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의 관세협상이 타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여전히 양국의 발표 내용이 달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completely'란 표현까지 쓰면서 “한국은 미국과 무역을 완전히 개방하기로 합의했다"며 “그들은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을 포함한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측은 “미국산 쇠고기와 쌀을 포함 그 어떤 농산물 추가 개방도 하지 않았다”고 발표하고 있다. 특히 여한구 통상산업 본부장은 '2008년 광우병 선동 집회 사진을 미국 측에 보여주며 설득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측 인사들은 당시 광우병 선동 집회를 강력한 정치적 반미 집회로 이해하는데, 그 집회 사진을 보고서 요구를 접었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협상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훌륭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시장 개방을 하지 않는 나라는 두고 보겠다”며 강력한 개방 의지를 표명했다. 현재 미국산 쇠고기 30개월 연령 제한을 두는 협상국은 오직 한국 하나였다.
또 하나의 쟁점은 분명히 '상호관세' 협의임에도 미국 측은 미국산 제품에 대해 한국이 수입 무관세를 적용한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관세를 15%로 적용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산 제품의 한국 수출에는 무관세가 적용될 것"이라며 “이 자리에 온 무역 대표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물론 시장의 크기와 무역조건에 따라, 상호관세라 해서 양국이 똑같이 적용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일본과 EU와의 협정에선 미국산 전품목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불평등 관세로 협의를 한 나라는 베트남이다.
참고로 미국산 소고기의 올해 수입 관세율은 2.6%다. 우리나라는 미국산 소고기의 최대 수입국으로, 작년 한국이 수입한 미국산 소고기 수입액은 22억4천289만달러(약 3조3천억원)에 이른다. 또 미국산 사료용 근채류(뿌리채소류)의 관세율이 6.7%인데, 작년 수입액은 2억7천616만달러(약 4천억원)이다. 이 밖에 미국산 배(동양배)에 대해서도 13.5%의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만약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기존 관세를 0%로 낮춰주었다면,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저지했다는 이재명 정권의 자화자찬은 조삼모사식 국민사기극이 될 수 있다. 미국산 농산품 전품목에 관세를 철폐해주며 더 큰 시장을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들의 정상과는 협상 과정에서 정상회담을 한 반면, 한국은 오히려 협상 타결 이후 2주 후에 미국 측이 이재명 대통령을 호출한 것도 논란거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의 투자 목적을 위한 대규모 투자 자금도 투입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이 투자 금액은 앞으로 2주 이내에, 이재명 대한민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양자 회담을 위해 방문할 때 발표될 예정입니다”라고 밝혔다. 기존의 4500억 달러 투자 이외 이재명 대통령이 2주안에 워싱턴에서 또 다른 추가 투자액을 발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역시 일본이나 EU와의 협의에서는 전혀 없던 일이다.
특히 패키지로 협의할 것으로 예상되던 주한미군의 주둔 성격 및 주둔비, 그리고 미국의 대중국 견제용 인도태평양 방어라인 같은 외교안보 사안은 아예 논의되지도 못했다.
이 모든 의혹과 미스테리는 2주 안에 이재명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에서야 밝혀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