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삼성물산 합병에 피해” 국민연금 vs 이재용 손배소 ③ - 만약 당시 합병하지 않았다면

  • 등록 2026.04.21 23:11:11
크게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제일모직-삼성물산 불법 합병 의혹 사건의 형사재판이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지 벌써 9개월이 흘러가고 있다. 이 사건의 1심부터 최종심까지 법원이 흔들림 없이 모든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고, 이에 그동안 검찰과 언론, 일부 정치권을 통해 제기된 ‘이재용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법 합병’은 죄가 없는 동시에 사실무근으로 사법적 결론이 내려졌다. 이재용 회장과 삼성으로서는 이제 더 이상 떠올리기도 싫을 법한 이 사건이 민사 법정에서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에서 이 부당한 합병으로 인해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며 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고 나선 것이다.

 

 

인싸잇=한민철 편집국장 | 국민연금은 지난 2024년 이재용 회장 등에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언론에 “합병 과정에서 이 회장이 충실의무·선관주의의무를 다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회장 등이 두 회사 합병의 적절성과 기대효과 및 문제점 등을 성실히 검토·판단했는가, 그리고 회사와 주주, 특히 당시 삼성물산의 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했는지 등을 따져보겠다는 의사였다.

 

이미 기존 형사재판에서 삼성그룹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의 필요성을 느끼고 시너지 효과 등도 철저히 검토했다는 사실은 법원의 판결을 통해 사실로 증명됐다.

 

해당 형사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두 회사의 합병이 시너지 효과도 부족하고 합병 필요성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오로지 이 회장이 대주주인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이 조성되는 타이밍을 노려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과 합병하고, 이를 통해 이 회장이 합병사의 최대 주주가 돼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성공적 경영권 승계를 목표로 했다고 봤다.

 

한마디로 합병으로 시너지가 발생해 주주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는 당시 삼성 측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입장이었고, 국민연금도 여전히 이것이 의심되니 민사소송을 통해 추가로 따져보자는 것이다.

 

두 회사의 합병은 합병 결의 이사회 약 1개월 전인 2015년 4월경, 윤주화 당시 제일모직 사장이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과 만나 처음 제안하며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두 회사 대표가 합병에 대해 논의한 주요 계기는 삼성물산의 지속적인 주가 하락과 실적 타격에 있었다. 실제로 삼성물산의 주가는 2015년 1월경 주당 6만 원 선에서 5만 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후 2~3월 잠시 회복세를 보이며 다시 6만 원대로 반등했다.

 

하지만 4월 23일 1분기 실적발표에서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6%와 57.7% 하락한 ‘어닝쇼크’를 겪자, 주가는 다시 하락하며 5만 5000원 선으로 밀려 났다.

 

2015년 1월 1일부터 5월 25일까지 국내 기관의 순매도량 순위에서 삼성물산(1584만 6628주·약 9068억 원)은 현대자동차(664만 763주·약 1조 954억 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국민연금도 2014년 12월부터 2015년 5월까지 보유 중이던 삼성물산 주식 약 580만 주(약 3357억 원)를 순매도했다.

 

 

‘주가·실적·사업 부진’ 삼성물산 & ‘사업 재조정 필요’ 제일모직

 

삼성물산은 당시 주력인 건설 사업이 맥을 못 추며 주가와 실적에 타격을 준 것이 사실이었다.

 

삼성물산은 인천 옥련동, 부천, 서울 강동 등에서 추진하던 주택 TF 사업의 경우 미분양 등으로 인해 2012~2014년까지 발생한 누적 손실만 약 4000억 원에 달했다.

여기에 부담을 더한 건 해외 건설 사업이었다.

2010년 초반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 중심의 수주를 따내는 데 잇단 성공했다. 삼성물산은 2011년 9월, 약 2조 4302억 원 규모의 사우디 쿠라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를 그리고 2013년 6월에는 약 6조 5000억 원 규모의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를 각각 수주하는 등 해외 건설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이후 악재가 거듭됐다. 90년대부터 국내 주택 사업을 위주로 수행했던 삼성물산에 초대형 해외 프로젝트, 특히 로이힐과 같은 초대형 광산 개발은 그동안 제대로 수행해 본 적도 없는 사업이었다.

