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 친문이 띄운 가짜뉴스 검증센터 ‘개미체커’

방통위가 지원하는 가짜뉴스 검증센터에 대한 우려

미디어워치 편집부 mediasilkhj@gmail.com 2019.12.12 15:06:58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가짜뉴스 체크센터 추진위원회가 발족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시민이란 보통 시민이라기보다 친문재인 세력, 친정부 특정 성향의 시민으로 보인다. 보도에 의하면 동아투쟁위원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 등 32개 시민사회단체가 어제(10일) 추진위원회 발족식을 열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다양한 의견을 가진 개인의 지식이 모이면 개체적으로 미미하게 보이나 집단적으로는 능력 범위를 넘어선 힘을 발휘해 특정 전문가의 지식보다 더 우수한 힘을 발휘한다” “공론의 장에선 집단 토론을 하여 집단의 이성적인 힘을 보여줄 수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집단 지성의 힘은 거짓 정보와 가짜 뉴스를 퇴치할 수 있다” 등의 의견을 밝혔다. 평소 이 단체들이 보인 성향으로 보아 추진위가 과연 자발적 시민의 참여로 볼 수 있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또 말대로 다양한 의견을 가진 개인이 모여 집단지성의 힘이 발휘될 것인지 아니면 특정한 의견을 가진 개인들이 모인 전체주의 집단의 또 다른 떼쓰기 현장이 될 것인지도 아직 알 수 없다. 

가짜뉴스를 판별해 걸러내는 운영구조를 보면 신뢰보다는 걱정이 더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언로 보도 설명에 의하면 이들은 가짜뉴스 검증 플랫폼을 ‘개미체커’라고 명명했는데, 매커니즘은 이렇다. 다수 추천 방식으로 게시판에 신고된 가짜뉴스를 선별하고 검증 게시판으로 이동해 검증을 시작하고, SNS 공론화를 거치는 방식이다. 다음 전문가들이 나서 팩트체크에 나서고, 가짜뉴스로 판별되면 금주의 가짜뉴스를 선정하고 우수 팩트체커를 뽑는다. 모바일웹을 기본으로 하고 회원 실명제로 운영된다고 한다. 우선 궁금한 것이 왜 회원 실명제로 운영하는가다. 이들은 평소 표현의 자유와 언론자유를 중시해왔던 사람들로 인터넷 게시판 대화방 등에 실명제를 강제하는 것은 네티즌 탄압용 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왜 자기들이 만드는 가짜뉴스 체크센터 플랫폼만은 회원 실명제로 운영할까. 어떤 뉴스가 가짜인지 아닌지 선별하는데 회원이든 비회원이든 무슨 상관일까. 우수 팩트체커를 뽑기 위해서라면 그것도 선정된 후 인증한다든지 하는 다른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 것 아닌가. 



이대로 가면 ‘개미체커’에 당한다

설명대로라면 이들의 가짜뉴스 검증 플랫폼은 여러 성향의 개인들이 두루 모여 치열한 검증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 아니라 추진위 성향과 맞지 않는 개인들은 기피하고 맞는 개인들이 다수를 이루어 특정 성향이나 특정한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게 되면 다수 추천을 받은 가짜뉴스라는 것도 결국엔 이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뉴스일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개인이 먼저 검증을 하고 SNS 공론화를 거친 다음 전문가들이 팩트체크를 한다는 것도 이상하다. 가짜뉴스 판별은 기자나 언론학자 등 관련 전문가들이 하면 그만이다. 팩트체킹은 이들 전문가의 영역 아닌가. 가짜뉴스를 선별하고 검증할 권한을 일반 네티즌들에게 맡긴다는 것부터 팩트체크와는 무관하게 대중선동부터 하겠다는 뜻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SNS 공론화라는 것도 비상식적이긴 마찬가지다. 구체적으로 그게 무얼 뜻하는지 모르겠지만 가짜뉴스로 최종 판별될지도 모를 뉴스를 전문가 검증 이전에 SNS 공론화부터 하겠다면 가짜뉴스나 허위정보를 근절하는 게 아니라 더 부추기는 꼴이 되는 것 아닌가. 

가짜뉴스 체크센터 추진위의 발족선언문에는 “시민의 주체가 되어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을 모색하고 나아가 시민 스스로 미디어 수용역량을 강화하고자 함” “정치적 이념적으로 편향되거나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엄정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오로지 진실을 규명하는 팩트체커 본래의 사명에 충실할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이 말대로만 진행된다면 오죽이나 좋겠나. 하지만 추진위가 밝힌 내용대로 진행된다면 현실은 오히려 정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이 가짜뉴스 체크센터 추진위는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11월 ‘가짜뉴스는 팩트체크로 잡겠다’고 공언한 이후 보란 듯 출현했다. 그때 한 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팩트체크를 활성화하는 것” “방통위가 직접 내부 기관으로 팩트체크 기관을 운영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고 적절치 않다” “민간 부분에서 (팩트체크가) 진행된다면 방통위는 (팩트체크센터에) 재원이나 지원 등을 통해 기관들이 내실화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도록 하겠다” 등의 발언을 했었다. 

‘개미체커’라는 시민 주체 가짜뉴스센터 추진위의 발족이 방통위와 무관하다 할 수 있을까. 혹시 개미체커는 방통위가 직접 손보기 어려울 걸 대신 손봐주기 위해 탄생한 것은 아닐까. 개미체커는 방통위 입맛과 무관하게 활동할까. 방통위가 적극적으로 지원의사를 밝힌 가짜뉴스 체크센터가 과연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혹시 개미체커가 또 다른 여론조작, 여론공작의 진원지로 변질할 우려는 없는 것일까. 그 어떤 면으로 봐도 이러한 의구심과 걱정을 잠재우긴 힘들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또 하나의 걱정은 이러한 기구 탄생을 눈앞에서 목도하고도 무감각한 야당과 소위 보수우파라는 사람들이다. 대책은커녕 이런 기구가 앞으로 무슨 일들을 벌여나갈지 짐작조차 못할 것이다. 총선 정국에서 개미체커라는 이 기구가 어떤 역할을 할지도 미지수다. ‘무감각 무반응 무대책’ 삼무에 지배당하는 보수우파. 친문 권력이 주도하는 가짜뉴스 검증센터 발족 소식까지 들려오는 마당에 이제 그만 잠에서 깨어나야 할 때가 아닌가. 

미디어워치 편집부 mediasilk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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