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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 아홉 개 논문들에서 ‘자기표절’ 혐의 발견

총장의 부정행위가 특별한 일이 아닌 대학에서 학생들의 부정행위가 특별한 일이 될 수 있는가?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의 최소 아홉 개 학술지 논문들에서 ‘자기표절’ 혐의가 발견됐다. 전희경 의원 표절 석사논문 논란, 서영교 의원 표절 석사논문 논란, 그리고 최순실 씨 자녀 특혜 논란 등 각종 부실 학사관리 문제로 몸살을 앓아온 이화여대에 악재가 계속해서 쌓이는 형국이다.

19일, 연구진실성검증센터는 본지에 보내온 제보자료를 통해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교수 시절 발표한 과학교육학 관련 학술지 논문들 중 최소 9편에서 자기표절 혐의가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이 중 6건은 ‘부분’ 자기표절 혐의를 넘어 아예 ‘전체’ 자기표절 혐의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자기표절 또는 이중게재란 “교수가 자신이 쓴 이전 논문의 글을 인용과 출처없이 새 논문인 것처럼 학술지에 다시 출판하는 행위”를 칭하는 것으로 우리 학계에서는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경각심을 가질 것이 요청됐었던 연구윤리 및 출판윤리 위반 문제다. 


KBS 는 2010년도에 시사기획 ’창‘, ‘학자(學者)와 논문(論文)’이라는 탐사보도를 통해 자기표절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루며 이것이 학계에서 문제시 되는 핵심 이유로 “자신의 이전 저작물이라도 출처를 정당하게 밝히지 않고 다시 옮겨오는 행위는 결과적으로 독자에게 새로운 연구성과물인 것처럼 속이는 행위”라는 점을 들었다. 논문 작성은 수많은 다른 사람들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자신의 ‘새로운’ 연구성과를 쌓아올리는 일인데, 자기표절이란 곧 의도했건 안했건 이를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자기표절은 물론 출판윤리 차원에서도 보더라도 학계의 역량을 갉아먹고 자원을 낭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연구진실성검증센터는 최경희 총장의 이번 자기표절 혐의가 세가지 측면에서 특히 더 악질적이라고 지적했다. 첫째,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내내 자기표절 혐의가 지속성, 상습성을 띄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연구윤리를 계도해야할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뿐만이 아니라 공저자(제자)까지도 자기표절 혐의에 연루시켰다는 것이다. 셋째, 일부 자기표절 혐의는 공식적인 연구업적으로서 이중계상이 이뤄졌을 수 있어 단순히 출판윤리 위반의 문제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최경희 총장의 학술지논문 ‘전체’ 자기표절 혐의

본지가 연구진실성검증센터의 제보자료를 거듭 살펴본 결과, 역시나 최 총장의 논문실적 중에서 납득이 가지 않는 것들이 여럿 있음이 확인됐다.

먼저 최 총장의 학술지논문 ‘생명공학의 윤리적 특성에 대한 교육적 고찰 : STS 접근을 중심으로’를 살펴보자. 이 논문은 학술지인 ‘생명윤리’ 제2권 제2호(2001년)에 게재됐지만, 동일한 제목과 동일한 내용으로 심지어 동일한 학술지인 ‘생명윤리’ 제3권 제1호(2002년)에도  적절한 인용처리가 없이, 또는 이미 같은 학술지에서 발표됐던 논문이라는 고지가 없이 게재됐다.

학술지 측은 통상 이전에 공식적으로 발표된 적이 없는, ‘독창성(originality)’이 있는 연구결과만을 게재한다는 편집방침을 갖고 있다. 당연히 제목조차 똑같은 논문이 한 학술지에서 두 번이나 게재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두 논문이 최 총장의 ‘논문실적’으로도 이중계상되었는지, 즉 명백한 연구부정행위로서의 ‘부당한 중복게재’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허나 적어도 눈문발표 횟수 집계나 서지정보 혼란을 막기 위해서도 두 논문 중 한 논문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철회(retraction)’ 조치를 취하는 것이 출판윤리 상으로 적절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최경희 총장의 학술지논문 ‘제6차 교육과정의 중학교 '환경' 교과운영 현황과 개선 방향’에도  역시 문제점이 발견된다. 이 논문은 학술지 ‘환경교육’ 제11권 제2호(1998년)에 게재됐지만, 같은 제목으로 ‘이화교육논총’ 제10권 제1호(1999년)에도 적절한 인용처리가 없이, 또는 이미 다른 학술지에서 한번 발표됐던 논문이라는 사실에 대한 고지가 없이 또다시 게재됐다.

1999년도 후속논문은 1998년도 선행논문에서 일부 계산착오가 있는 부분만 수정해놓았을 뿐으로, 서론부터 결론 및 제언까지 내용이 거의 똑같다. 사실 ‘제6차 교육과정의 중학교 '환경' 교과운영 현황과 개선 방향’라는 제목의 논문은 애초 최 총장의 이화여대 대학원 후학이자 제자인 이모 씨의 1998년도 석사논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최 총장은 후학이자 제자의 학위논문으로 학술지논문에 저자로서 두 번이나 이름을 올린 셈이 된다.


