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나증권 본사 직원 연루 수십억 사기 사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엔 왜 ‘0’건(?)

하나증권 본사 영업부 직원, 수십억 사적 대출 중개
공범과 도박, 가상화폐 투자... 돌려막기로 대출 피해 발생
이해상충 및 부패 행위, 하나증권 및 하나금융그룹 지속가능경영보고서상 '0'건 표기
하나증권 관계자 “다른 회사도 ‘0’건으로 나온다고 한다”... 보고서상 표기 문제 없다는 입장

한민철 편집국장 kawskhan@naver.com 2026.01.27 18:19:13

인싸잇=한민철 기자 하나증권의 본사 직원이 수십억 원대 금전거래 사기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하나증권은 이해상충부패행위에 해당하는 문제를 일으킨 직원을 이미 징계 조치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 대해 회사가 매년 발간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상 윤리강령 위반 사항 중 이해상충 및 부패 부분에 해당 직원의 사건을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측은 다른 회사도 다 표기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하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건은 지난 20233월 하나증권 본사 영업부 소속인 A씨가 지인인 B씨에 자금 대여를 도와주며 비롯됐다.


당시 A씨는 한 중소기업체를 알선해 B씨에 60억 원을 빌려주게 했고, B씨는 이 돈으로 한 코스닥 상장사인 G사의 주식에 투자했다. G사의 주가는 2022년 내내 급상승했는데, B씨가 이 60억 원으로 투자한 지 두 달 후 급락했다. 실제로 G사의 주가 급락 사실은 당시 언론의 조명을 받았고, 지난해 수사기관이 주가조작 의혹 정황을 포착해 관련자들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B씨는 사실상 60억 원을 날릴 처지에 놓였고, A씨와 공모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다시 돈을 빌려 돌려막기로 이 채무를 변제하기 했다고 한다.


A씨는 그해 8월 피해자인 지인에게 B씨를 돈이 필요한 기업인이라고 소개하며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빌리려 한다. 내가 주식에 질권을 설정하겠다. 안심하고 돈을 보내라는 취지로 말했다.


피해자는 A씨의 말을 믿고 다음 해 3월까지 19억 원을 넘게 빌려줬다. 물론 향후 수사기관을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두 사람은 담보로 제공할 주식 등이 없었고, 돌려막기로 빌린 돈조차 다시 도박 및 가상화폐 투자 등에 사용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A씨는 202312월경에도 다른 피해자인 지인에게도 돌려막기를 위한 돈을 빌리려 했다고 한다. 심지어 당시 A씨는 다른 곳도 아닌 하나증권 본사 영업부 금융센터에서 피해자 지인에게 B씨가 전환사채 인수를 위한 입찰 참여 중이고, 이를 위해 잔고증명용 자금 20억 원이 필요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A씨는 피해자에게 돈을 빌려주면 20억 원을 인출할 수 없도록 증권사에 질권을 설정해 잔고증명용으로 보관하다 상환하겠다고 거짓말로 돈을 빌리려 했다고 한다.


A씨의 말에 속은 피해자인 지인은 A씨와 B씨가 관리하는 차명의 하나증권 계좌로 20억 원을 차용금 명목으로 송금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결국 기한 내 돈을 갚지 못했고, 피해자들은 경찰과 하나증권에 이를 알리면서 그동안의 사기 행각이 드러났다.


특히 B씨는 A씨와 알고 지내기 전부터 과거 돈 문제로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경찰 조사가 진행되자 외국으로 도주했다가 여권 무효화 조치로 국내에 입국해 체포됐다.


A씨는 과거 하나증권 내에서 비임원 직원임에도 억대 연봉자로 이름을 올리며 사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로 알려졌다.


하지만 B씨와 이번 사기 사건에 연루돼 피해자 지인들을 기망하는 역할을 주도했고, 그를 믿고 돈을 빌려준 피해자 지인들은 피해 금액 대부분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해상충, 부패 행위인데...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0’건 기재


검찰은 A씨와 B씨를 각각 특가법 위반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해 현재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증권은 A씨에 대한 비위 행위를 인지한 즉시 부문 감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A씨를 바로 해직 조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회사 측에서도 손해가 발생한 것을 인지해 A씨를 상대로 민사소송도 제기했다고 한다.


고객(또는 잠재적 고객) 등에 사적인 돈거래를 제안하고 회사 계좌가 아닌 별도의 통장으로 자금을 이체받거나, 특히 그 돈을 통해 도박이나 가상화폐 등에 투자하려 한 사실은 하나금융그룹 계열사를 포함한 금융기관 종사자의 윤리위반 행위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 차명을 통한 투자 거래, 고객이자 지인인 피해자를 통한 대출 중개는 금융투자업자의 이해상충 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또 수사기관에서 A씨 등의 행위를 사기죄로 인정해 기소한 만큼, 부패 행위에도 해당하는 게 명백하다.


