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유독 사이버 여론조작이 횡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이버 여론조작이 문제라는 문제의식이 흐릿하기 때문이다. 특히 플랫폼 사업자가 경제적인 이유이든 정치적인 이유이든 이 문제에 애매한 태도를 취한다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상 벌어지는 온갖 형태의 여론조작이 빚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얼마 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온 네이버 한성숙 대표와 카카오 여민수 대표의 발언은 국정원 댓글사건이나 드루킹 여론공작 사건을 겪고도 왜 아직까지 실검 조작이나 여론조작 논란이 끊임없이 계속되는지 알 수 있게 한다. 두 사람 모두 사이버 여론조작이 왜 문제인지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두 대표는 일부 세력이 조직적으로 좌표(URL 주소)를 찍고 실검을 조작하는 것이 여론조작인지 아닌지 야당 의원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여론조작은 플랫폼 사업자가 판단하기 어렵다(카카오 대표)” “조직적 개입 여부를 말할 수 없다” “마케팅이나 팬클럽 등에서 굉장히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네이버 대표)”
모두 무책임한 답변이다. 여론조작인지 아닌지 플랫폼 사업자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은 실제 여론조작이 일어나도 자신들은 알 수 없기에 방치하고 있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여론조작인지 아닌지 플랫폼 사업자가 판단하기 힘들다는 건 이해할 수 있다. 카카오나 네이버가 검찰, 경찰과 같은 수사기관도 아닌데 댓글 알바인지, 한 사람이 여러 아이디로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쓰며 마치 여러 사람이 같은 의견을 낸 것처럼 보이려 ‘작업’을 한 것인지 일일이 어떻게 알겠나. 또 네티즌이 순수하게 자기 의견을 밝힌 것인지 아니면 어떤 목적을 위해 그런 것인지 판단할 수도 없다. 그러나 여론조작 사회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포털이 플랫폼 사업자로서 최소한 매크로와 같은 기계를 이용하는 조작행위나 여론조작 행위를 의심할만한 정황을 발견했을 때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게 일반 국민의 상식적인 생각이다. 포털이 적극적으로 그러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나. 포털은 아직까지 그렇게 믿을만한 대책을 내놓은 적이 없다. 그래서 여론조작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말은 그냥 여론조작을 방치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마케팅이나 팬클럽 등에서 자주 있는 현상이라는 답변도 부적절하다. 일반 기업 마케팅이나 연예인, 스포츠 스타 팬클럽의 집단 의사표현이 드루킹 여론조작처럼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거나 특정 정치세력의 도구처럼 이용돼 국가와 사회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일이 있었나. 카카오와 네이버가 평소 여론조작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더라도, 조국 실검 사태와 같이 누가 봐도 뚜렷한 정치적 목적이 분명한 실검 조작 사태가 벌어지면 포털은 좌우를 불문하고 그런 인위적인 실검 조작 행위에는 명확한 차단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런 명백한 여론조작 행위도 방치했던 포털이 평상시에 벌어지는 여론조작을 제대로 걸러내고 있으리라 믿기 어렵다. 특히 실시간 검색어로 올리는 매출이 크지 않다면서 실검을 폐지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궁색한 논리로 계속 무시하는 태도는 실제는 정반대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또 설사 실제 매출액은 크지 않더라도 어떤 정치적인 이득 때문일 것이라는 추론을 하게 한다.
공익을 말하면서 공적 책임은 방기한 포털사들
카카오 대표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실시간 검색어는 본래 공익적 목적이라고 했다. 태풍 등의 사건을 전 국민이 알 수 있게 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카카오의 실시간 검색어가 지속적으로 특정 세력에 유리하게 편향돼 있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조국 사건처럼 좌우의 논리가 아닌 법과 상식의 문제가 특정 진영이나 정치세력에 일관되게 유리하다면 그런 실검은 공익적 목적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이용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네이버 대표도 실시간 검색어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변명하면서 “드라마 이름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올라갔다고 해서 해당 드라마가 인기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각종 비리 의혹에도 거짓말만 늘어놓는 조국의 실검 여론조작은 정권과 좌파권력이 조국을 감싸고 비판으로부터 방어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거짓말쟁이 법무장관 조국이 대선후보 여론조사 상위권에 올라간데 포털의 조국 실검 여론조작이 단 1%의 역할도 없었다고 말할 수 있나. 포털 실검이 공익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나.
네이버와 카카오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와 함께 실검과 관련된 부작용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10월 25일 실검 관련 공청회도 예정돼 있다고 한다. 필자는 이전 글에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조국 실검 조작사태에 방관자적 태도를 보인 이유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산하 자문기구인 ‘검색어 검증위원회’의 면죄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시간급상승검색어를 이용한 여론환기는 정치적 ‘운동’(movement)으로서 상업적 어뷰징과 다르다고 검색어 검증위가 낸 의견이 근거라는 것이다. 그러나 검색어 검증위원회에는 민변 출신 변호사, 좌파언론단체 출신 언론운동가, 현 정권과 연대하는 언론노조와 가까운 사실상의 어용언론학자 등 친정부 인사들이 다수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필자는 이미 지적했다. 포털사 대표들이 국감장에서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답변이 진심이라면 이번 실검 공청회에서 ‘검색어 검증위원회’의 편향성을 개선하는 문제도 다루어야 한다. 그래서 이들이 포털에서 벌어지는 여론조작 행위에 끊임없이 면죄부를 주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 강조하지만 포털의 사이버 여론조작이 횡행하는데 8할은 포털책임이다. 공익을 말하면서 공적 책임을 내팽개친 태도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는 점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