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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3.1절 기념사… 역사전문가들, "북한 날조 자료 인용했나”

이영훈 교수 “(문재인의 3.1절 기념사는) 역사의 더 없는 날조, 이 나라는 점점 북한을 닮아간다”

문재인 대통령의 금년 3.1절 기념사 내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일제시대 독립운동과 관련된 부분에서의 수치가 하나같이 과장·왜곡이 된게 아니냐는 것이다. 논란은 급기야 현 집권세력 주류가 공유하는 반미종북적 역사 인식에 대한 비판으로 확장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린 제99주년 3.1절 기념식을 통해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기리는 기념사를 낭독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일제 강점기동안 해마다 2,600여 명이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되었다. 1945년 8월 15일 해방의 그 날까지 10만여 명 가까이가 이곳에 수감되었다. 10명 중 9명이 사상범으로 불린 독립운동가였다”면서 “1937년 한 해 동안에만 국내에서, 무려 3,600건의 크고 작은 무장 독립투쟁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여러 수치를 제시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가 끝나자마자 페이스북의 역사전문가들은 앞다퉈 기념사에 제시된 수치가 도저히 믿기 어려운 수치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기념사를 작성해줬을 청와대 측에서 모호한 내용의 자료 또는 완전히 잘못된 사료를 인용했거나, 아니면 애초 뒷받침되는 사료가 없거나, 심지어 북한의 날조 자료를 그대로 가져다 쓴 혐의마저 있다는 것. 



신뢰하기 어려운 수치를 여러 번 가공해서 내놓은 2,600명이라는 수치

일본 붓쿄(佛教)대학 역사학과 이승엽 교수(페이스북 닉네임 Lee Sungyup)가 먼저 서대문형무소 투옥자수 문제를 거론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 교수는 한국 고려대학교와 일본 교토(京都)대학 등에서 학위를 받고 연구활동을 해온 한국 근현대사 전문가다.

이승엽 교수는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이어진 자신의 페이스북 포스팅을 통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중 '투옥인원'에 대한 진술은 터무니 없는 숫자를 말한 것은 아니지만, 불완전한 근거에 바탕해 있는 만큼, 구체적인 숫자로서 자신있게 표명될 정도의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당시 조선인의 실제 연간 서대문형무소에 투옥자 수와 관련하여 “‘조선총독부통계연보’ 각년판에는 '형사피고인의 출입'이란 항목이 있는데, 각 형무소별로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어 입감한 인원의 자세한 통계가 제시되어 있다”고 밝히면서 조선총독부통계연보와 조선사법통계연보의 수치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공개했다.



이 교수가 정리한 서대문형무소 형사피고인 입감수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1910년부터 1933년까지 확인이 명확히 가능한 조선인 연간 서대문형무소 투옥 인원은 문 대통령이 발표한 연간 인원수 2,600명에 미치는 경우가 드물었다. 자연히 일제시대 투옥자수 총합 10만여 명도 과장된 숫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자료와 관련해 이 교수는 “1934년판부터는 형무소별 인원의 기재가 빠지고, 전체 인원만 기재된다”며 “1934년 이후는 전체수의 증감을 기준삼아 서대문형무소의 형사피고 구속자수를 짐작해 보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시기에 따라서는 조선인만의 숫자를 집계하기 어렵고, 1934년 이후의 10년이 넘는 기간의 숫자가 빠져 있으므로 정확한 '조선인 투옥자'를 산출할 수 있는 통계로서는 한계가 많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그저 대체적인 경향이 이렇다는 것을 확인하는 정도로 의미가 있으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박경목 관장 박사논문의 인원 산출법은 문제있어

이승엽 교수는 연간 서대문형무소 투옥 인원을 2,600명, 일제시대 총합 10만여 명이라고 제시한 문 대통령 3.1절 기념사의 오류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박경목 관장의 박사논문에 기반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 교수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관장이 '투옥자'를 추산한 방법은 '수형자카드'에 기재된 사진보존원판의 일련번호를 약 25년간의 수감자 수로 보고, 그것을 25로 나누어 연간 평균(2600명)을 산출한 후, 다시 약 36년을 곱하여, 전체 인원을 94,000명으로 추산한 것이다“라면서 “다만 이 방법은, 과연 사진보존원판이 수감자의 숫자와 일치하는가의 문제와 함께, 그것을 나누기 곱하기로 인원을 산정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애초에 인원산출의 근거로서 완전히 신뢰하기 어려운 수치를, 다시금 여러번 가공하여 제시된 '매년 2,600명', '총계 94,000명'이라는 숫자에 대해서는 덥석 믿어 버리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경목 관장이 근거로 삼는 '수형자카드'에는 내지인(일본인)과 외국인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조선인 수감자'의 통계로 인용되기에 부적절하다는게 이 교수의 설명이기도 하다.  

