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정기구독 미디어워치샵

자유통일강대국코리아 (역사/외교)


배너

국민과 위기를 함께 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일본 정계의 실력자 오자와가 보인 추태

일본의 유명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 최신호(6월21일자)는 충격적인 이혼기사를 보도했다. 보통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의 이혼소동 등은 언론의 단골 소재이자 좋은 화젯거리이기도 하지만, 이번의 이혼기사는 그런 단순 가십거리가 아니었다. 일본 정치계 최고 실력자로 꼽히는 오자와 이치로(70) 전 민주당 대표의‘황혼이혼’에 대한 기사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내용은 오자와의 정치생명을 크게 흔들 수 있는‘1급 폭로’였다.

방사능 무섭다고 도망치는 정치인과 같이 살 수 없다

오자와 이치로의 부인은 오자와의 선거구인 이와테현의 지인에게 보낸 11장에 이르는 장문의 편지를 통해, 오래전부터 일본 정계의 실질적 지배자로 꼽히고 있는 오자와가 2011년 3월11일 일본을 덮친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폭발사고 당시 보인 추한 모습을 낱낱이 공개했다.

이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 중에는 오자와가 부인이 아닌 다른 여성과의 사이에서 둔 사생아의 존재도 크게 작용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일본이 최고의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국가를 위해 일해야 할 정치가가 자신만을 생각하고 국민과 지지자들을 내팽개쳤다는 것이었다. 그의 지지기반이자 오랫동안 선거구로서 14선 의원 오자와의 표밭 역할을 톡톡히 한 이와테현이 지난 지진 때 4600여 명의 사망자를 기록, 9500여명의 사망자를 기록한 미야기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극을 겪은 것을 생각하면 믿기지 않는 추태가 아닐 수 없었다.

슈칸분슌이 소개한 편지내용의 일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돼있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국회의원이 국민을 버리고, 방사능이 무섭다며 도망치겠다고 하더군요. 몇 십 년 동안 신세를 진 지역을 버리고 피해야겠다는 겁니다.”

“일찍이 겪은 적이 없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방사능이 무섭다며 도망쳤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신세를 진 많은 분들의 불행을 추모할 생각도, 고향의 재건을 도울 생각도 없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국정을 움직이려고 하는 남자를 국회에 보내기 위해 도왔던 제 자신이 무척 부끄럽습니다.”
정치인의 사생활 폭로는 드문 일이 아니지만, 대지진이라는 참사에 이어 원전가동 중지로 인한 전력난, 소비세 인상문제로 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현재의 일본에서 이번 폭로는 오자와의 인기와 그가 장악하고 있는 여당 민주당에도 치명적인 상처를 줄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위기상황에는 카리스마와 결단력을 가진 리더가 필요한데, 적전도망(敵前逃亡)이라는 최악의 행태를 보인 오자와는 부끄러움(恥)을 중요시 여기는 일본 정서상 이해받기 힘든 행동이기 때문이다.

인간의‘본성’은 위기에 드러난다

3.11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일본 내에서도 인간의 본성을 판가름하는 시금석으로 작용했다. TV CF에도 자주 출연해 인기가 높은 한 가부키 배우와 인기 여자아나운서 부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나자마자 일본 서쪽 끝인 후쿠오카로 도망치며 편의점에서 생수를 수 십 개 사재기하는 모습이 보도돼 많은 비난을 받았다.

과거 30년 동안 한국과 일본에 1개월씩 번갈아 체재하며 양국 회사를 지휘했던 신격호 일본 롯데 회장 역시 지진 발생 후 이례적으로 한국에 7개월 간 장기체재를 했다가 지진과 방사능 위험에 대한 공포가 어느 정도 사그라들자 다시 일본으로 귀국, 역시 구설수에 올랐다.

반면 현역 최고인기가수 중 한 명인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지진이 발생하자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와테현으로 달려가 무료 라이브 공연을 펼치며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줬고, 늘 추한 역할, 지저분한 역할을 도맡아 하는 만년 2류 코미디언 에가시라는 직접 트럭을 몰고 후쿠시마까지 물자수송을 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평소 국가, 인권, 평화, 봉사, 사랑을 강조하며 화려한 조명을 받던 사람들 중에도 진짜 위기가 닥치면 외국으로, 멀리 떨어진 안전한 곳으로 도피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대중이 환호하는 사회적 발언은 하지 않는 과묵한 사람이지만 희생과 봉사가 필요할 때는 아낌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였다.

한국의 위기를 함께 할 리더는 누구일까

한국은 올해 12월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대통령이야말로 국가의 위기에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정치거물 오자와 이치로의 이혼소동은 단순한 추문, 불륜 스캔들이 아니라,‘리더의 조건’을 생각하게 해주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의미 깊게 다가온다.

한국의 정치인 중에는 자식을 외국인학교에, 아니 아예 외국으로 조기유학 보내 외국인으로 키우는 사람도 있고, 해외에 고가 부동산을 보유하며 언제든지 한국의 위기를 피할 만반의 준비가 돼있는 사람들도 있다. 자식이나 손자가 외국국적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한국을 생각하고 있을까? 정작 자신들은 온갖 편법을 동원해 재산을 증식하고 병역을 비켜가면서도, 말로는 거창한 국가관과 밝은 미래를 얘기하며 눈처럼 깨끗한 이미지만을 부각시킨다.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국민을‘섬긴다’며 유치한 존댓말 장난으로 점수를 따려 하고, 건전한 부(富)는 능력의 잣대로서 높이 평가돼야 할 자본주의 사회임에도 불구, 선거 때만 되면 앞 다퉈‘가난한 척’서민 코스프레를 하는가 하면, 자식들은 외국의 사립명문고에 조기유학 시키며 외화를 유출시키는 사람들이 국가경제와 학교폭력을 바로잡겠다고 나서는 코미디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모습들이 과연 얼마나 진정성이 있을까?

한국에 필요한 리더는 언론이 만들어내는 이미지와 듣기 좋은 소리, 모습만 보여주는 포퓰리즘에 의존하는‘연출가’가 아니다. 재난이나 위기, 고난을 외면하지 않고 국민과 운명을 함께할 각오가 돼있는 과묵한‘실천자’여야 한다.

옥석을 가리기 위해 재난이나 위기를 바랄 수는 없지만, 위기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안목, 그것이야말로 한국의 유권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요건일 것이다.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