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 조국 민정수석의 학술지논문 자기표절 문제 (2)
조국 민정수석의 학술지논문 자기표절 문제 (3)
1. 자기표절 문제가 왜 학술지에서 유독 민감한 문제인가
조국 민정수석은 2001년도에 ‘형사정책’ 제13권 제1호에 ’‘아내강간’의 성부와 강간죄에서의 ‘폭행, 협박’의 정도에 대한 재검토‘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조 수석은 이 논문을 2002년에 ‘고시계’ 제47권 제2호에 ‘‘아내강간’부정설과 ‘최협의의 폭행, 협박설 ’비판‘’이라는 제목으로 텍스트 내용의 60% 를 그대로 재활용해 발표했다. 자기표절을 저지른 것이다.
자기표절은 다른 여타 매체에서보다 특히 학술지에서 발생했을 경우에 심각한 문제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 이유는 비단 저작권 위반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이는 학술지 특유의 편집원칙과 학적 권위 축적 방식과 맞닿아 있다.
이 세상의 모든 학술지는 이전에 그 어디에서도 공식적으로 발표된 적이 없는 ‘독창성(originality)’이 있는 연구성과물만 단독으로 게재한다는 편집원칙을 갖고 있다. 학술지는 이 편집원칙을 통해서 학적 권위를 계속해서 축적하게 되어있으므로, 연구자들이 함부로 이러한 편집원칙을 무시하게 되면 당연히 해당 학술지의 학적 권위는 훼손될 수 밖에 없다. 이에 학술지와 관계된 자기표절이, 다른 매체와 관계된 자기표절보다도 상아탑에서는 훨씬 비난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매체의 경우는 ‘배포’, ‘선전’도 무척 중요한 기능이다. 그러므로 같은 내용을 여러 대중매체가 공유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하고 이것이 반드시 윤리적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하지만 전문가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학술지는 다르다. 학술지는 학자의 독창성을 독려하면서 스스로 유니크한 학적 권위를 높여야 하는 목적이 분명한 매체다.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은 그 저작권도 연구자 개인에게는 일체 주지 않고 학술지 측이 완전히 독점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자기표절이 걸린 학자가 ‘많은 독자, 다양한 독자에게 연구내용을 알리고 싶었다’는 식의 변명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학술지라는 것이 뭔지, 학문이 뭔지에 대한 고민이 없는 학자라고 보면 될 것이다.)
‘형사정책’은 한국형사정책학회가 발간하는, 조국 수석의 전공 분야의 형사법 관련 전문학술지에 속한다. ‘고시계’는 전문학술지라고는 할 수는 없으나 준학술지 취급을 받는 법학 분야 정기간행물이다.
‘고시계’는 그냥 잡지라고 생각해보자. 사전양해는 없었으나 뒤늦게라도 두 매체간 저작권 문제도 해결됐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일은 달리보자면 ‘형사정책’에만 고유로 계속해 축적되어야할 학적 권위가 ‘고시계’쪽으로 부적절하게 새어나간 일이 된다.
설사 적절하게 인용처리를 하더라도 일단 자기 학술지에 먼저 발표된 독창적 연구성과 내용을, 다른 매체에 거듭 발표하도록 허가해주는 학술지는 사실상 없다. 더구나 후행매체가 아예 적절한 인용처리조차 생략하고 그런 게재를 감행하도록 허가해주는 학술지는 더더욱 없다.
학술지의 권위가 이토록 무시되는 일은 후진국 일부 학계에서나 일어나는 ‘몬도 카네(Mondo Cane)’같은 일이라고 보면 된다.
2. ‘형사정책’에서 발표됐던 내용이 60% 이상이 그대로 베껴진 ‘고시계’의 발표 내용
아래 조국 수석의 자기표절 양태를 한번 살펴보자.
조국 수석은 그래도 친절하게도 자세한 논의는 ‘형사정책’의 것을 보라고 소개한다. 그렇다. ‘형사정책’이야말로 권위가 있는 원본인 것이다. 헌데 그럴 것이면 ‘고시계’에는 그냥 별도의 요약소개만 했어야지 ‘형사정책’에서 한번 발표한 내용을 그렇게 대량으로 ‘복사해서 붙이기’를 해도 되는 것일까.
조국 수석의 자기표절은 이후 ‘아내강간의 면책’과 관계된 미국의 유명한 판례에까지 이어진다.
이후도 같다. 조국 수석은 통설·판례는 물론이거니와 한인섭·박상기와 자신의 학설 차이와 관련된 도표까지 ‘형사정책’에서 그대로 ‘고시계’에 옮겼다. 도표 이전에 학설 차이와 관계된 자세한 설명 내용이 모두 옮겨졌음은 물론이다.
맺음말도 물론 그대로 옮겨졌다. 이렇게 결론까지 그대로 옮겨놓고서 자세한 논의는 ‘형사정책’을 보라는 식 언급을 한 까닭을 이해할 길이 없다.
조국 수석은 ‘형사정책’에 발표한 원 논문 내용에 애착이 많았던 듯 싶다. 이 논문은 나중에 6년의 시간차를 두고 2007년도에 한국성폭력상담소가 발간하는 학술지 ’성폭력 조장하는 대법원 판례 바꾸기‘ 제1호에 발표한 논문 ‘‘아내강간: 남성편향의 과소범죄화 극복하기’에도 또다시 수 페이지 가량이 다시 실리게 된다.
이쯤되면 ‘형사정책’은 거의 자선학술지나 다름없다. 다음에는 바로 이 2007년 ’성폭력 조장하는 대법원 판례 바꾸기‘에 실린 논문의 자기표절 문제를 다루도록 하겠다.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