이승엽 교수 “투옥자 10명중에서 9명이 사상범이라고? 사실관계가 틀렸다”

이승엽 교수는 문 대통령이 서대문형무소 수감자 10명 중 9명이 사상범으로 불린 독립운동가였다고 주장한 대목에 대해서도 “사실관계가 틀려 있다”며 서대문형무소 수감자 중 사상범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식민지통치 전기간에 걸친 정확한 숫자를 산출하기는 어렵지만, 조선인 사상범 수형자에 대한 '전향공작'이 본격화되는 1930년대 중반 이후의 자료에서 대강의 숫자를 확인할 수 있다”며 ‘사상휘보(思想彙報)’ 제3호(1935년)에 실린 '사상범 수형자의 형무소별 전향상황'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 교수는 “이 표에서 보면 1935년 2월말 현재, 형무소에서 복역중인 조선의 사상범 총수는 970명, 그 중 서대문형무소 복역자는 241명으로 사상범 전체의 25%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며 “1934년말 현재 서대문형무소 수형자가 2004명, 1935년말 현재 2336명이었으므로, 서대문형무소 수형자 전체에서 사상범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조금 넘는 정도라 할 수 있겠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가 관련해 인용한 자료들 중 일부는 한국역사정보통합시스템에서도 검색, 열람이 가능하다.



이영훈 교수 “1937년도에 3,600건의 무장독립투쟁? 이 나라는 점점 북한을 닮아간다”

이승엽 교수는 문 대통령의 기념사 중에 “1937년 한 해 동안에만 국내에서, 무려 3,600건의 크고 작은 무장 독립투쟁이 있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시비했다. 이 교수는 “이건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며 해당 내용을 터무니없는 날조성 내용으로 일축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이영훈 명예교수도 문 대통령의 1937년도 3,600건 무장독립투쟁 운운에 대해서 얼토당토않은 수치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역사에서 수치계량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경제사가 전공인 이영훈 교수는 지난 5일, 펜앤드마이크에 기고한 칼럼 ‘[이영훈 칼럼] '김구의 유령'이 이 나라 상공을 배회하고 있다’를 통해 1937년도 3,600건 무장독립투쟁 운운을 “역사의 더 없는 날조이다”라고 평했다. 

이영훈 교수는 “(이런 식의 아무 근거도 없는 수치 날조는) 김일성이 1932년 조선인민혁명군 6000명을 조직한 다음 1945년까지 대소 10만회 이상의 전투를 하고 그 모두에서 승리하였다는 북한 역사와 다를 바 없다”며 “이 나라는 점점 북한을 닮아간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영훈 교수의 육감이 틀리지 않았음이 곧 드러났다. 이후 페이스북의 역사전문가들이 토론을 계속 이어가면서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제시한 날조성 수치와 엇비슷한 날조성 수치가 실제로 북한의 공식 역사책에서 제시됐었다는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한국인권뉴스 최덕효 대표는 지난 5일 페이스북 포스팅을 통해 “3600건이면 하루 10건에 달하는 엄청난 항일투쟁의 역사가 되겠네요”라고 비꼬면서 “가까운 통계 자료가 있습니다. 북한학술총서 ‘조선통사’(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간) '중일전쟁 이후 시기의 항일무장투쟁' 편에서는 3900여 회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라고 관련 문제 고발에 나섰다. 실제로 ‘조선통사’에서는 특히 1937년도라는 연도가 정확히 일치하고 있는 점이 확인된다.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도 같은 날짜 페이스북 포스팅을 통해 최 대표가 고발한 북한 공식 역사책에서 제시된 출처(전 일본내각정보부 발표)를 거론하며 비평을 이어갔다. 이 위원은 “해당 자료를 찾아봐야 알겠지만, 자료에 이 숫자가 나온다면, 그것은 만주나 국경지대에서 중국인이나 조선인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벌인 집단범죄, 특히 약탈, 방화, 살인, 강도 등 중형 범죄사건 수에 가까울 것 같다”며 “'한국의 역사인식이 북한을 닮아가고 있다'고 직감하신 이영훈 선생님, 참고하십시오”라고 덧붙였다.

사실, 반미종북 계열 정치인, 학자가 일제시대의 독립운동과 관련된 내용을 터무니없게 과장·왜곡하는 행위에는 한국의 독립에 있어 미국의 기여를 아예 지우고 한반도 건국사에 있어서도 북한에 정통성을 부여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여러 역사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유엔의 인권 결의안 문제를 북한에 물어봤다는 의혹에 휘말렸던 바 있다. 이에 이번에 3.1절 기념사에서 일제시대 관련 북한의 날조 자료까지 인용했다는 의혹은 앞으로 그의 사상성 시비에 있어 새로운 메뉴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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