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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29일에 방영된‘PD수첩-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이하‘PD수첩 광우병 보도’로 요약함)’편에 대한 농식품부의 반론·정정보도 신청건(이하 정정보도 신청건)과 정운천 전 농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전 농림식품부 차관보가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MBC를 고발한 건(이하 명예훼손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지난 9월2일 있었다. 정정보도사건은 항소심 판결의 일부가 파기환송되어 심리가 다시 진행될 것이나, 명예훼손건은 최종적으로 정리된 셈이다.

보도내용 가운데 주저앉은 소를 광우병에 걸린 소인 것처럼 보도한 것, 미국인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 것, 한국 사람이 광우병 걸린 쇠고기를 먹으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라고 한 것 등 핵심내용이 허위라는 판단을 했던, 정정보도건과 관련한 1심 판단은 대법원의 최종판단에 이르기까지 유지되었다. 그러나 명예훼손건의 경우 형사 1심 재판부는 모두 허위가 아니라는 판단을 한 바 있었지만 항소심에서는 이를 번복하여 핵심사항에 대한 보도내용을 허위로 판단하였으며 대법원에서 이를 확인한 것이다.

즉‘PD수첩’광우병 보도의 핵심내용은 분명 허위로 보아야 하겠으나 공직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으로 무죄를 확정한 것이라 한다. 대법원이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듯, 전원합의가 아니라 소수의견이 있었다고 한다.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있었지만, 사건이 마무리된 것은 아닌 듯하다. MBC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온 다음 9월5일에는‘PD수첩 광우병 보도 최종판결’이라는 제목의 사고(社告)를 통하여“대법원이 형사상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보도의 주요 내용은 허위라고 판시해 진실 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사로서 책임을 통감”하며,“광우병이 전 국민의 주요 관심사였던 시점에 문화방송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할 수 없으며,“당시 문화방송의 잘못된 정보가 국민의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해 혼란과 갈등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MBC의 이러한 공식입장에 대하여 당시 제작진의 한 사람은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정부정책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것을 무죄라고 판단한 것인데 제작과정에서 있었던 일부 실수에 대하여“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하는”내용의 사고를 낸 것에 불만을 표시하였다. 제작진을 포함한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MBC는 PD수첩 광우병편의 제작진을 중징계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결정은 해당 프로그램이 사실이 아닌 부분이 포함된 것에 대한 책임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한편 MBC노조 측에서는 징계의 수위가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면서 인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원에 징계무효소송을 내는 것도 검토하게 될 것이라 하여, PD수첩 광우병편의 파장은 아직 끝나지 않은 스토리가 될 것 같다.

2008년 촛불시위가 벌어지는 와중에서 국민들은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못하여 혼란을 겪었다. 특히 전문가들마저 견해가 엇갈려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사실 광우병이나 인간광우병은 유럽에서 발생하여 확산되었던 탓에 우리나라에서는 연구 성과가 충분하지 못했고, 관련분야의 전문가 역시 한정되어 있었다.‘PD수첩’광우병편 보도와 관련한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방송이 다룬 전문자료에 대한 해석에 대하여 다양한 견해를 가진 전문가들의 증언이 재판부에 제출되었고, 재판부에서는 이를 토대로 하여 최종판결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핵심 사안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가 법정에서 검토되는 과정이 일반인에게까지 상세하게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재판부가 핵심 사안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내릴 수 있었는지 궁금할 수도 있겠다.‘PD수첩’광우병편 보도에 대한 명예훼손건의 1심재판부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특히 인간광우병과 관련된 사항에 대한 증언을 한 바 있고, 동 건의 심리가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본 바에 의하면‘PD수첩’측과 검찰 측에서 신청한 증인들의 견해 역시 2008년 촛불시위 사태 당시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제시된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다만 이들 전문가들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근거들은 재판부가 판단을 내리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였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심리과정에서 핵심 사안에 대하여 전문가들이 어떤 견해를 제시하였는지 정리해보는 것이‘PD수첩’광우병편 보도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판결의 의미를 제대로 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하였다.

