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 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필자가 즐겨 읽는 미디어오늘의 김도연 기자가 대단히 흥미로운 논쟁거리를 제시했다. 미디어오늘과 MBC, 둘 중 어느 쪽이 더 ‘기관지’ 성격을 가지고 있느냐는 다소 뻔한 이야기지만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안광한 사장님, 미디어오늘은 ‘언노련 기관지’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이런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 김 기자는 미디어오늘이 얼마나 언론 감시견 역할을 잘 해왔는지, 반대로 MBC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나름 근거를 대며 열심히 증명하려 했다. 간단히 말해 미디어오늘은 언론노조 기관지에 그치지 않지만(물론 김 기자는 미디어오늘이 언론노조 기관지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MBC는 청와대 기관지 노릇이나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언론노조나 미디어오늘 야당과 좌파 측 시민단체들이 볼 때 과거, 특히 노무현 대통령 시절 MBC와 극명하게 달라진 안광한 사장 체제의 MBC가 불만인 점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미디어오늘의 역할을 지나치게 포장한 ‘자뻑’과 왜곡에 대해선 몇 가지 짚지 않을 수 없다.
네이버 국어사전에는 ‘기관지(機關紙)’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기관지2 (機關紙) [명사] <언론> [같은 말] 기관 신문(특정한 개인이나 조직, 단체 따위가 그 기관의 목적을 이루고 이념 따위를 널리 펴기 위하여 발행하는 신문).” 네이버 두산백과사전은 미디어오늘의 탄생과 역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이 1989년 1월 17일 언론전문비평 주간신문인 《언론노보》로 창간하였다. 1995년 5월 17일 제호를 지금의 《미디어 오늘》로 변경하여 12면으로 재창간한 뒤, 이듬해 1월 1일 16면으로 지면을 늘렸다. 1999년 6월 3일 독립채산제로 전환한 뒤, 이듬해 1월 대학생 객원기자단 출범과 동시에 웹사이트를 개설해 인터넷 뉴스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2003년 6월 25일 지령 400호를 발행하였다.” 독립채산제로 전환했다지만 미디어오늘은 탄생부터 특정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언노련 기관지’였고, 민주노총 산업별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으로 바뀌어도 현재 언론노조를 대주주로 둔 기관지란 사실은 분명하다. 이건 김 기자가 아무리 부정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형식이나 내용에서 ‘기관지’에 충실한 건 미디어오늘
물론 김 기자는 ‘기관지’를 단지 이런 형식상의 문제만을 놓고 이야기 한 것은 아닐 것이다. 형식상 언론노조의 기관지이지만 미디어오늘이 그 한계를 넘어 권력화 된 언론을 얼마나 열심히 비판하고 있는지를, 그에 반해 MBC는 청와대 권력 비판을 외면하고 있는지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진짜 그런가. 미디어오늘이나 김 기자의 눈에는 만족스럽지 못할지라도 MBC가 청와대나 정치권력을 비판하지 않는 게 아니다. 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MBC는 청와대의 인사 문제나 여권의 잘못, 사회적 이슈를 꾸준히 보도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국민에게 알려왔다. 그 보도 수위가 일부 국민의 눈에는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또 다른 많은 국민은 MBC의 보도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의 비판이라고 느낀다. 반면 미디어오늘은 그들의 대주주인 언론노조의 잘못이나 야당 좌파세력의 잘못과 오류를 얼마나 잘 감시하고 국민에게 알렸나. 2012년 MBC언론노조가 반년 동안의 정치파업을 벌이고 그 과정에서 숱한 거짓말과 왜곡을 해도 단 한 번도 그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은 여당과 보수우파세력, 기업의 잘못은 철저하게 감시하고 비판해왔는지 몰라도 야당과 진보좌파세력의 잘못과 오류는 비호하고 감쌌다. 진영의식에 찌든 미디어오늘의 칼날은 자기 진영 안에 있지 않은 상대는 거침없이 파헤치고 후비고 도려내는데 번뜩였지만 정작 자기 진영 안 대주주인 언론노조와 좌파신문 야당 및 좌파진영의 잘못은 철저히 침묵하거나 오히려 무리한 논리를 동원해 보호하기 급급했다. 2012년 정치파업을 벌였던 MBC언론노조의 거짓말을 편들고 그들의 주장을 사실검증 없이 그대로 대변했던 게 바로 미디어오늘이었다. 그러다 자주 오보를 낸 주인공도 바로 미디어오늘이다. 김 기자는 “언론노조 산하 MBC본부 역시 엄연한 비판의 대상”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정작 비판할 건 하지 못하고 미디어법 때 언론노조와 미디어오늘 내부의 이견 차이 수준의 기사를 가지고 미디어오늘이 MBC본부를 비판 해왔다고 증거로 들이미는 건 웃기지도 않는 코미디다. 미디어오늘은 단 한 번도, 단 하나의 이슈에 있어서도 자신들의 대주주인 언론노조의 이념적 지향과 정치적 지향을 떠나 초당적으로 초이념적으로 비판의 칼을 휘두른 적이 없다. 즉 미디어오늘은 처음부터 현재까지 늘 언론노조의 기관지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는 얘기다.
