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제작진은 늘 사실여부를 적극적으로 확인한다.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전해 프로그램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행위는 종국엔 프로그램의 존폐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소각로와 관련해 다이옥신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던 1990년대 말, 다이옥신 관련보도에서 데이터를 잘못 인용해 TV프로그램이 폐지된 사건이 있었다. TV아사히의 메인뉴스프로그램인‘뉴스 스테이션’은 1999년 2월1일 도코로자와 지역의 농작물이 다이옥신에 오염됐다는 내용으로 구성된 16분짜리 특집을 방송했다. 관계당국이 농작물의 다이옥신 검사결과를 내놓지 않자 민간연구소에 검사를 의뢰했고, 그 결과를 인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보도과정에서“일본 대기오염은 다른 나라 10배 정도이고, 도코로자와는 일본평균의 5~10배 됩니다.”라는 발언이 섞이면서 마치 도코로자와 지역의 시금치가 세계수준의 100배나 될 정도로 다이옥신에 심각하게 오염돼있다는 내용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된 것이다. 도코로자와 지역의 야채 값은 폭락했고 시금치는 4분의 1 가격에도 팔리지 않았다는 것인데, 막상 도코로자와농협이 조사한 야채의 다이옥신 검사수치는 안전한 범위였다는
‘PD수첩-광우병’편에선 정부협상단이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에 관한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란 취지의 메시지를 여러 번 다루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을‘졸속협상’으로 규정지었던 바 있다. 이 부분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정부가 미국으로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을 요구받고 독자적인 수입위험분석을 착수하여 미국의 도축시스템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였다. 또한 전문가회의나 가축방역협의회를 개최하여 미국의 소 도축시스템 점검, 미국산 쇠고기 수입허용 범위에 대한 의견 수렴 및 협상 대비 우리 측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등 사전준비를 마치고 이 사건 쇠고기 협상을 체결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협상 체결전 미국의 소 도축시스템에 대한 실태를 파악·점검하였고,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 자체가 허위의 사실이므로 피해자들은 이러한 위험성을 은폐하거나 축소할 여지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이 이 사건 방송에서‘피해자들이 미국의 소 도축시스템에 대한 실태를 보지 않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몰랐거나, 그 위험성을 알면서도 은폐하거나 축소한 채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협상을 체결하였다.’고 보도한 것은 허
‘PD수첩-광우병’편은 미(美)의회의 한미FTA 협상비준을 촉구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려는 목적 때문에 이명박 정부에서 한미쇠고기협상이 졸속 추진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이전 노무현 정부와는 다른 기조이며, 이명박 정부의 한미쇠고기협상 과정은 결국 검역주권을 포기하는 등 굴욕적인 조건으로 끝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장관만 새로 임명된 상태에서 대부분의 정부부처 실무자들은 이전 노무현 정부시절부터 하던 일을 계속 맡고 있었다. 이는 정운천 전 장관의 책‘박비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나는 2007년부터 협상을 진행한 민동석 차관보를 수석대표로 임명하고, 이전부터 협상을 진행해 온 직원도 유임시켰다. 협상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그리고 쇠고기 협상의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전권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한편 노무현 정부시절부터 한미FTA 협상의 농업부문을 맡아오던 당시 민동석 차관보 역시 당시 협상이 진행된 과정에 대해‘대한민국에서 공직자로 산다는 것’이란 책에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참여정부시절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을 진행하면서,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등과 관련한 국제수역사무국 등의 조사자료에 허술한 점은 없는지 관련부서에
MBC‘PD수첩’측에선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위험이 절대적으로 없다할 수는 없기 때문에‘사전예방의 원칙’을 적용해서 수입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PD수첩’변호인 측 주장에 따르면“(보건과 환경 관련)해당분야의 어떤 사안이 만에 하나라도 위험한 상황을 낳을 가능성이 있고, 그러한 상황이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인 것이라면 그 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불확실하다 하더라도 공중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그 위험을 미연에 막는 것이 법과 행정이 취할 바”라는 것이다. 앞서도 사전예방의 원칙에 대해 설명한 바가 있지만,“해당 분야의 어떤 사안”이라는 위해 본질의 불확실성은 감성적인 것이 아니라 반드시 과학적인 것이어야 한다. 영국정부가 광우병파동을 극복하기 위하여 다각적인 조사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광우병확산을 통제하기 위한 정책들이 효과적으로 작동해 궁극적으로는 유럽사회에서 광우병이 소멸상태에 이르고 있는 점을 본다면, 일찍이 광우병 유입과 확산을 차단하는 정책을 도입하고 있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 확산할 가능성은 과학적으로 거의 희박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경우는 사전예방의 원칙을 적용할 사안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 ‘PD수첩’측에서는