최경희 총장의 학술지논문 ‘구성주의 특성에 따른 과학교육’은 앞서 논문들과 비교했을 때  뚜렷한 연구부정행위로서의 ‘부당한 중복게재’ 혐의가 제기된다. 이 논문은 학술지 ‘과학기술학연구’ 제2권 제2호(2002년)에 게재됐지만, 제목만 ‘구성주의와 과학교육’으로 바뀌어 ‘한국과학교육학회지’ 제22권 제4호(2002년)에도 그대로 게재됐다. 두 논문은 서론과 본론의 내용은 대부분, 그리고 요약 및 결론까지도 거의 똑같다.

본지가 한국연구재단 산하 한국연구업적등록시스템에 확인해본 결과 ‘구성주의 특성에 따른 과학교육’과 ‘구성주의와 과학교육’은 아예 각각 다른 논문으로 등록되어 있다. 이에 최 총장이 해당 논문을 이중게재한데 이어 심지어 ‘논문실적’까지도 이중계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만약 정말 ‘논문실적’에서 이중계상이 이뤄졌다면 최 총장은 자기표절 출판윤리 위반을 넘어서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교육부 훈령 제 153호)에서 지적하는 ‘부당한 중복게재’ 연구부정행위까지 저지른게 된다.


최경희 총장의 학술지논문 ‘부분’ 자기표절 혐의

연구진실성검증센터에 따르면 최경희 총장의 학술지논문들에서는 ‘텍스트 재활용(text recycling)’ 형태의 ‘부분’ 자기표절 혐의도 여럿 발견된다.

최 총장의 학술지논문 ‘창의적 문제해결력 신장을 위한 초등 과학 교육과정 연구 - 현행 교육과정, 교과서, 수업현장 분석’은 ‘초등교육연구’ 제11권 제1호(1997년)에 발표됐으나, 이 선행논문 내용 중 일부가 적절한 인용처리가 없이 ‘창의적 문제해결력 신장을 위한 중학교 과학 교육과정 연구 - 현행 교육과정과 수업현장 분석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한국과학교육학회지’ 제18권 제2호(1998) 게재 논문에도 재활용됐다.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강조하는 논문에서 ‘복사해서 붙여넣기’가 확인된 셈.


최 총장의 학술지논문 ‘환경과 부전공 자격 연수 참여 교사들의 환경교육에 대한 인식 조사’는 ‘한국과학교육학회지’ 제15권 제3호(1995년)에 게재됐지만, 이 선행논문 중 일부도 적절한 인용처리가 없이 ‘제2기 중등학교 환경 부전공 자격연수 참여 교사들의 환경연수 및 환경교육에 대한 인식조사’라는 제목의 ‘환경교육’ 제10권 제2호(1997년) 게재 논문에서 재활용됐다.



최 총장이 ‘생물교육’ 제30권 제2호(2002년)에 발표한 학술지논문 ‘인간 유전체 연구의 윤리적 법적 사회적 함의에 대한 외국의 학교 교육 실태’의 일부 내용도, 최 총장이 ‘생명윤리’ 제4권 제1호(2003년)에 발표한 논문 ‘인간 유전체 ELSI연구에 대한 외국의 전문가 교육 실태’에 적절한 인용처리 없이 재활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학술대회 발표논문 ‘전체’ 자기표절

자기표절 및 이중게재 문제는 지금까지 주로 학술지논문과 학술지논문 간의 그것이 시비되어 왔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2015년도에 있었던 ‘천재소년 송유근 군 자기표절 사건’은 학술발표대회 등에서 발표한 논문도 적절한 인용처리나 사전 발표 사실이 고지되지 않으면 자기표절 시비에서 예외가 될 수가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줬던 바 있다.

한편 ‘학술대회 발표논문’은 ‘학술활동’의 일환으로서, ‘학술지 발표논문’인 ‘논문실적’과는 또다른 학자의 연구업적으로 인정받는다. 이에 똑같은 논문을 학술대회와 학술지에 각각 발표해서 ‘학술활동’과 ‘논문실적’, 양쪽의 연구업적으로 이중계상토록 한다면 단순 자기표절 출판윤리 위반을 넘어선 ‘꼼수’요, ‘부정행위’라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다. 연구진실성검증센터의 검증 결과, 최 총장의 9건 자기표절 혐의 중 2건이 바로 이런 형태의 ‘꼼수’, ‘부정행위’ 의혹을 낳게 한다.

최경희 총장이 2003년도 한국과학기술학회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논문 ‘여성 과학교육의 활성화 방안’은 제목은 물론이거니와 제언을 포함한 내용 전체가 사실상 토씨까지 똑같은 형태로, 심포지엄 발표논문집과는 별도로 학술지 ‘과학기술학연구’ 제 3권 1호‘(2003년)에 게재됐다. ‘과학기술학연구’에 게재된 논문에는 해당 논문이 이미 한국과학기술학회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논문이라는 사실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본지 확인결과 한국연구업적통합정보시스템에는 두 논문이 최 총장의 ’논문실적‘과 ’학술활동‘ 실적으로 각각 등록되어 있었다.


