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위비 관련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동맹국을 폄하하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있는 한편,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들이 미국과 약속한 국방예산(GDP 대비 2%)을 지출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발언에 일부 동의하는 목소리도 있다.
물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그의 고립주의(isolationist) 노선 때문인지, NATO 국가들에 대한 전략적 충격요법 차원인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은 트럼프의 이번 발언으로 NATO 국가들이 군비 증강을 진지하게 검토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유진영의 안보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칼럼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국방비 증강에 미온적인 NATO 국가들에게 누군가는 충격을 줘야 한다(It is hard to disagree with that verdict, but then someone has to shock NATO’s laggards into keeping their side of the bargain)”고 밝혔다.
특히 칼럼은 유럽 최대의 경제대국인 독일이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수입하기 위한 노드스트림 2 파이프라인 건설에 수십억 달러를 지출한 반면, 국방비는 GDP의 1.23%만 지출했다는 사실을 꼬집었다.
칼럼은 재임 중이던 2018년 독일과의 정상회담에서 ‘독일이 러시아의 가스에 과도하게 의존한다’고 비판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이 결국 옳은 것으로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제기 이후 NATO 국가들 중 6개국이 국방비를 대폭 늘렸다”고 언급했다. 유럽을 겨냥한 트럼프의 충격 요법은 이미 일정 부분 성과를 냈으며, 이번 발언도 그 충격 요법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트럼프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
또 칼럼은 “지금쯤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했겠지만, 트럼프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Trump, as most people will have worked out by now, doesn’t really mean much of what he says)”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실제로 유럽과의 동맹 파기나 미군 철수를 강행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다.
칼럼은 트럼프가 독재자의 특성 중 많은 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독재자를 다루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그는 북한 김정은에 대한 위협 뿐 아니라 칭찬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가 김정은을 만난 이후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빈도는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칼럼은 “러시아더러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격려할 거예요”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이건 쓸데없는 위협이 아니며, 악당을 독려하는 행위”라며 “트럼프가 이번에는 정말 도를 넘어 유럽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칼럼은 “그러나 트럼프의 발언이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고, NATO 회원국들이 국방력 강화를 위해 신속하게 행동한다면 최종 결과는 좋게 나타날 수도 있다”며 마무리했다.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unpredictability)이 역설적이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