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조선일보에 생명경시 풍조를 예찬한 운동권 세력을 향해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라는 칼럼을 전격 기고한 김지하 시인이 노대통령 자살과 관련하여서도 예의 생명중심론을 펼치며 일관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시인은 28일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의 촛불 추모와 관련 "자살이라는 비겁한 생명포기에도 촛불이 켜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시인은 이날 자 부산일보에 기고한 '나의 이상한 취미'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지금 세상에선 이상한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시인, “대통령은 자살이 아닌 책임져야할 사람”
김 시인은 "황석영 변절사건, 노 전 대통령 자살,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세상이 떠들썩하게 봉하마을 노씨 상가로 조문행렬이 이어지는 것, 독감, 존엄사 인정이 한동안 이 사회의 미래를 결정할 듯(하다)"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던 두개의 명제 '생명과 평화'는 눈 씻고 봐도, 그 어디에도 자취가 없다"고 개탄했다.
이어 "더욱이 자살한 사람 빈소에 촛불이 켜지고 있다. 자살이라는 비겁한 생명포기에도 촛불인가"라며 "그 촛불의 정체는 무엇인가"라고 꼬집었다.
김 시인은 "마음이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시중의 유행어인 '따뜻한 자본주의' '착한 경제'는 돈과 마음의 결합인데 봉하마을에서 악을 악을 쓰는 맑스 신봉자들이 이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맑스 화폐이론이 철저히 마음을 배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7일간의 국민장, 비극적 숭배열에 의한 명백한 부패와 생명포기라는 비겁성의 은폐, 핵실험과 3개 미사일 발사 따위가 여기에 대답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김지하 시인은 5일 오후 8시25분 방송될 케이블채널 환경TV의 '책 읽는 금요일'에 출연해 "대통령은 국민을 모시고 민족의 통일을 모시는 자인데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자살했다"며 노 전 대통령을 재차 비판했다. 그는 또 "절대로 '베르테르 효과'라고 불리는 모방자살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우려하며 "그런 죽음을 존중하는 전통은 우리 민족에겐 없다"고 언급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추진 사업이나 촛불에 대한 태도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을 내비쳤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4대 강 개발 정책에 대해서는 "4대 강을 개발한다는 정부의 지나친 집착은 시대착오적"이라며 "'녹색'이라고 하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촛불을 존중하면 잘 될 거고, 촛불을 인정 안 하면 시끄러워진다"고 직언했다.
촛불 문화에 대해서는 시종일관 긍정적 평가하기도
김시인은 촛불에 대해서는 매우 강한 어조로 긍정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김시인은 9일 대화문화아카데미가 '호혜와 공존'을 주제로 여는 제2회 여해포럼의 강연을 맡아 배포한 강연문에서 "하나의 문화혁명을 제안한다. 이미 작년 4월 말에서 5월초까지 시청 앞에서 켜진 촛불을 이제 자각적으로 켜자"고 제안했다.
김시인은 촛불을 높이 평가하는 근거로 "지도자도 조직도 강제도 없었고 끊임없는 토론에 의해 도달한 그때그때의 합의에 의해 도리어 그들은 단 한 오리의 오류도 폭력사태도 과장도 없는 기이한 '대화엄(大華嚴)'의 월인천강(月印千江), 이른바 '집단지성'에 도달하곤 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김시인의 근거는 지난해 촛불시위 당시 좌파정치단체가 직접 개입했고, 온오프라인 상의 폭력사태로 법적 처벌이 있었다는 점에서 오류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므로 “나는 수없이 많은 개별적인 사례들 속에서 큰 전율과 함께 그것을 확인했다. 때(天)와 땅(地)과 삶(人)이 하나(一)가 된 것이다"라는 김시인의 결론도 작은 사례부터 하나하나 재검토해볼 필요도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김시인이 촛불에 대해서는 일관적으로 긍정평가, 생명경시 풍조 등 자살에 대해서는 비판을 하는 등 소신발언을 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이념이나 진영에 관계없이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김시인과는 이념적으로 전혀 다른 조갑제 전 월간조선 사장은 “지난 1991년 봄, 학내문제로 시위도중 사망한 ‘강경대군 사건’을 좌익들이 악용하여 서울도심부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분신자살이 잇따를 때 시인 김지하씨는 ´저주의 굿판을 거두라´는 취지의 비판을 하였다”며 이를 상기시키도 했다.
김시인, “당신들은 지금 자살의 전염을 부채질하고 있다” 일갈
김시인은 당시 조선일보 칼럼에서 “나는 너스레를 좋아하지 않는다. 잘라 말하겠다. 지금 곧 죽음의 찬미를 중지하라. 그리고 그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 당신들은 잘못 들어서고 있다. 그것도 크게!”, “당신들은 민중에게서 무엇을 배우자고 외쳤는가? 어떠한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과 삶의 존중, 삶의 지혜를 놔두고 도대체 무엇을 배운다고 하는가?”, “자살은 전염한다. 당신들은 지금 전염을 부채질하고 있다. 열사호칭과 대규모 장례식으로 연약한 영혼에 대해 끊임없이 죽음을 유혹하는 암시를 보내고 있다. 생명말살에 환각적 명성을 들씌워 주고 있다. 컴컴하고 기괴한 심리적 원형이 난무한다”, “ 종교인가? 유물주의인가? 대답이 다행히 창조적 통일로 끝났을때,그때 우리는 현정권에 대한 효력있는 저항을 참색할수 있을 것이다. 부디 자중자애 하라. 부디 절망하지 말라. 절망은 폭력과 죽음, 그리고 종말의 서곡이다”며 운동권 세력의 자살 예찬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시인은 이 칼럼으로 진보좌파 세력으로부터 변절자로 공격을 받으며 작가회의로부터 제명을 받기에 이르렀다..
최근 김시인은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동행한 황석영씨가 변절 논란에 휘말리자 “작가라면 좌우를 오갈 자유는 있어야 한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기 자유에 따라 말한 것에 대해 뭐라 시비를 거느냐”며 황석영씨를 옹호한 바 있다. 1991년의 도발적 칼럼과 맞물리면서, 김시인이 2009년의 중도적 관점으로 좌우대립이 극심한 한국의 여론시장에 성큼 들어선 느낌이다. / 미디어워치 변희재 기자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와 의견을 기다립니다.
전화 가능 시간 : 평일 10:00~18:00
(주말, 공휴일은 쉽니다)
Copyrights 2006 All Rights Reserved | 대표전화 : 02-720-8828 | FAX : 02-720-8838 | 대표이메일 : mediasilkhj@gmail.com | 사업장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4길 36, 2층 | 등록·발행연월일 2013년 3월 27일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08208 , 영등포, 라00483 |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58 | 사업자등록번호((주)미디어실크에이치제이) : 101-86-45323 | 대표이사 : 변희재 | 발행인 : 변희재 | 편집인 : 변희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변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