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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타인의 위선이나 이중성을 비판할 때 거론하는 게 ‘야뉴스의 얼굴’이란 비유다. 겉으로는 선한 얼굴을 하고 훌륭한 행실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에는 악마적 속성을 갖거나 드러나지 않은 악행을 저지르는 앞뒤가 전혀 다른 사람을 지칭한다. ‘지킬박사와 하이드 씨’와 같은 작품으로 대중문화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기도 한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의미가 달라졌지만 야뉴스는 원래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문(門)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집이나 도시의 출입문을 지키는데 있어 사각지대가 없도록 머리 앞뒤에 얼굴이 다 있는 기괴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각각 반대 방향을 향한 얼굴은 물리적 공간으로는 앞과 뒤를, 시간적으로는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본다는 의미다. 고대 로마인들은 문을 들어서고 나가는 것이 시작과 끝을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열두 달 중 1월(January)도 야뉴스(Janus)에서 따온 것으로 한 해의 시작에 큰 의미를 두었다. ‘문지기·수위’(janitor)도 야누스에서 유래한다.  

고대 로마인들은 12월 동지 때부터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태양이 탄생하는 의미(송구영신)로 사투르누스(Saturnus) 축제를 성대하게 벌였다. 거의 한달 동안 계속되는 축제에서 해가 뜨는 시간에 제사를 올리며 먹고 마시고 놀았다. 이때는 주인과 노예의 구별도 없이 어울렸다. 야뉴스는 전쟁의 신이기도 하다. 로물루스가 로마를 세운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적들이 공격해왔을 때 야뉴스가 뜨거운 샘물을 분출시켜 적들을 물리쳤다는 전설이 있다. 로마인들이 로마 시내에 있는 야뉴스 신전을 평화 시에는 문을 닫아두고 국가위기나 전쟁 시에는 문을 열어두었는데, 이 전설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렇듯 위선이나 이중성과는 관계없이 성스러운 신인 야뉴스의 의미나 해석이 결정적으로 달라진 것은 18세기 영국의 한 작가가 자기 책에 ‘한쪽 얼굴로는 미소를 짓고, 다른 쪽 얼굴로는 노여움과 분노 외에는 아무것도 나타내지 않는 작가의 야뉴스의 얼굴’이란 표현을 쓴 이후라는 게 통설이다. 



자기 말에 책임져야 할 실패한 권력의 수호자

“20대 청년 조국은 뜨거운 심장이 있었기에 국민의 아픔과 같이하고자 했다”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기 말과 다른 부패의혹이 끝 모르게 쏟아져 나와 많은 이들이 당혹해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시절 부인 명의 아파트를 이혼한 동생 전 부인에게 팔아 다주택 논란을 피하려 했다는 의혹, 동생 부부가 위장 이혼하여 재산을 은닉하고 채무를 면탈했다는 의혹, 업계에서는 소위 ‘듣보잡’ 사모펀드에 전 재산이 넘는 74억원의 거액을 투자하겠다고 약정한 의혹 등과 장남의 입영연기 의혹에다 오래된 논문 표절의혹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다. 청문회 대상자 중 이 정도로 심한 사람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조국 후보자에게 제기된 온갖 의혹은 가히 역대급이다. 조국에게 쏠린 여러 의혹에 가족친지들이 두루 엮였다는 점에서 아들 딸, 사위, 아내 등 두루 의혹이 불거졌던 문재인 대통령과도 어찌 비슷해 보인다. 문 대통령과의 관계는 단순히 대통령과 수석비서관의 그것을 뛰어넘는 ‘원칙과 신념’으로 엮여 있다는 평가가 떠오른다.

2010년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함께 낸 공저 <진보집권플랜>에서 오 대표는 글을 맺으며 조국에 대해 이런 소감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독자들은 조국 교수의 ‘이후’가 궁금할 것이다. 2012년, 늦어도 2017년에 진보·개혁 진영이 집권하기 위한 전략을 설파한 그가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사실 나도 궁금하다. 설계자에 머물지, 시공자 역할도 할지, 혹은 감리자가 될지…. 그는 학자로서 진보·개혁 진영의 연대와 승리를 위한 ‘접착제’ 역할을 하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가 한 걸음 더 나아가길 바란다.” 오 대표의 소망(?)대로 조국은 청와대에 들어가 문 대통령과 함께 설계했던 비전을 실천한 설계자이자 시공자이자 감리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민정수석 직무수행과정에서 인사검증 실패를 거듭해온 조국을 절대 버리지 않고 법무장관까지 기용하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애착으로 보아, 오 대표의 희망대로 더 큰 꿈을 위해 바다로 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국은 2011년 펴낸 사회비평 책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에서 권력층의 위장 투기 스폰서의 달인을 비판하고 세습사회를 깨기 위해 공정경쟁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대한민국의 정의를 물었다. 한국의 보수에게는 헐리우드 원로이자 명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닮으라는 점잖은 충고도 했다. 법학자로서 이명박 정권의 강부자 중심 사회경제정책을 비판하고 법치에 대한 왜곡과 인권 후퇴를 지적했다. 그랬던 조국은 지금 자신의 언행을 곱씹어 보고 있을까, 아니면 곧 있을 청문회에서 써먹을 적당한 논리 개발에 열중하고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아마도 청문회에서 두 얼굴로 선 그에게 단호함보다 연민의 정을 쏟을 가능성이 크다. 어떤 경우에도 대통령은 조국을 버리지 않는다는 여권의 말이 맞을 것이다. 그러니 대통령과 이 정권의 문지기로서 성스러운 역할에는 소홀하고 죽창가를 울리며 과거로만 퇴행했던 조국을 바라보는 많은 국민의 가슴은 더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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