MBC‘PD수첩-광우병’편을 연출한 송일준PD와 김보슬PD는 프로그램 중 우리정부 한미 쇠고기협상단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전, 한미 쇠고기협상 결과로 지금까지는 들여올 수 없었던 편도와 회장원위부를 제외한 5가지 특정위험물질을 들여올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뇌에는 가장 광우병위험물질이 많이 들어 있고요. 그 다음에 척수에 많이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부위가 30개월 이하라는 이유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데…”라는 수의사연대 박상표 국장 인터뷰가 나온다. 마치 광우병 원인물질이 가득 찬 뇌와 척수가 우리식당에 쫙 깔리게 될 것처럼 말이다. 앞서도 몇 차례 지적했지만, 소의 척수는 식당에서도 단골에게만 특별하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특히 신선한 상태에서 먹어야 제 맛을 즐길 수 있다 해서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미식가들이 일부러 찾기도 한다. 당연히 막 잡은 한우에서 나온 것이라 강조하고 내는 판이다. 사정이 이런데, 냉동상태로는 어림도 없고 냉장상태로 수입했다 하더라도 미국소 척수가 한우 척수와 맛을 비교할 수 있겠는가? 시청자 감성을 자극하기 위한 배려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어 김보슬PD는 미국의 도축시스템에 대해 과연 우리정부가 그 실태를 본 적이 있
지난 4월25일 미국에서 4번째 광우병소가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2008년 광우병파동 때‘미국소=광우병소’라고 외치던 사람들이 다시 들고 일어났다. 마치 2008년에 끝장을 봤어야 했는데 국민들이 끝까지 따라와 주지 않은 것이 섭섭했다는 듯 말이다. 그들은 여전히 과학적으로 타당한 근거보다는 특별한 목적이 있어 보이는 소비자단체 혹은 과학자란 사람들의 막연한 추측성 발언을 근거라며 제시하고 나섰다. 하지만 국민들은 2008년 파동을 건너오면서 충분히 학습됐고, 이미 냉정해져 있었다. 오히려 2008년 그들의 주장에 이끌려 쓸데없이 걱정을 키웠던 것을 후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에서 비정형 광우병소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위축된 미국산 쇠고기 소비는 국민들이 대응방법을 깨쳤음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판단이 설 때까지 먹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아니면 쇠고기 판매업자가 지레 겁을 먹고 엎드린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2008년 파동의 주역들은 또 다시 광우병소 발생과 관련된 사실들이 모두 밝혀질 때까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정부에서 약속한 것이니 지키라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
지난 4월25일 미국에서 4번째 광우병 소가 발견됐다는 뉴스가 전해지고부터 2008년 광우병 파동 때‘미국소=미친소’라는 주장을 쏟아내던 단체들과 소위 전문가들은 예의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들은 새로 발표된 논문이 근거라면서 내놓고, 프리온 전문가들이 광우병의 위험을 강조하고 있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는다. 지난주 소개한 2005년 12월16일자 사이언스지는 소에 생기는 프리온 감염과의 전쟁에 쏟은 공중보건 분야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어 신문지상에서 광우병이란 단어가 사라지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등 국가들부터 광우병을 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투입되던 재원(財源)를 다른 분야로 돌리고 있어 프리온 질환의 연구에 넘쳐나던 연구비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프리온을 연구해온 연구자들은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메리칸 스펙테이터의 편집주간 톰 베텔은“미래에 대한 무시무시한 경고를 바탕으로 하는 모든 과학은 의심해보아야 한다. 그런 과학은 대부분이 정치적 목적 때문에 왜곡되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과학분야의 연구는 대부분 많은 돈이 필요하다. 따라서 연구비를 확보하지 못하는 과학자는 이 분야에서
