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인싸잇>은 시중에 출판된 책을 여러 시각에서 바라보며,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정보와 상식, 공감 그리고 개인과 사회의 발전 방향 등을 논하는 여론의 창(窓)입니다. * 일부 내용에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책 구매 유도 및 책 내용 중의 상품 및 서비스의 홍보 의도는 전혀 없으며, 기사에 관련 내용을 실지도 않았습니다. 인싸잇=한민철 편집국장 | 지난달 23일 우리금융지주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임종룡 회장의 3년 연임을 확정했다. 임 회장의 1기 체제에서 횡령과 부당대출 사고 등 내부통제 문제로 잡음이 일었지만, 그동안 성공적 경영 행보를 걸어왔다는 평가가 강했다. 이에 주총 참여 주주의 99.3%가 임 회장의 연임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한다. 임종룡 회장은 이미 금융업계뿐 아니라 정재계에서 ‘초엘리트 경제관료’ 출신이자 금융 전문가로 자타가 공인하는 인물이다. 기획재정부 기조실장과 대통령실 경제비서관, 금융위원회 위원장,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 경력과 평판 어디 하나 우리금융지주 회장직 연임에 부족함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런 임 회장이 우리금융지주와 인연을 맺기 직전인 지난 2022년, 사실상 야인(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로 활동)으로 지내면서 한 권의 책을 공동 집필한 적이 있다. 제목은 「경제정책 어젠다 2022」로, 이 책은 임종룡 회장을 비롯해 김낙회 전 관세청장(박근혜 정부),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박근혜 정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윤석열 정부)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경제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경제 분야 서적이다. 공동집필 저자들의 화려한 이력, 특히 이들이 대한민국의 경제정책을 진단하며 실천 전략을 제시한다는 책의 주제는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유명 인터넷 서점마다 이 책에 대한 평가가 높고, 여전히 오프라인 서점과 E-북(Book) 등을 통해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선배 공무원 시각’에서 제시한 규제 개혁 필요성과 개선 전략 필자는 이미 지난 2023년 이 책을 출시 직후 구매해 한차례 정독한 적이 있다. 그중 임종룡 회장이 단독 집필한 부분인 3장의 ‘자유 규제 개혁과 자유로운 경제’에서는 임 회장 나름의 규제 개혁에 대한 철학과 전략을 제시하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책에서 규제 개혁의 필요성 그리고 이를 위한 정부와 국회, 민간의 역할과 바람직한 정책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해외 사례를 들어 규제 개혁의 롤모델을 탐구했고, OECD와 세계은행 등에서 추진하는 규제 개혁의 원칙과 기준 등을 정리해 이를 국내 사례에 적용했다. 이에 임 회장의 학자로서의 꼼꼼함과 치밀한 분석력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규제 개혁의 명확한 기준과 실천 방안의 마련을 위해 ‘기준국가(Bench Mark)제’ 도입 제시했다. 규제 개혁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세계 여러 나라 중 한 국가를 선정해 이곳의 규제 개혁의 방식과 수준 등에 우리나라의 규제를 맞춰 나가는 방안이다. 물론 임 회장은 기준국가를 아무렇게나 정해서는 안 되며,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경제 상황에 가장 맞는 국가를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준국가 선별에 필요한 요소와 관련 법률 개정 절차, 심지어 이후 규제 개혁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갈등을 조정하는 방안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임 회장은 이상적 규제 개혁의 필수 조건으로 포괄성과 일관성 등을 제시했다. 기업과 민간에서 힘겨워하는 규제 개혁이 정부가 추구하는 이념에 따라 선별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규제를 개혁한 이후 이를 일관적으로 유지하려 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정부를 불신하고 이를 역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부동산 규제를 예를 들어, 이것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단기간에 바뀌고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결국 시장은 ‘규제가 또 바뀔 것’이라는 기대를 형성하고, 결국 정책의 유효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사실 책에서는 ‘공무원 출신 다운 훈수’가 느껴지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임 회장이 오랫동안 공직자 생활을 해왔기에, 규제 개혁을 추진하고 실행하는 현 정부와 후배 공무원들을 향한 선배로서의 쓴소리이자 지시에 가까운 조언을 곳곳에서 접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공무원의 보신주의와 규제 유인’이라는 부분에서는 규제 개혁에 나선 결과 무분별하게 규제를 없애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책임이 따르기에 공무원들이 보수적이고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런 공직사회의 규제 문화를 우선 바꾸지 않으면, 제대로 된 규제 개혁을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규제 개혁에 대한 안일함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에서 조명했는데, “역대 정부는 언제나 규제 개혁을 외쳐왔지만, 규제가 더 단단해지고 자유로운 시장경제에 개입하는 정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합리한 규제가 지속되고, 규제에 규제까지 얹어져 확대되는데 손을 쓰지 못한다며 정부 정책을 넌지시 비판했다. 