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포린어페어스 “중국이 대만 점령하면 한국·일본 핵무장”

“76년 전 스탈린이 베를린을 봉쇄해 자유세계를 시험한 것처럼, 지금은 시진핑이 대만을 압박하면서 자유세계를 시험하고 있다”

미디어워치 편집부 mediasilkhj@gmail.com 2024.02.20 23:05:47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장관은 지난달 30일 미 하원의 미중 전략경쟁특별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서 “미국은 유럽과 중동에서 억지력을 잃었다”며 “아시아에서도 억지력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거나 이미 잃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의 말대로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지 못했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저지하지 못했다. 한술 더 떠서, 아시아 최대의 군사대국인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과연 미국이 중국과의 전면전을 각오하고서 대만을 지킬 것이냐는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해군대학(Naval War Colleges) 산하 중국해양연구연구소 앤드류 S. 에릭슨(Andrew S. Erickson) 교수와 시카고 라이스 대학 베이커 연구소(Rice University Baker Institute)의 가브리엘 B. 콜린스(Gabriel B. Collins) 연구원 및 매튜 포팅어(Matt Pottinger) 전 미국 국가안보 보좌관이 공동으로 기고한 칼럼 “대만의 패배는 자유세계의 재앙이다(The Taiwan Catastrophe)”를 게재했다.



칼럼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향후 10년 동안 많은 지정학적 재앙에 직면할 수 있지만 국이 대만을 합병하거나 침공할 경우 일어날 일에 비하면 거의 아무것도 아니라고 경고했다. 이어 한국전쟁 당시 중국 공산당을 극도로 경계했던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전 사령관의 입장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칼럼은 현재의 대만이 장개석의 권위주의 통치 하에 있던 과거와는 달리 완전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전제하고 “대만이 베이징의 전체주의에 종속되면 중국 자체를 포함하여 아시아 전체의 민주적 열망이 저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칼럼은 오늘날의 대만이 첨단 반도체의 주요 생산국이기 때문에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대만해협에서의 전쟁이 세계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칼럼은 대만이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중위소득이 높으면서도 빈부격차가 상대적으로 낮을 뿐 아니라 성평등 부문에서도 세계 상위권에 오르는 등 영국이나 미국보다도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를 구가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이어 “다양한 언어 및 문화적 전통을 공유하는 14억 명 이상의 인구가 전체주의 통치를 받고 있는 대만 해협 건너편(중국 본토)의 정치적 현실을 고려하면, 민주국가 대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밝혔다.

또 칼럼은 중국이 대만을 점령할 경우 오늘날 전략적으로 중요한 대부분의 산업의 중추이자 빅데이터 세계의 생명선인 반도체 공급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5나노 이하의 최첨단 칩을 대만 TSMC와 삼성전자만이 생산하고 있으며, 고급 반도체 시장에서 대만이 차지하는 공급 점유율이 세계 석유 시장에서 OPEC이 점유하고 있는 비율보다 2배나 높다고 강조했다.

칼럼은 대만의 최첨단 반도체가 글로벌 기술 발전과 인공 지능 붐을 이끌었을 뿐 아니라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한 미국 기술기업(Big Tech)들의 성장을 촉진했다고 지적하면서, 중국이 대만을 점령할 경우에는 이같은 선순환이 무너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대만의 패배에 이은 반도체 공급난이 코로나19 팬데믹보다 더한 충격을 선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전역이 중국 전투기와 폭격기의 작전 범위에 들 것”
 
칼럼은 중국 공산당이 대만 합병 이후에도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센카쿠 열도와 남중국해 인근 국가들, 심지어는 오키나와까지 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일본은 자국 방어에서 더욱 불리한 입장이 되고, 일본 전역이 중국 전투기와 폭격기의 작전 범위에 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칼럼은 대만의 멸망 이후에는 미국의 안보 약속에 대한 신뢰를 잃은 동맹국들이 핵무기 개발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체 핵연료 처리 시설을 보유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플루토늄 비축량을 자랑하는 일본 뿐 아니라 원자력 강국인 한국도 수년 내에 실전 배치가 가능한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칼럼은 “일본이나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다면 그 영향은 거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공산당은 2035년까지 보유하기로 예정한 1,500개의 핵탄두보다 훨씬 더 많은 탄두를 가지려고 할 것이고, 그러면 미국, 러시아, 인도도 핵탄두를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아시아의 핵 확산이 중동으로까지 확산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핵무기 확산을 최소화한 지난 수십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칼럼은 중국의 대만 합병이 경제적으로도 미국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세계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크고 가장 역동적인 경제 지역인 아시아를 자유진영에서 분리시키려는 중국의 시도는 미국의 경제적 이익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기축통화로서 미국 달러를 버리고 위안화로 기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칼럼은 대만을 “중국과 자유세계가 벌이는 신냉전의 서베를린(Taiwan is in a sense the West Berlin of the new cold war unfolding between Beijing and the free world)”이라고 규정한 후 76년 전 소련의 스탈린이 베를린을 봉쇄해 자유세계를 시험했던 것처럼, 지금은 시진핑이 대만을 압박하면서 다시 자유세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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