지난 5월8일 신문 청년의사의 인터넷 팟캐스트‘나는 의사다’에 게스트로 초대받았다.‘나는 꼼수다’가 인기를 끌면서 만들어진, 같은 형식으로 보건의료분야 이슈를 다루는 팟캐스트인데,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최근 미국에서 4번째로 발견된 광우병 소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어 이 문제를 논해보자는 것이었다. 광우병을 처음 다루는 만큼 상당시간을 할애해서 광우병을 포함한 프리온질환 전반에 대해 설명하고 미국 광우병 소와 관련된 쟁점을 토론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는 모두 4마리인데, 첫 번째는 캐나다에서 송아지로 수입됐던 소였고, 그다음으로 2004년, 2006년 그리고 금년 발견된 3마리는 모두 비정형 광우병으로 확인됐다. 영국에서 시작돼 유럽에 확산, 유럽지역 밖으로는 이스라엘, 일본 그리고 캐나다 등 3개 국가로 확산된 정형 광우병이 오염된 사료에 의해 전염되는 것과 달리, 비정형 광우병은 아직까지 발병원인이 제대로 밝혀져 있지 않고, 다른 소를 전염시켰다는 증거 역시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확인된 비정형 광우병 소는 모두 65건이고,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심층연구를 할 수 없는 까닭일 것이다. 정형
지난 24일(미국 현지시각) 미국에서 4번째 광우병 소가 발견됐다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한국에선 또다시 광우병 파동이 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8년 촛불시위 당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부르짖던 세력들은 그때 주장했던 내용들을 되풀이하고 있다. 당연히 그들은 중요한 사실들을 감추고 일반인들에게‘미국소=미친소’라는 생각이 굳어지도록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미국의 4번째 광우병 소 소식을 국내에 전한 몇몇 언론매체들은 이 소가 30개월령 이상이었고 비정형 광우병으로 확인됐다는 사실을 생략한 채 단순히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됐다고만 전했다. 그러다보니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증폭되는 움직임이 없지 않지만, 사태는 2008년과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 같다. 즉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 소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추가됨에 따라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반론이 인터넷과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일단 사태를 지켜보자는 입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2008년 왜곡된 선동에 휩쓸려 갈팡질팡했던 충격 때문이 아닐까 싶다.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됐다고 해서 온 국민이 거국적(?)으로 끓어 넘치고 다른 나라에까지 그
지난 글에서는‘PD수첩-광우병’편이 다룬 특정위험물질(SRM)에 관한 내용의 문제점을 사실관계 그대로 정리했다. 즉 SRM을 정의한 배경을 설명하고, 연령에 따라 SRM에 포함되는 부위가 달라진다는 점과 광우병의 발생이나 문화적 배경에 따라 SRM으로 정하는 부위에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 등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의 우희종 교수는“EU에서 수많은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비록 광우병은 30개월 이상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실제로 감염은 약 6~7개월 령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인 30개월 미만이라도 현재 과학수준으로 검출은 안 되지만 이미 감염력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기 때문에 전 연령에서 SRM으로 규정하고 있다”고‘PD수첩’명예훼손 사건의 1심 재판부에서 증언하고 있다. 하지만 전 연령에서 7개 부위 모두를 SRM으로 규정하고 있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도축소의 연령에 따라 SRM으로 분류되는 부위가 다름에도 불구하고‘PD수첩-광우병’편은 이를 분명하게 설명하지 않은 채,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에 관한 협상결과 지금까지 30개월 령 미만의 살코기만 수입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SRM
‘PD수첩-광우병’편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특정위험물질(SRM; specific risk material)이었다. 광우병에 걸린 소에서 변형프리온이 특히 많이 쌓여있어 소나 사람이 먹었을 때 광우병 혹은 인간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부위를 SRM이라 한다.[1] 따라서 이러한 부위가 사람이 섭취하는 식품이나 동물사료의 원료로 사용되지 못하도록 도축장에서 원천적으로 분리해 폐기시키려 SRM을 규정하게 된 것이다. SRM의 범위는 국제동물질병사무국(OIE)이 정한 기준을 토대로 나라별로 정하고 있는데, 광우병의 발생여부와 그 나라의 음식문화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SRM의 대상으로 검토되는 부위는 뇌, 눈, 두개골, 척수, 척주, 편도, 회장원위부 등 7곳인데, 이 SRM 대상 부위는 도축되는 소의 나이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OIE의 기준에 따르면, 구강에 있는 편도와 회장원위부(작은 창자가 큰창자로 넘어가는 마지막 부위 2m 정도)는 모든 연령의 소에서 SRM으로 규정한다. 이 부위는 변형프리온에 오염된 사료를 먹인 동물에서 변형프리온이 먼저 나타나기 때문이다. 30개월령 이상 소에서는 뇌, 눈, 척수와 같은 중추신경 부위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MBC‘PD수첩-광우병’편 관련 1심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자료들을 요약해“코돈129번에 MM형, MV형, VV형이 나타나는 유전적 다형성이 있고, 현재까지 발생한 vCJD 환자는 모두 MM형을 가진 사람에서만 발생하였다. 