또 주목했던 부분은 금융 분야의 규제 개혁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었다. 임 회장은 금융의 경우 실물 부문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만큼, 감독기관의 태도와 시각이 크게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재와 검사 위주에서 컨설팅과 자율책임으로 규제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을 비롯해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로, 규제는 시장 참여자의 행위를 일일이 지시하는 ‘코치’가 아니라 공정한 규칙 준수만을 감독하는 ‘심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이 인상에 남았다. 다만 그래서 내놓은 규제 개혁 방안의 결론이 다소 교과서적이고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이라도 내놓을 수 있는 수준으로 느껴진 건 아쉬운 부분이었다. ‘끊임없는 현장 파악과 소통’, ‘피규제자에 피드백을 위한 소통 창구 마련’ 등이 그것이다. 오류로 의심되는 ‘수치’와 여전히 수정이 안 된 ‘규제無’ 이 책에서 임종룡 회장이 단독 집필한 부분 중 아쉬운 점은 또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용상 오류로 의심돼 책 내용 전체의 신빙성까지 떨어뜨릴 여지가 있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먼저 임 회장은 책의 185페이지에서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연도별 해외 환자 유치 실적’에 관한 표를 제시했는데, 그는 여기서 2013년 진료 수익에 대해 ‘3,904억 원’으로 표기했다. 그런데 이 표의 원문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보건산업브리프, 외국인 환자 유치 10년, 거시환경요인이 미치는 영향분석」과 보건복지부의 「의료 해외 진출 및 외국인 환자 유치지원 종합계획」을 살펴본 결과, ‘3,904억 원’이 아닌 ‘3,934억 원’이었다. 실제와 무려 30억 원의 오차가 있는 것이다. 임종룡 회장의 이런 숫자 표기상의 오류로 의심되는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187페이지의 각주에는 ‘실제 사모펀드의 규모는 2015년 238조원→2019년 478조원으로 성장한 반면 공모펀드는 284조원→242조원으로 여전히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기재돼 있다. 그런데 2020년 4월 금융위원회에서 발간한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 (최종안)」의 내용에 따르면, 공모펀드의 경우 2015년 213.8조 원에서 2019년 242.3조 원으로 규모가 상승했다. ‘공모펀드는 284조원→242조원으로 여전히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임 회장의 책 내용과 오히려 정반대되는 내용이었다. 이어 책 201페이지에서 임 회장은 ‘규제 1만 1,125건 중에서 47.8%인 5,430개 규제를 폐지했다’고 기재했다. 이 내용의 원문(류충렬, 「규제의 파르마콘」)을 살펴본 결과 47.8%가 아닌 48.8%로 표기돼 있다. 사실 단순히 계산해보더라도 임 회장의 책 내용이 맞지 않은 게, ‘1만 1,125의 47.8%’는 5,430이 아닌 이보다도 100이 부족한 약 5,317이다. 원문을 옮겨올 때부터 전혀 잘못된 수치를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 또 213페이지의 ‘정부 입법과 의원 입법의 추이’라는 표의 내용에서 19대 국회의 의원발의 건수가 1만 6,728건으로 기재돼 있지만, 법제처가 2020년 8월 발표한 「최근 한 달간 의원입법 발의 현황(7월)」에 따르면, 19대 국회의 의원입법 제출 건수는 1만 6,665건이었다. 이런 수치 기재의 오류로 의심되는 부분은 224페이지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여기서 2009년 한시적 규제유예제도 사례를 언급하며 ‘유예기간은 2년이 111건(75%), 기타 12건(8%)’으로 설명했지만, 원문(류충렬, 「규제의 파르마콘」)을 찾아보니 ‘2년이 111건(77%), 기타 12건(48%)’로 기재돼 퍼센테이지(%) 수치가 전혀 맞지 않았다. 이처럼 수치에 있어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필자가 파악한 것만 5곳이다. 심각하게 느껴진 건 책의 신빙성의 문제를 넘어, 다른 누군가가 논문 또는 학술지, 기타 서적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필자가 짚은 부분을 그대로 인용한다면, 또 다른 오류가 나비효과처럼 퍼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오류로 의심되는 내용 중 필자 개인적으로 가장 헛웃음이 나왔던 부분은 226페이지의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운영체계’ 표였다. 여기서 알고리즘이 제시됐는데, 규제여부를 ‘신속확인’한 뒤 ‘모호·불합리’ 그리고 ‘안정성 확보’로 이어지는 구간 사이에 ‘규제無’라고 기재돼 있다. 그런데 이 표의 원문(규제개혁위원회 「2019 규제개혁백서」)을 찾아본 결과 ‘규제無’가 아닌 ‘규제有’가 적혀 있다. 이처럼 오류로 의심되는 부분은 임종룡 회장이 단독 집필한 내용에 추가로 더 있었고, 필자는 이미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당시부터 임 회장과 우리금융 측에 해당 오류의 진위 여부와 오류라면 이를 수정할 것인지 등을 문의한 바 있다. 아쉽게도 당시 임 회장 측으로부터 이에 대한 답을 듣지는 못했다. 정확히는 무시당했다. 지난 15일 필자는 한 대형서점에 들러 책장에 꽂힌 「경제정책 어젠다 2022」를 꺼냈고, 3장의 ‘자유 규제 개혁과 자유로운 경제’ 파트를 펼쳤다. 3년이 가깝게 지났지만 여전히 226페이지 알고리즘 표에는 ‘규제無’라고 적혀 있었고, 185페이지의 ‘연도별 해외 환자 유치 실적’에서 2013년 진료 수익은 ‘3,904억 원’ 그대로였다. 다른 오류로 의심되는 부분도 전혀 수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필자에게 「경제정책 어젠다 2022」3장은 경제 엘리트의 치밀함과 논리를 엿볼 수 있는 동시에 여전히 오류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남기고 있는 책이다.
2026-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