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진당 이석기가 만든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 여론조작 나서나

이석기 설립 여론조사기관으로, 최근 통진당 우호여론 만들기 ‘총력전'...‘주는대로’ 받아쓰는 기자들이 더 큰 문제

이우희 기자 wooheepress@naver.com 2017.05.29 17:09:20

최근 부쩍 눈에 띄는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가 내란선동혐의로 복역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설립한 ‘사회동향연구소’와 동일한 기업인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본지가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이 회사는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이 설립한 ‘주식회사 사회동향연구소’가 2015년 10월 20일에 상호만 바꾼 회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내란선동범죄자의 회사가 그동안 아무런 제재없이 여론몰이를 해온 셈이다.

에스티아이는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이 설립한 선거기획·광고 대행사 CN커뮤니케이션즈의 자회사들인 길벗투어·문화기획상상과 같은 사무실에 입주해 있다. 에스티아이가 입주한 여의도 정원빌딩 6층에는 하나의 사무실 밖에 없으며, 복도에는 에스티아이, 문화기획 상상, 길벗투어, 블루랩의 명판이 나란히 붙어 있음도 확인됐다.



통합진보당 우호 여론 퍼뜨리는 에스티아이

에스티아이는 최근 통합진보당 해산에 반대했던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조사와 문재인 정부의 총리 지명자 이낙연 후보자를 옹호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잇따라 발표해 주목을 받은 여론조사 회사다. 

지난 주말 거의 모든 언론이 인용보도한 “국민 67%, 이낙연 총리후보자 임명 문제 없다”라는 내용의 기사는 바로 에스티아이의 작품이다. 에스티아이는 급진좌파 매체  미디어오늘과 공동으로 진행한 월례조사 보고서를 통해, 이낙연 후보자 의혹과 관련 응답자 67.1%가 “총리 임명에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에스티아이의 여론조사 결과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언론의 태도는 대다수 국민들의 상식과 부합하지 않아 그 신빙성에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호남에 지역기반을 둔 국민의당조차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가 나서 “(이낙연 후보자는) 너무 하자가 심해서 물건을 도저히 팔아줄 수 없는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고 혹평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스티아이의 여론조사 결과는 이낙연 총리후보자에게 지나치게 우호적이었다. 이는 결국 후속 여론조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어 사실상 여론조작을 한 것이라는 의혹을 낳았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행정각부를 지휘·감독한다. 문재인 정권이 통진당 이석기 전 의원 사면이나 전 통진당 의원들의 복권 결정 등을 추진하게 되면 총리가 이를 직접 챙길 가능성이 높다. 에스티아이의 이낙연 관련 우호적인 여론조사는 에스티아이 측의 이해관계와도 무관치 않은 것이다.

한편, 에스티아이의 월례보고서에는 통합진보당 해산에 유일하게 반대했던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조사 결과도 담겨 있었다.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의 ‘통합진보당 해산 반대’ 의견에 대해서 응답자의 50.1%가 김 후보자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이 이사로 재직하기도 했던 급진좌파 매체인  민중의소리는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진보당 해산 반대’ 의견, 국민 50% ‘동의’ 라는 제하의 기사를 냈다. 제목으로까지 뽑은 언론은 많지 않았지만 대다수의 언론은 이러한 조사결과를  그대로 보도했다. 



에스티아이=STI=사회동향연구소

‘사회동향연구소’와 ‘사회동향연구소(STI)’, ‘에스티아이(STI)’, ‘에스티아이’는 모두 동일한 기업이다. 언론들은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이 설립한 사회동향연구소가 그동안 대표이사를 바꾸고 단지 보도자료 표기를 달리했을 뿐임에도 마치 다른 회사인 것처럼 이 회사의 여론조사를 그대로 인용해왔다.

에스티아이의 법인등기부등본(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따르면, 상호는 ‘주식회사 사회동향연구소’에서 ‘주식회사 에스티아이’로 2015년 10월 15일 변경을 신청했고, 같은달 20일 등기가 완료됐다. 상호 변경과 관련없이 주소지는 동일했다. 에스티아이의 주소지는 2013년 10월 4일 이후로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대로68길 23, 6층(여의도동, 정원빌딩)’ 그대로다. 

사회동향연구소에서 에스티아이로 이름이 바뀌면서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는 변경됐다. 등기부등본의 ‘공고방법’에는 에스티아이가 기존 홈페이지 주소인 http://stiresearch.com 를 폐쇄하고, 새롭게 http://www.stir.co.kr 를 개설했다는 사실이 기록돼 있다. 

사내이사는 1명으로 사내이사 변경 기록은 에스티아이가 언론에 공표한 보도자료에 명시한 대표이사의 면면과 시기적으로 정확히 일치한다. 설립자인 이석기 전 의원은 첫 번째 사내이사로 등재됐다가 2012년 4월 사임했다. 이어 사내이사(대표이사)는 ▶조양원(2012년 4월 13일 취임) ▶김진실(2014년 9월 12일 취임) ▶이준호(2015년 7월 10일 취임) 대표로 바뀌어 왔다. 