‘PD수첩’을 처음 기획했던 김윤영PD는“사회의 건강성을 회복하여 사람 살만한 세상을 만들고, 소외된 자들을 위해, 또 TV가 더 이상 바보상자가 되지 않기 위해, 핫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경제적 사건을 PD의 시각으로 보아 심층적으로 규명하는 것이‘PD수첩’을 만든 목적이다.”라고 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는‘사실’로 무장하여 시청자의 지지를 얻게 된 PD수첩을 과거에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PD수첩-황우석 신화의 난자의혹’편을 시작으로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연구의 문제점을 파헤치면서‘PD수첩’이 곤경에 처했을 당시 미디어다음에서 조사했던“ ‘PD수첩’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그렇다”고 답한 2%에 필자도 속했다는 점을 밝힌다. 그 이유는 당시‘PD수첩’이 보여준 내용은 사실을 근거로 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기 때문에 황우석 교수를 지지하는 분들이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점들을 일곱 차례에 걸쳐 필자의 블로그(http://blog.joins.com/yang412)에 정리해 올려 참고하도록 한 바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PD수첩’광우병 보도에 공감하지 못했던 이유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과학적 사실문제와 관련, 과연 권위 있는 견해를 갖고 있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는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지난해‘PD수첩’방송 20주년을 회고하는 내용을 담은 책인‘PD수첩-진실의 목격자들’을 읽었다. 방송초기 김윤영PD의 말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진실을 밝혀낸다는 사명감을 갖고 긍지로 일해 온‘PD수첩’이 황우석 교수편의 대박을 계기로 초심을 잃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황우석 교수편을 방영할 때 감내해야 했던 엄청난 시련도 겪어 낸 PD수첩인데, 누가 우리 팀의 권위에 도전할 수 있어?”하는 생각이 손톱만큼이라도 없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2008년에 광우병이나 인간광우병에 관하여 대부분 국민들이 알고 있는 왜곡된 과학적 사실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해석을 블로그 등을 통하여 알리려 노력한 바 있다. 특히 어린 학생들이 보내오는 날카로운 질문에 근거자료를 제시해 답변하면서 어려운 과학적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었던 행운도 있었다. 또한 2009년에는 광우병관련 질환에 대한 과학적 사실들과 2008년 촛불시위에 관한 내용을‘눈초의 광우병 이야기’라는 책으로 정리한 바 있다.

필자는 본란을 통하여‘PD수첩’광우병편이 핵심적으로 다루었던 과학적 사실에 대한 논박이 어떻게 이루어져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담겼는지의 과정을 추적해보려 한다. 이 과정을 통하여‘PD수첩’이 국민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의 윤곽을 그려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대법원은 판결을 통하여‘과학적 논쟁보도에 관한 쟁점과 기준’3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이 가운데‘과학적 자료는 어떤 것을 써야 하나’라는 쟁점의 경우‘전문가 집단의 토론과 오차율 통제 등을 거친 것’을 써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을 참고하여 글을 읽어주기 바란다.

‘PD수첩’제작진의 한 사람은“ ‘PD수첩’광우병편은 검찰이 이야기하듯 좌파 반정부성향을 가진 언론인이 치밀하게 준비했던 프로그램은 결코 아니다”고 볼멘소리를 한 적이 있다. 물론‘PD수첩’을 제작한 혹은 제작에 참여한 적이 있는 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법원에서 판단하고 있는 핵심사항이 허위라는 판단은 제작과정에서 일어난 사소한 실수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 점에서‘PD수첩’제작진은 법적으로는 무죄라는 것이다.

대법원의 무죄취지의 판결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법률에 조예가 깊지 않은 필자 역시 궁금하다. 공직자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하기에 법률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협의의 판단이라면,‘PD수첩’광우병편이 2008년 당시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에 대하여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이 시점에서 국민들은 어떻게 판단할까 궁금해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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