 

로이힐 프로젝트의 경우 무리한 덤핑 계약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장기적 부실의 우려마저 커졌다. 결국 2014년 말, 삼성물산은 해외 신규 수주액이 목표치인 18조 원의 4분의 1 수준인 4조 5000억 원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2013년 말 13조 원에 달했던 해외 수주액이 반토막 이상 난 것이다.

 

업계에서는 해외사업의 실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조직개편을 무리하게 단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4년 7월경부터 국제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그해 11월경에는 배럴당 80달러 선이 붕괴해 시장에 충격을 줬고, 2015년 1월경에는 배럴당 40달러에 이르렀다.

 

유가가 하락해 주요 발주처인 중동 산유국들의 재정 상황이 악화하면서, 발주 취소나 공사 중단의 문제를 빚었다. 당연히 중동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물산도 2014월 4분기에는 10년 만에 영업 실적이 적자로 전환됐고, 앞서 언급했듯이 2015년 1분기에 어닝쇼크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이에 다수의 증권사들이 물산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이런 상황을 당시 삼성 내부에서도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 실제로 2015년 3월 당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도 삼성증권 측으로부터 삼성물산에 대해 ‘매출 성장률 둔화 예상’, ‘주가 상승 기폭제 찾기 어려워’ ‘국내 주택시장 호조세 반영할 프로젝트 적어’, ‘하반기 이후 매출성장률 둔화 예상’ 등의 내용을 보고 받았다.

 

삼성그룹으로서는 삼성물산에 대해 주가와 실적 반등을 기대할 요소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제일모직은 2014년 말 상장해 주가가 상승하고 있었지만, 사업 부문의 조정을 필요로 했다.

 

당시 제일모직은 패션, 화학, 전자소재 사업이라는 이질적 사업 영위하고 있었고, 전자·소재 사업이 전체 매출의 56.3%를 차지하는 주력 사업이었다. 패션은 16.7% 매출 비중의 비주력사업으로, 이 사업들은 성격이 이질적이었다.

물론 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제일모직의 주력은 패션이 돼야 했지만, 다시 주력 사업이 되기 쉽지 않다는 게 당시 시장의 반응이었다.

 

제일모직은 이때 삼성물산보다 상황이 나았다. 현재는 삼성 계열사 내 전자 다음으로 규모가 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었고, 2014년 제일모직의 약 5조 원의 매출 중 36%(약 2조 원)를 차지한 패션 사업 부문은 26개 브랜드를 통해 국내 업계 1위를 달리고 있었다. 당시 에잇세컨즈 등 스파(SPA) 브랜드가 국내와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고, 2014년 말 기준 중국 내 패션 매장만 380개에 달했다.

 

또 자회사인 단체급식 전문업체 삼성웰스토리가 속한 식품·음료 서비스 부문이 매출의 30%를 차지했는데, 웰스토리는 삼성 계열사와의 안정적 거래와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매출이 매년 증가하며 국내 단체급식 시장에서 압도적 1위에 올라 있었다.

 

또 건설 부문도 대형 프로젝트가 아닌 건축·조경 등의 사업을 통해 안정적 매출을 이끌었는데, 당시 업계에서는 제일모직 건설 부문이 1320만㎡(약 400만 평)에 달하는 용인 종합 개발과 삼성전자가 평택에서 진행하는 반도체라인 투자(약 16조 원)를 수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제일모직도 그리고 삼성물산도 건설 부문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는 업계의 목소리도 있었다.