최 총장이 2005년도 한국과학기술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 ‘과학자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대한 교육 방법’도 마찬가지다. 이 논문은 제목만 ‘과학자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 및 교육방법에 대한 고찰’로 조금 손질하고서 큰 의미가 없는 서론과 결론만 추가한 형태로, 학술대회 발표논문집과는 별도로 학술지 ‘과학기술학연구’ 제5권 제2호에 게재됐다. ‘과학기술학연구’에 게재된 논문에는 역시 해당 논문이 한국과학기술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이라는 사실이 명기되어 있지 않다. 이도 문제이나 본지 확인 결과 이 두 논문도 역시 최 총장의 ’논문실적‘과 ’학술활동‘ 실적으로 각각 등록되어 있었다.


최 총장의 논문 ‘서울시민의 수돗물 인식과 실태파악을 통한 수돗물 음용 활성화 연구’는 학술지 ‘환경교육’ 제24권 4호(2011년)에 게재됐다. 이 논문은 같은 제목에 같은 내용으로 2012년도에 한국환경교육학회 학술대회도 거듭 발표됐다. 학술대회 발표논문에는 해당 논문이 학술지논문으로 먼저 발표됐다는 사실이 고지되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 경우는 학술대회 발표논문을 한국연구업적통합정보시스템의 ‘학술활동’ 실적에까지 등록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총장도 표절, 교수도 표절, 대학원생도 표절, 학부생도 표절 ?

대학에서 총장이 연구윤리, 학습윤리 등의 문제로는 가장 우뚝 서야하는 이유는, 총장이야말로 교수를 포함한 교직원들은 물론 학생까지, 학내 구성원들의 각종 학적 윤리 문제에 대한 최고 권위의 ‘사정(司正)’ 역할이 기대받고 있고, 학칙상으로도 그런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경희 총장은 노무현 정권 하 청와대에서 교육문화비서관까지 지냈던 인사다.

현재 이화여대 대학원생 출신인 새누리당 전희경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복사표절논문 논란에 시달리고 있고, 비선 실제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의 딸이자 이화여대 학부생인 정모 양은 리포트 표절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총장의 부정행위가 특별한 일이 아닌 대학에서 학생들의 부정행위가 특별한 일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본지는 차후 최 총장의 개별 자기표절 혐의에 대한 해설본들도 시각화자료를 덧붙여 하나씩 공개할 예정이다.



본지와 연구진실성검증센터는 기사 완성 시점에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에게 본 기사의 초고를 보내 반론 및 해명을 받았습니다. 아래에 전문(全文)을 공개합니다. 아라비아 숫자는 기사에서 시비된 자기표절 의혹 순서와 일치합니다. 본지와 연구진실성검증센터는 최경희 총장 측의 반론 및 해명에 대해서 추후 재반론을 할 예정입니다.


* * *


1.의 건은 생명윤리 제2권 2회(2001년) 게재가 맞으며, 2002년 출판은 저자와 무관한 '생명윤리' 학술지의 편집상 오류로 이해됩니다. 저자의 연구실적 목록에는 2001년 논문만 기재되어 있습니다. 해당 학회의 오류에 대한 확인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2.의 건에서 ‘이화교육논총’은 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의 석사학위논문 중 우수논문을 선발하여 싣는 ‘교내 논문집’으로 ‘학술지논문’과 구별됩니다. 논문집에 ‘1997학년도 후기 석사학위 논문(1998년 8월 졸업)’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3.의 건에서, 당시 ‘과학기술학연구’는 신생 학술지로서 관련 및 인접 분야에서 주목받는 이론을 조명하는 종설을 주로 출판하였으며 해당 논문도 그러한 맥락에서 출판되었습니다. 이 학술지는 ‘기타’지로 분류되어 연구실적과는 거의 무관합니다.


4~6.의 모든 논문은 상이한 연구문제와 연구대상, 연구결과를 가진 별개의 연구입니다. 다만 과학교육학회와 환경교육학회 등 교과교육 관련 학회에서는 당시 이론적 배경을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하도록 요구하였으며 이러한 과정에서의 중복성 검증에 대한 별도의 기준이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엄격한 규정이 적용된 것은 2000년대 후반 황우석 교수의 사건으로 연구윤리 규정이 제정되기 시작하면서입니다. 이러한 규정이 제대로 정립되기 이전의 문제는 해당 저자 뿐 아니라 타 분야 저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문제입니다.
 
7~9. 관련, (1) 학술지논문에 게재된 내용을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거나, (2) 학술대회에서 먼저 발표 후 피드백을 받아 학술지논문에 게재하는 것은 일반적인 사항입니다. 중복게재나 이중게재를 논의할 부분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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