국내 정상인의 94.33%가 MM형인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이는 광우병이 국내에서 발생한다면 vCJD환자의 발생 가능성이 세계에서 제일 높은 나라가 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한다는 연구논문이 2004년에 발표되었다. 이 논문에 대하여 국내 과학계의 별다른 비판이 없었고, 이 사건 보도 전에도 많은 언론에서 동 연구결과를 인용하여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고 보도하여 왔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국내 정상인이 프리온 유전자의 코돈 129번의 유전자형이 MM형이어서 다른 나라에 비해 인간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아 유전적으로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명예훼손에 있어서 적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보아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인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그 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의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 볼 수 없다 할 것인바, 앞서 인
‘PD수첩-광우병’편에서 손정은 아나운서는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광우병에 몹시 취약하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발병한 인간광우병 환자 유전형은 모두 MM형인데 한국인의 94%가 MM형이기에 한국인이 영국인의 약 3배, 미국인의 약 2배 정도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한 것이다. 유전적 표현형으로 질환의 발병 확률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은 앞서 정리했다. 과학적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제작진 실수의 백미는“한국인이 광우병 쇠고기를 먹으면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약 94%”라는 주장이다. 그동안 알려진 전달성 프리온 질환은 중세 유럽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페스트나 20세기 초 최소 2000만 명에서 1억 명까지 사망시킨 것으로 추정되는 스페인독감과는 다른 유행을 보였다. 특히 죽은 환자의 뇌를 포함한 사체를 먹는 습속이 있던 파푸아뉴기니의 하이랜드 지역에서 유행한 쿠루는 1957년부터 1961년까지 1000여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당시 쿠루위험지역에는 약 4만 명이 살고 있어 연간 전체주민의 0.5%가 쿠루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쿠루는 역학조사를 통해 식인 장례절차를 금지한 이후 빠르게 사라져갔다. 광우병 소에서 나온 물질을 섭취
지난 회에선 프리온 질환의 감수성에 간여하는 프리온단백 유전자의 코돈129번과 219번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았다. 특히 코돈129번 MM형이 vCJD의 위험인자로 작용하지만 코돈 219번의 EK형이 프리온질환에 저항하는 인자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소개했다. 다시 vCJD로 돌아와서, 코돈129번의 MM유전형이 프리온 질환에 잘 걸리는 위험요인인지 따져보자. 우리는 이미 광우병 소에서 유래된 식품을 먹어 생기는 것으로 알려진 vCJD처럼 변형프리온을 섭취해 2차적으로 발생한 질병을 경험한 바 있다.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 섬에 사는 포레(Fore)족 사이에서 유행했던 지역 프리온 질환 쿠루(kuru)병이다. 서양에서 포레족이 식인종의 무서운 이미지로 각인된 것은 제3세계인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형성된 것이다. 포레족은 죽은 부족원의 신체를 나눠먹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는 죽은 사람과 가까운 친족들을 중심으로 한 장례행사였다. 지역적 특성 탓에 단백질원이 부족한 아녀자들을 위해 발전된 문화로 해석된다. 쿠루병은 20세기 초반 죽은 사람의 신체를 먹는 풍습이 도입되면서 시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죽은 사람 가운데 산발형CJD와 같은 프리온 질
광우병 탓에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프리온단백은 정상인의 뇌에 존재하는 단백질이다. 프리온 질환에서는 프리온단백의 3차원구조가 바뀌는 것이 중요한 변화다. 정상 프리온단백은 아미노산이 나선형으로 배열하는 3차원 구조, 즉 알파-헬릭스를 나타내는데, 프리온 질환에서 보는 변형프리온은 납작한 모습의 베타-시트로 나타난다. 이처럼 프리온단백의 3차원구조가 변하면 단백분해효소에 저항하는 성질이 생기게 되고, 결과적으로 프리온단백이 쌓인 신경세포가 죽게 된다. 3차원구조의 변환을 가져오는 원인으로는 1)유전형 프리온 질환처럼 프리온단백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는 경우, 2)iCJD나 vCJD, 쿠루(kuru)처럼 프리온 질환에 걸린 사람이나 소로부터 유래한 변형프리온을 섭취하거나 접촉하는 경우, 그리고 3)sCJD처럼 발병과정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있다. 프리온 질환과 관련이 있는 유전형질에 대한 연구 가운데 특히 프리온단백 유전자의 코돈129번 형태가 주목을 받았다. 코돈129번 유전자형에 따라 두 가지 아미노산, 메치오닌(methionine; M)과 발린(valine; V)이 들어갈 수 있어 MM형, MV형, VV형의 세 가지 유형이 만들어 질 수 있다. 백인인구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