 캠페인 당시 민주당에서 중책을 맡은 바 있다.
린스키 기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카터의 재선 도전 당시와 유사한 방식으로 고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두 사람 모두 높은 인플레이션과 외교 정책 실패로 인해 지지율이 하락했고, 결국 민주당은 바이든이 카터와 유사한 정치적 운명을 겪을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린스키 기자는 케네디 가문 인사의 도전에 직면했다는 사실을 바이든과 카터의 또 다른 공통점으로 제시했다. 카터 전 대통령이 테드 케네디 당시 상원의원과 치열한 당내 경선을 한 것처럼, 바이든은 현재 민주당 출신 변호사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탈당 후 단독출마로 인해 지지율을 잠식당한 상황이다.
“카터의 예산안을 비판하던 바이든, 당선 이후 슈퍼 예산으로 인플레 야기”
린스키 기자는 바이든이 1979년 카터 당시 대통령의 막대한 예산안에 대해 ‘미세조정이 필요하다’며 비판적인 입장이었지만, 정작 자신은 대통령 당선 직후 과도한 복지 예산으로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면서 민심을 떠나게 했다고 지적했다.
린스키 기자는 바이든이 1976년 카터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방식 및 당선 이후 백악관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자주 했다고 언급하면서 바이든 역시 민주당 내에서 비슷한 비판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린스키 기자는 바이든이 1980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카터 대통령 대신 다른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당시 바이든은 “카터를 포기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말했고, 42년이 지난 현재 민주당 내에서도 ‘대선후보 교체’는 주류 의견이 아니다.
린스키 기자는 카터가 1980년 대선에서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후보에게 패한 후 민주당에서 버림받은 존재가 되었지만, 바이든은 카터의 사망 이후에도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등 자당 소속 전직 대통령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 본인이 자당 소속 전직 대통령과의 의리를 지켰기 때문에, 정권교체 위기에 직면한 민주당이 바이든 대통령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