두번째 대표이사로 취임했던 조양원 전 사회동향연구소(현 에스티아이) 대표는 이석기 전 의원과 함께 내란선동 관련 혐의 문제로 구속됐던 인사로, 2016년 6월 29일 만기출소했다.  간판을 바꿔단 에스티아이는 지난 대선기간을 전후해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앵무새 언론’ 조롱하는 ‘적당한 위장’

사실, 에스티아이가 자신들의 정체를 철저하게 숨기려고 했던 것 같지는 않다. 우선 에스티아이는 ‘사회동향연구소’의 영어단어 이니셜에 불과하다. 홈페이지 로고에도 ‘Social Trend Institute’ 라고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성 언론들은 이 기관의 성격을 의심하기는커녕, 이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하며 충성스런 앵무새 역할을 해왔다.

에스티아이와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언론매체는 급진좌파 친노매체인 미디어오늘이다. 또한 이석기 전 의원이 이사로 재직했던  민중의소리도 에스티아이의 여론조사를 적극 인용보도 하고 있다. 

에스티아이는 다른 좌파매체인 한겨레와 경향신문, 노컷뉴스, 허핑턴포스트, 한겨레21, 미디어스, 폴리뉴스, 뷰스앤뉴스 등이 자신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보도한 기사들을 스크랩해 홈페이지에 ‘언론보도’ 게시판에 올려뒀다. 물론 현재 문재인 정권 출범 전후로는 에스티아이의 여론조사 보고서를 좌우파 매체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언론이 받아쓰고 있는 추세다. 

에스티아이가 홈페이지에 스스로 공개한 고객사 명단은, 이석기 전 의원이 설립한 에스티아이의 성격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다만, 에스티아이의 고객사 명단은 28일에 한 인터넷게시판에서 에스티아이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논란이 벌어진 다음날인 29일 현재 극좌 성격을 띠는 단체명은 대거 삭제된 상태다. 

28일 기준으로 에스티아이 고객사 명단은 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광주광역시교육청, 미디어오늘, 성남시, 전국농민회총연맹,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인천비정규직노동센터, 문화재청공무원노동조합,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특허청공무원노동조합,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 녀름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등이다. 

29일자에는 이 가운데 금속노조, 전교조, 민주노총, 전농총, 문화재청노조, 특허청노조 등의 명단이 빠져있다. 



‘이석기 설립’ 정체, 언론이 몰랐을까

통진당 측과 관계된 회사인 에스티아이의 정체를 기성 언론이 전혀 몰랐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노골적인 좌편향을 드러내는 에스티아이의 여론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이 기관의 성격은 대강 짐작이 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문화일보 등 우파성향 매체까지 통진당과 무관치않은 에스티아이의 여론조사 결과를 적극 인용해왔던 행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특히 조선일보는 통진당 해산에 앞장섰던 매체이며, 검찰총장도 낙마시킬 만큼 막강한 정보력을 가진 신문이다. 

조선일보는 대선이 한창이던 3월 31일, 文과 격차 좁히는 안철수, 확 달라진 스타일 제하의 기사에서 에스티아이의 여론조사를 인용했다. “29일 에스티아이 조사에선 문 후보 48%, 안 후보 42%였다. 오차 범위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라고 쓴 것이다. 작성자는 원선우 기자다. 

그 밖에도 문화일보 ‘굳어지는 ‘1强 2中’ 판세… 安·洪 오차범위 2위 다툼’(2017년 5월 1일자), 동아일보 ‘[김아연의 통계뉴스] 마지막주 대선주자 지지율 종합해보니 ‘1强-2中-2弱’(2017년 5월 8일자) 등 우파 매체의 대선관련 에스티아이 여론조사 인용 사례는 넘쳐난다. 

언론 잠식하는 에스티아이 여론조사, '통진당세력 복권' 현실화하나

에스티아이의 승승장구는 좌우파 매체 할 것 없이 자료만 읊어주면 그대로 받아쓰고 말하는 ‘앵무새 기자’가 태반인 언론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물론 좌파매체의 경우 에스티아이의 자료는 입맛에 맞을 뿐만 아니라,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이 설립한 곳이라고 해도 딱히 안 좋게 볼 이유가 없다. 그리고 일반 인터넷매체의 경우 꼼꼼한 편집과 교열과정을 거치는 지면을 아예 발간하지 않거나, 특정 기관의 자료와 팩트를 검증할 여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문제는, 1등 신문이라는 조선일보조차 누군가 던져주는 자료를 마구잡이로 받아쓰며, 잘못된 자료를 걸러내는 데스크의 기능까지 붕괴된 것이 아닌가 의혹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이 설립한 에스티아이의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의 언론 지면과 방송 화면을 장식해가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국가를 전복시킬 내란을 선동했다가 발각돼 지난 2014년 12월 19일 해산된 통합진보당과 그 소속 의원들의 사면·복권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분위기다. 





이우희 기자 woohee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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