그런데 지난해 7월 발간한 하나증권의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상의 통계에는 이와는 다른 수치가 기재돼 있다.


해당 보고서의 103페이지에는 하나증권의 거버넌스 성과 중 윤리강령 현황에 대해 이해상충 위반 건수를 2022~2024년간 전부 0건으로 처리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A씨에 관한 사건이 발생한 시기는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2차례에 해당한다.


이미 A씨의 비위 행위를 2024년 내부 감사를 통해 적발해 해임했고, 이는 그해 4월 금감원에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A씨 사건에 관한 건은 이 보고서의 보고 기간인 20241월에서 12월 사이 조치가 이미 완료된 만큼, 당연히 위반 건수 목록에 포함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사측에서 A씨에 대해 회사에 피해가 발생한 것을 인지하고 20243월경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그 절차에서 발생하는 변호사 선임 및 기타 소송 비용에 대해 금융사고 관련 소송 진행 등으로 발생한 금전적 손실 총액부분도 기재해야 한다는 지적 나온다. 하지만 이곳도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전부 ‘0’으로 표기돼 있다.


혹시 A씨에 관한 사건을 보고서상에서 완전히 누락한 것일까. 얄궂게도 보고서의 윤리강령 위반 건수 중 기타(감봉 초과)’ 조치 건수에는 A씨에 대한 해임 건은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증권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이처럼 ‘0’건으로 기재가 된 만큼, 같은 시기 발간한 하나금융그룹의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도 192페이지의 불공정행위 및 반부패 사례 발생 현황이 모든 행위 및 기간에 ‘0’건으로 표기돼 있다.


이는 자체적으로 A씨의 행위를 파악하지 못했거나, 그의 행위가 부패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보고서를 접하는 사람들에 따라 사측이 전 직원의 비위 행위를 은폐 또는 축소하려 했다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하나증권 다른 회사도 ‘0’건으로 나온다고 한다

 

하나증권 측은 이미 A씨 사건에 대해 인지하자 바로 징계 조치했고, 금융감독원에도 관련 사건을 정리해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또 지속가능경영보고서상 기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A씨에 관한 이해상충 문제를 왜 ‘0’건으로 처리했는지에 관해 다른 회사들도 다 0건으로 나온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고서상 2024년 자금세탁방지 위반 위반건수에 표기된 ‘1’건이 A씨 사건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A씨의 사건은 금융투자업자가 다른 사람과 공모해 고객 또는 잠재적 고객으로부터 사적으로 돈을 빌려 사적으로 투자하고, 돌려막기를 하려다 사기 혐의를 받게 된 경우다.


자금세탁이란 범죄로 얻은 자금의 출처를 숨기고 합법적인 자금으로 꾸며 이득을 취하려는 행위다. 물론 A씨가 B씨와 공모해 피해자로부터 다른 명의로 돈을 받은 건 자금세탁으로도 볼 여지는 있지만, 이게 이번 사건의 핵심이 아닐뿐더러 이해상충이나 부패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표기한 건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지속경영보고서를 매년 발간하는 다른 기업의 관계자는 윤리위반 건수에 대해 동일인이 벌인 행위라도 그 성격이나 발생 시기가 다르다면, 각각 해당하는 횟수를 따로 표기한다아무리 같은 사람의 행위라도 그걸 연속적으로 보고 보고서에 공개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 직원이 내부정보를 유출해 경쟁사에 넘기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았다면, 내부정보 유출과 금품수수에 각 1건씩을 표기하게 돼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금융사고 관련 소송 진행 등으로 발생한 금전적 손실 총액‘0’으로 표기된 것에 대해 변호사 비용이나 소송 비용 등이 (소송이) 진행 중이므로 해당 부분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거 하나증권 홍보부에서 활동하며 이번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갈상면 하나증권 ESG본부장은 보고서에서 “ESG 기준이 전사 의사결정 과정에 자연스럽게 반영될 수 있도록 ESG 거버넌스를 고도화하고, 실행성과를 정량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지점도 아닌 본점 영업부 직원이 벌인 수십억 원에 사기 사건, 즉 회사의 내부통제 기능에 관해 문제점을 지적받기 충분한 문제를 더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한 건 회사의 성과를 정량적으로 관리하기보다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부분은 축소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 위 기사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129일 유튜브 채널 <KNL> 강용석 변호사와 한민철 기자의 경제 줌인라이브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민철 편집국장 kawskh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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