 

또 제일모직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삼성물산의 상사 부문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었고, 무엇보다 삼성물산은 주가와 실적이 부진하고 각 사업 부문의 반등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다시 말해, 두 회사의 합병 필요성이나 이를 통한 기대효과가 상당했다는 것이다. 이미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관련 형사재판 이전에도 법원이 같은 취지로 판단한 바 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공시된 직후, 삼성물산의 주가가 상당히 상승하는 등 시장에서 합병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합병이 삼성물산 및 그 주주에게는 손해만을 주고 제일모직 및 그 주주에게만 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중략)… 오히려 삼성물산의 입장에서도 건설 및 상사 분야의 매출 성장세가 예전보다 침체한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는 위한 방편으로 레저, 패션, 식음료, 바이오 분야 등에서 강점 또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추진할 만한 동기가 있다고 볼 여지가 없지 아니하다.

 

-2015.7.1. 서울중앙지법 2015카합80582, 채권자 엘리엇-채무자 삼성물산 등
총회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등 가처분 판결문
「이재용, 세기의 재판」1부 내용 일부 발췌

 

 

합병하지 않았다면... 삼성물산이 고스란히 떠안았어야 할 천문학적 부채

 

2015년 7월 제일모직-삼성물산은 결국 합병에 성공해 오늘날의 삼성물산이 탄생했다. 이 통합 삼성물산은 2016년 1월 28일, 2015년 4분기 실적으로 매출 7조 2211억 원에 영업손실 891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합병 전 삼성물산의 잠재적 손실 2조 6000억 원을 실적에 반영하면서 영업손실을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 2조 6000억 원의 손실은 기존 삼성물산의 건설 부문 1조 6000억 원과 상사 부문 1조 원에서 나온 것으로, 주로 기존에 삼성물산이 진행하던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 등 해외사업에서의 손실 및 우발부채가 반영됐다.

 

실제로 2015년 9월 1일자 통합 삼성물산은 로이힐 프로젝트에 대해 6842억 원의 충당 부채를 반영했고, 이 프로젝트는 2015년 3~4분기 합쳐 약 9700억 원 정도의 손실을 낳았다.

 

로이힐 프로젝트는 애당초 계획보다 6개월 이상 지연된 2016년도 5월경 완료됐고, 최종적으로 회사에 1조 원 이상의 손실만을 남겼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합병 전 삼성물산 건설 부문의 연간 세전 이익이 3000억 원 정도였다. 그렇다면 1조 원의 손실은 건설 부분에서 3년간의 세전 이익보다 더 큰 금액이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통합 삼성물산은 2015년 4분기 영업손실 891억 원을 기록했다. 그나마 제일모직과 합병을 통해 기존 모직이 자회사로 두고 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 사업 평가 이익을 반영하면서 합병 전 삼성물산의 잠재적 손실을 상쇄할 수 있었다.

 

만약 삼성물산이 당시 제일모직과 합병하지 않고, 이 천문학적 부채를 다 떠안았다면 주가와 실적은 그때보다 하락할 경우를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고, 당시 삼성물산의 대주주였던 국민연금으로서도 이는 엄청난 손실일 수밖에 없었다.

국민연금은 이재용 회장 측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의 적절성과 기대효과 및 문제점 등을 성실히 검토·판단했는가, 그리고 삼성물산 최대 주주인 자신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했는지 등을 따져보겠다며 이번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당시 삼성 측이 합병을 적기에 단행하면서, ‘합병하지 않았을 때 예상 가능한’ 주주들의 손해를 방지하고, 오늘날 회사의 규모와 가치를 더 키운 것으로 보는 게 더 상식적이라는 의견을 밝힌다.

한민철 편집국장 kawskhan@naver.com
ⓒ (주)인싸잇

법인명 : (주)인싸잇 | 제호 : 인싸잇 | 등록번호 : 서울,아02558 | 등록일 : 2013-03-27 | 대표이사 : 윤원경 | 발행인 : 윤원경 | 편집국장 : 한민철 | 법률고문 : 박준우 변호사 | 주소 :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333길 9, 1층 | 대표전화 : 02-6959-7780, Fax) 02-6959-7781 | 이메일 : insiit@naver.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유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