“MBC는 청와대 기관지냐”는 미디어오늘, 노무현 대통령 ‘호위무사’ 시절 잊었나
애초 MBC의 청와대 권력 비판 수준과 미디어오늘의 권력 비판 수준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MBC가 보도한다며 자신들은 언론노조 강성남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지 않는다고 자랑스레 따지는 것도 지극히 ‘초딩’스럽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국정운영 방향과 직결돼 있고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는 중차대한 일이다. MBC뿐 아니라 KBS, SBS 등 지상파 방송과 종편 등 대한민국 모든 방송은 당연히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갖을 수밖에 없다. 일개 노조위원장 일거수일투족과 비교할 일이 아닌 것이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이냐 비판적으로 바라볼 것이냐의 판단은 국익과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야 한다. MBC뿐 아니라 모든 방송과 언론 역시 보도의 기준은 여기에 따라야 한다. 때로는 국익보다 대통령 개인 신상 ‘까대기’에, 여당과 보수세력 흠집내기에, 대한민국 헌법보다 북한 김정은 체제 옹호에 더 집착하는 듯 보이는 미디어오늘의 기준과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MBC를 ‘땡박뉴스’라 부른다면 물론 말릴 수 없는 일이다.
보도와 가치판단 기준이 대한민국이기보다 자기 편, 자기 진영이라면 충분히 ‘외부세력’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안광한 사장 말대로 MBC는 MBC언론노조와 그런 노조를 무조건 편드는 미디어오늘과 다른 외부세력으로 인해 2012년엔 좌초 위기를 겪기도 했다. “방송이 없었다면 내가 대통령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방송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호위무사 노릇을 하던 MBC언론노조의 과거를 잊은 듯 미디어오늘이 현재 MBC를 향해 “청와대 기관지가 아니냐”고 따지는 건 실소가 나오는 얘기다. 김 기자가 주장하듯 태생부터 언론 공공성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외쳐왔다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야당에 속속 합류해 권력의 단맛을 보고 있는 건 또 어떻게 설명할 건가? 새정치민주연합 MBC 출신 국회의원들과 민언련 출신 최민희 의원의 출세행보만 간단히 살펴봐도 김 기자의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없는지 알 수 있는 일이다.
야당 ‘기관지스러운’ 미디어오늘과 MBC 둘 중 어느 쪽이 진정 기관지인가
한 가지만 더 덧붙이자. 지난 번 MBC 내부기밀 자료가 그대로 최민희 의원에게 전달된 것과 비슷한 경우처럼 이번에도 김 기자는 MBC 비공개 업무현황 보고에서 나온 안광한 사장의 ‘외부세력’ 발언을 칼럼 소재로 다뤘다. 복수의 의원들이라곤 했지만 김 기자에게 안 사장의 말을 시시콜콜하게 전달했을 의원들이 어느 쪽 의원들일지 누가 봐도 훤한 일이다. 마치 실시간으로 보고되는 것이 아닌지 의혹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MBC 내부 기밀이나 발언이 야당 측에 전달되는 이상 현상, 초지일관 반여반보수의 논리에 따른 비판 등 도대체 미디어오늘의 야당 ‘기관지스러운 면’은 또 어떻게 설명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미디어오늘의 비판 눈높이로 따지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자, 이쯤 설명했으면 MBC와 미디어오늘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기관지’ 역할에 충실한지 답이 되지 않았을까.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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